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날다] 그림책으로 만나는 인권교육

강현정
print
날개달기 - 얘들아, 그림책 읽어줄게

2학년을 맡으면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인권교육보다는 좋은 그림책에서 인권적 요소를 뽑아 활용하는 방향으로 인권수업을 해보았다. 2학년 국어 시간에는 이야기를 듣고 인물이 한 일을 알아보는 활동이 나온다. 어떤 이야기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우리 반 꿈틀이들이 요즘 들어 자기 입장만 이야기 하면서 다투는 일이 많아져서 꾸지람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쇠를 먹는 불가사리』와 『로쿠베, 조금만 기다려』를 골라보았다.

더불어 날개짓 - 전쟁 없는 세상, 아이들의 힘

‘쇠를 먹는 불가사리’ 책을 보자 그림이 무섭다는 꿈틀이도 있고, 즐겨하는 게임 ‘귀혼’에 나오는 괴물을 닮았다며 반가워하는 꿈틀이도 있었다. 어떤 인물들이 나오는지, 그 사람들이 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들어보자고 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첫 문장 “깊은 산골 외딴집에 혼자 사는 아주머니가 있었어”를 읽어주고 아주머니는 왜 혼자 살고 있을지 물어보았다. 꿈틀이들은 “결혼하지 않았나 봐요”, “가족들이 죽었을 것 같아요”라며 생각들을 쏟아 낸다. 이어 “아주머니는 전쟁 때 남편과 아이들을 잃었지”라고 들려주자 “아~”하는 소리와 “내가 맞았지!”하는 소리도 들린다. 아주머니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인형을 만드는데, 어느 날 밥풀을 이겨 인형을 만들어 ‘불가사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노래를 부른다.

밥풀떼기 불가사리야
너는 너는 자라서
쇠를 먹고 자라서
죽지 말고 자라서
모든 쇠를 먹어라
다 먹어 치워라.


“어떻게 밥풀 인형이 쇠를 먹어요”라고 묻는 꿈틀이가 있었는데, “얼마나 간절하게 바랐으면 그랬을까?” 되물으며 노래를 함께 불러 보았다. 왜 하필이면 쇠를 먹으라고 그랬는지 생각을 말해보라고 하니 “쇠로 전쟁 무기를 만들잖아요. 전쟁 때 가족들이 죽어서 그런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1학기 때 보여준 ‘아이언 자이언트’ 생각이 난다는 꿈틀이도 있었다.

바늘을 먹고, 숟가락을 먹고, 문고리, 솥단지 점점 많은 쇠를 먹다가 하루, 이틀, 한 달, 근처에서 쇠를 구할 수 없자 결국 멀리 떠나는 불가사리 이야기에 꿈틀이들은 대단하다며 탄성을 지른다. 그리고 오랑캐가 다시 들어왔을 때, 불가사리가 쇠를 다 먹어치워 되돌아가게 하고 평화롭게 전쟁이 끝나는데, 사람들이 불가사리 이름을 부르며 따르자 왕은 그때부터 자기의 자리를 뺐길까봐 전전긍긍하며 불가사리를 없앨 방법을 찾게 되는 부분을 읽어 주니, 그쯤에서 꿈틀이들은 말도 안 된다며 난리다.

“자기가 잘해서 존경받아야지. 불가사리를 없애면 되나요?”
“왕이 너무 나빠요. 불가사리가 뭘 어쨌다고, 고마워할 줄도 몰라요.”
“불가사리가 도와주지 말걸 그랬어요.”
“불가사리는 가만히 있었는데, 괜히 걱정하고 있어요.”

결국 외눈박이 점쟁이의 도움으로 불가사리를 없앨 계획을 세우는데 그 방법이 아주머니를 장작더미 위에 세워놓고 불가사리를 기다리는 것임을 알고 꿈틀이들은 “왕이 너무 잔인하다”며 “큰일 났네, 불가사리가 오면 안 되는데…”하고 걱정들이다. 하지만 불가사리는 왔고 오지 말고 멀리 가라고 말리는 아주머니를 구하기 위해 성큼성큼 불길 속으로 걸어가는 부분에서는 눈물을 글썽이는 꿈틀이들도 있었고, 읽어 주는 나 역시 너무 마음이 아파 읽기가 어려웠다. 아주머니는 구했지만 온몸이 녹아내리는 불가사리는 사라졌다는 이야기까지 다 듣고 난 뒤 A4용지를 나누어 주고 등장인물과 한 일, 생각이나 느낌을 쓸 수 있도록 접어서 학습지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찾은 인물은 아주머니와 불가사리, 왕, 외눈박이 점쟁이, 사람들이었고 학습지에 정리를 한 후 인물이 한 행동이나 말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어 봤는데 꿈틀이들은 “농사짓는데 쓰거나 꼭 필요한 쇠는 있어야 하지만 전쟁에 쓰는 쇠는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아주머니 마음이 정말 아팠을 것 같아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혼자 생각으로 걱정하고 불가사리를 없애려고 했던 왕이 정말 어리석어요”, “욕심꾸러기예요”, “아무도 해치지 않고 평화를 지킨 불가사리를 사람들은 존경했을 것 같아요. 왕도 열심히 해서 존경받도록 했어야 하는데…”, “어디선가 아주머니와 불가사리가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 같아요”라며 전쟁과 사람들의 욕심, 전쟁을 겪으며 살아갔던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는 『로쿠베, 조금만 기다려』를 읽어 주었다. 아이들은 그림에 폭 빠져 들었는데, 구덩이에 빠진 강아지 로쿠베를 구하기 위한 아이들의 굉장한 노력이 그려진 책이다. 저희들끼리 애쓰던 아이들은 엄마들을 불러오고, 지나가던 아저씨에게도 도움을 청해보지만 어른들은 모두 강아지 일에는 관심이 없다. 꿈틀이들은 하나같이 “어른들한테는 쉬운 일일 텐데, 모두들 너무한다”며 흥분했다. 자기가 내려가서 구해보겠다는 칸을 엄마가 “안 돼!”하고 단호히 혼내자 “우리 엄마도 그래요”, “사람만 소중하게 여기면 안 돼요”라며 아이들을 응원한다. 그러는 동안 노래를 부르고 비눗방울을 불어 주며 강아지를 위로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로쿠베를 위해서 노래를 불러주자고 하며 백창우 씨가 작곡한 햇볕을 다 같이 불렀다. 결국 로쿠베가 좋아하는 강아지 쿠키를 바구니에 담아내려 보내 로쿠베를 구해내는데 성공하자 모두들 박수를 치고 좋아했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들어주어서 기뻤는데, 인상적인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인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써보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꿈틀이들은 “아이들이 서로 힘을 모아 어른들의 도움도 없이 로쿠베를 구한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어른들이 의젓한 아이들을 본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동물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했다. 혼자는 약할 수 있지만 이렇게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친구들의 모습처럼 서로를 아끼고 위하며 어려운 일은 힘을 모아 해결해 나가는, 내 욕심만 내세우지 않고 서로 존중하는 2학년 4반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약속했다.

머리를 맞대어 - 교사 먼저 인권의 눈으로 ‘책’ 뜯어보기!

‘쇠를 먹는 불가사리’를 통해서 전쟁이나 싸움, 남을 해치는 것이 자기만 위하고 지나치게 욕심 부리는 데서 비롯되는 것임을, 그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 보고 싶었다. 『로쿠베, 조금만 기다려』에서는 서로를 위하고 힘을 모으는 모습이 어른들보다도 멋있었던 아이들이 가진 힘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 보려 했다. 그래서 교실 안에서 좀 더 서로 아껴주면서 아이들 스스로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길 바라면서…. 여전히 다투는 일,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 일들은 계속 있지만 주변 친구들이 나서서 해결을 돕고, 문제를 일으킨 아이가 아닌 그 행동에 대해서 말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 작은 변화이다.



어떤 수업도 한 번의 수업으로 ‘지금부터 시작!’하고 아이들이 당장 변하게 만들긴 어려울 것이다. 책읽기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전하고 싶은 말,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아이들 스스로 찾아내고 느낀다는 것이었다. 꾸준히 읽어 주고 읽은 책은 가까이 두어 두고두고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책을 읽는 것이 그저 읽고 독후활동 한 것으로 끝나지 않도록 독후활동보다는 읽는 동안이나 읽고 난 뒤에 의도된 질문을 던지면서 이야기를 풍부하게 나누는 것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이 좋겠다. 그런 과정에서 인권적 감수성이 아이들 안에 깊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책을 읽어 준 날엔 들은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들려주고 ‘오늘의 생각’이라는 공책에 적으면서, 책읽기에서 살핀 주제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했다.



그림책으로 하는 인권교육을 생각하면서 어떤 책을 어느 순간에 읽어 주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장애, 여성, 어린이 노동, 환경, 평화 등 인권적인 요소를 찾고 함께 나누도록 했는데, 사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기도 하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똑같은 책을 갖고도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한 권을 읽어 주더라도 인권적 감수성으로 읽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인권동화책이라는 시리즈로 기획도서를 만들기도 했지만, 최근 인권을 주제로 한 책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중에는 정말 잘 쓴 책도 있지만 오히려 일부러 맞추려고 하다 보니 억지스럽고 지침서가 있어야 그대로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은 책도 있다. 절로 감동을 주는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이 아니라 내 마음에 드는 책, 내가 감동받았던 책, 그 책에서도 내가 이야기 나누고 싶은 주제를 분명히 정하고 들려주어야 한다. 내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하면 아이들도 거기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책이든 동화든 책을 통해 인권교육을 시도하고자 한다면 먼저 교사가 인권의 눈으로 보아서, 불편한 이야기 또는 기분 좋게 하는 이야기들을 찾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강현정 님은 창도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인권오름 제 82 호 [기사입력] 2007년 12월 05일 23:12:59
뒤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