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보자 폴짝] 선거, 강요된 침묵

고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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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로 바쁜 중에 제가, 대통령 선거에 관심 좀 가져보려고 했습니다. 선거권 없는 아쉬움을 달랠 겸, 투표대신 ‘UCC로 이야기해볼까?’ 하는, 제가 봐도 훌륭한(!) 생각을 해낸 것이지요. 이런 생각을 하고난 다음부터는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뉴스가 하나부터 열까지 눈에 쏙쏙 들어오는 거 있지요. 바쁜 시간 쪼개어 인터넷으로 뉴스 열심히 봤습니다. 민주주의와 정치가 교과서 밖으로 튀어나와 막 숨 쉬려던 순간이었습니다. 또 그동안 갈고 닦은 UCC 제작의 화려한 실력이 빛을 보려던 참이었지요.
하지만, 안 된 답니다.

바라는 건 단순함?

선거법에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게시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제 부지런한 친구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물어봤는데 거기서 보낸 답장에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단순한 의견개진의 범위를 넘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인터넷상에 선거 게시물(UCC 등)을 '유포하거나 하게한 자'는 「공직선거법」 제93조의 규정에 위반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여러 번 읽어봤는데, 국어인데도 이해가 안가는 문장이에요.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라니? 저는 이 말이 참 이상합니다. 목적이 없는 글도 있나요? 물론, 처음 의도와 달리 이해돼 오해하는 글이 있을 수 있지만, 많은 글들은 목적과 의도가 있지 않나요? 의견을 밝히는 것 자체가 목적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목적이 얼마 만큼이었는지 그 양을 살핀다는 것인가요? 그리고 ‘단순한 의견 개진’이라니! 단순하고 싶지 않다고요!

“애들은 가!”

더 기가 막힌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 미성년자(19세 미만의 자), 선거권이 없는 자 등’이 ‘선거운동을 하거나 그들로 하여금 선거운동을 하게 한 자’는 같은 법 제255조 제1항 제1호의 규정에 위반될 것이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부분이에요. 그니까 선거운동이 시작된 11월27일부터 12월18일까지, 저 같이 일명 미성년자로 투표권이 없는 사람들은 선거관련해서 UCC를 만들거나, 댓글 달면 선관위가 까칠하게 나온다는 것이죠. 정말 묻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혹시 말이지요. ‘선거’가 아직은 밝혀지지 않은, 그니까 좀 더 연구가 필요한데 어쨌든 정부만 비밀리에 알고 있는, 청소년 유해환경이 아닐까요?



선거는 ‘무플’을 좋아해?

이쯤 되니, 완전 독해가 해보고 싶어졌어요. 선거법이랑, 정보통신망법에 있는 인터넷 실명제 관련 한 거 모두 뒤져보다가, 갑자기 숨이 턱하고 막혔습니다. 법에서 인터넷언론사가 인터넷 실명인증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벌금을 내도록 해서, 실명제 인증 받지 않으면 아예 덧글을 쓸 수 없도록 한 것이죠. 말하자면 인터넷에 덧글을 달고 싶으면 니가 누군지 먼저 밝히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11월 27일 대통령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부터 인터넷 언론사에 덧글이 줄고 있다는 얘길 들었어요.

실명인증 받고 쓰면 되지 않겠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덧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어요. 악성 댓글로 누군가를 괴롭힌 적도 없고, 법을 어긴 적도 없는데 이름을 밝혀야만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것 자체가 맘에 들지 않아요. 이런 법은 인터넷에서 하는 의사표현과 의견교류 같은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법 같아요. 물론 악성 댓글이나 범죄를 봐주자는 것이 아니에요. 전 요즘 광고에 나오고 있는 악성 댓글 예방 캠페인(?)에 완전히 공감하거든요. 하지만 실명인증 하라는 것은 인터넷의 특성과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부에서 ‘당신들이 어길만한 것은 미리 막겠다(실명인증 방법을 써서)’라는 생각으로 만들어 놓은 법은 이미 우리를 범죄자로 보는 것이니까요.

앞뒤가 안 맞아!

선거를 제대로 하려면 사람들의 서로 이야기가 오고가야 하지 않나요? 요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의견을 주고받는 곳이 인터넷인데,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말할 때마다 스스로 ‘뭐 잘 못하는 것은 없나?’ 겁먹게 만드는 법을 만들어 놓으면 정말 화나지요. 그러면서 국민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걱정들하고 계시죠. 기술을 계속 발전하고 IT강국이라며 정부에서도 선전하는데,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점점 더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주인 된 권리를 보여주는 선거에 관심을 가지라고 하면서, 선거에 대한 ‘단순하지 않은’ 생각이랑 말은 막겠다고 나서는 건 정말 ‘삽질’이랍니다.
인권오름 제 82 호 [기사입력] 2007년 12월 04일 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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