투쟁을 통해 만들어온 개념, 사회공공성

[기획] 사회운동포럼이 낳은 새로운 사회운동의 가능성 (3) 사회공공성

김하늬
print
민중운동에서 시민운동까지 ‘사회공공성’은 화두이자 유행어처럼 운동사회 안에 퍼져있다. 자본과 이윤의 극한적인 자유가 우리 삶을 파괴시키는 시대상황을 반영하기라도 한 듯,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대항언어와 실천으로 사회공공성은 운동사회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사회운동포럼의 열쇠말 중 하나인 ‘사회공공성’은 그런 의미에서 사회공공성 투쟁이 ‘다른 삶, 새로운 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를 근본적인 수준에서 되짚어야 한다는 문제의식부터 출발했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사회공공성 투쟁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으며 어느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를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어디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 지금 우리가 돌파해야 할 장애물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싶었다.

위 사진:사회운동포럼에서 진행된 ‘사회공공성 투쟁의 의미와 과제’ 워크숍 [출처] 사회운동포럼 홈페이지(www.smf.or.kr)


사회공공성이 무엇일까?

이름만 얘기하면 알만한 소장학자의 논문을 읽어보아도 사회공공성은 머리 속에서 가물거린다. 선행연구 검토를 위해 활동가나 이론가들이 쓴 자료도 함께 읽어보았지만, 사회공공성을 쉬운 언어로 표현한 글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 어려움은 사회공공성 운동을 하는 현장 노동자의 말로 시원스레 해결됐다. 지난 8월 31일 사회운동포럼 중 워크숍에서 패널로 참여했던 현정희 공공노조 부위원장은 “사회공공성은 ‘필요한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명료하게 정의했다. 병원노동자들 스스로가 ‘의료공공성’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면서 나왔기에 큰 울림을 준다.

이런 예는 다른 투쟁에서도 발견된다. 철도노동자들이 노조 민주화, 민영화 저지, 수익성 중심으로의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철도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많은 논의를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철도’, ‘공공철도’, ‘통일철도’ 등 다양한 개념이 제출되었다. 치열한 투쟁과 토론 과정에서 ‘공공철도’라는 방향성을 설정하고, 이를 위해 철도산업의 △소유 형태 △운영 구조와 방식 △철도노동자들 노동의 내용과 방식 등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회공공성이 무슨 깔대기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실제로 사회공공성과 관련된 워크숍을 준비하는 기획단에서도 논의 과정 내내 따라붙었던 어려움이기도 했다. 이런 논의 과정 자체가 사회공공성 투쟁의 현재를 보여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회공공성은 우리가 생산하는 ‘생산물’이 ‘생산 과정’에서 자본의 이윤에 복속되지 않는 ‘저항과 변혁의 몸통’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회공공성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는 삶의 질서, 사회 공공의 필요에 부합하는 노동과정을 지향하고 있다.

위 사진:사회공공성이란 무엇일까? 워크숍에서 사용한 ‘사회공공성 나무’ [출처] 사회운동포럼 홈페이지(www.smf.or.kr)


다들 중요하다고 하는데 왜 잘 안 될까?

최근에는 의료·교육·주거·공공서비스·공적보험·물·교통·에너지·금융 등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공공성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작 사회공공성 투쟁이 광범위하게, 혹은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는가 하면 별로 그렇지는 않다. 사회공공성 기획단의 논의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거칠게 표현하면, “사회공공성 투쟁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왜 잘 안 될까?” 하는 것이다. 사전워크숍을 거치면서 몇 가지 좁아지는 원인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첫째, 각 조직의 몇몇 활동가들은 바쁜데 대중운동으로 만들어지지는 못한다. 즉 삶에 파고드는 운동이 되지 않음으로해서 각 현장과 지역에서 주체 형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사회공공성 투쟁은 정책간담회, 공청회, 토론회, 기자회견 등의 활동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좀 더 나아가더라도 노동조합 등의 조직에서 잡는 집회 일정에 몇 차례 참여하는 수준이다.

둘째, 교육·의료·주거 등은 누구에게나 필수적으로 필요한 서비스인데, 모두의 투쟁이 되지 못한 채 해당 영역의 노동자들이나 특정 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운동으로 국한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연대의 문제도 있을 것이고 운동을 전체적이면서 통합적으로 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찰과 소통, 진정성, 다양한 보편 가치와의 결합

사회공공성 투쟁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분명한 정답을 제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획단의 사전 토론과 워크숍 과정에서 적어도 세 가지에 대해서는 입을 모아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하나는, 우리의 삶과 노동에 대한 성찰, 그 속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에 대한 일상적 소통과 이를 매개로 한 연대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이것은 상층 활동가들 중심의 정책 토론회와는 다른 것이다. 각 지역과 현장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재화·서비스의 생산자와 이용자 간의 소통, 서로 다른 영역의 노동자들 간의 소통이 필요하다. 운동은 그런 소통을 가능케 할 공간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 사회공공성 투쟁을 자기 과제로 받아들이는 주체 형성이라는 측면에서도, 특정 영역의 공공성 문제가 해당 영역의 과제일 뿐 아니라 모두의 과제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기회적인 접근도 중요하다.

둘째는, 특정 현안이 불거졌을 때만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활동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무리 정당한 주장과 요구를 하더라도 거기에 ‘진정성’이 묻어나지 않으면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진정성은 어떤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응시하고 있는가, 단지 투쟁의 명분을 얻기 위해 붙이는 구호가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오고 있는가 하는 데서 나온다.

셋째, 사회공공성 투쟁은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가치와의 만남을 기획하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의료시스템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민중건강권을 쟁취할 수는 없다. 노동강도 약화, 노동시간 단축, 환경 개선, 일상적인 생활 사이클 변화 등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교육 문제 또한 교육공공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이념과 철학, 학벌사회 등 다양한 문제가 결부된다. 따라서 사회공공성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존중, 낮은 곳으로의 연대, 직접 민주주의와 자치, 지속가능한 개발 및 생태, 인권 등과 결합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만남 속에서 보편적 인권의 가치가 스며드는 사회공공성 투쟁은 누구나 필수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 시스템 구축이라는 다른 삶의 질서를 일상의 정치 속에서 만나게 한다.

이번 사회운동포럼 사회공공성 워크숍을 통해 각 영역에서 전개해 온 투쟁의 경험을 나누고, 더욱 진전된 투쟁을 위해 우리가 지금 내딛어야 할 발걸음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했다. 이것은 장기적인 로드맵이나 화려한 그림을 그리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하지만 그것은 지속적인 소통을 수반하는 실천 과정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다음에 또 이런 주제로 토론이 이루어질 때, 그때는 좀 더 풍부한 실천적 자산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김하늬 님은 민주노동자연대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72 호 [기사입력] 2007년 09월 19일 13:02:58
뒤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