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욱의 인권이야기] 개성공단에 대한 미국의 시각과 북한 인권

정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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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대한 미국 정치인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지난 3월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자문위원과 주한 미 대사관 직원들이 미 당국자로서는 처음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하였다. 그들은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돌아보기를 희망하였고, 북한이 그에 응하여 그들을 초청하였다고 한다. 한편 북한에 대하여 험한 말을 많이 하여 ‘악명’이 높았던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대사관 요원들의 개성공단 방문을 허용하였음은 물론, 미국 기업의 개성공단 진출에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여 금석지감(今昔之感)을 들게 하였다.

이어서 스티븐스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 부차관보가 이달 2일 미 대사관 관리들의 수행을 받으며 개성공단을 방문하여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에서 브리핑을 들은 뒤 입주업체인 신원 등을 둘러보았다. 그의 방문 소감은 ‘좋은 현장학습’이 되었다는 것이라고 한다. 한편 스티븐스 부차관보와는 별도로 이날 미 의회 전문위원과 입법보좌관 10여명도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위 사진:개성공단 조감도 <사진 출처: 개성공단 홈페이지 http://gaeseong.iklc.co.kr>


이쯤 되면 남북의 경협과 한반도의 평화 과정에 대한 미 당국의 인식의 지평이 넓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기대해 봄직도 하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또 미국 온건파들이 북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아질 때면 항상 그에 대한 반작용이 나온 것을 잊을 수 없다. 실제로 현재 미국 강경파들은 개성공단이 북한 정권의 또 다른 ‘자금줄’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고 있다고 한다.


개성공단에 대한 레프코위츠의 ‘걱정’

그러한 미국의 삐딱한 시각을 대표하는 이가 바로 ‘북한 인권 특사’라는 레프코위츠이다. 그는 지난 4월 28일 미국의 주요 일간지 가운데 하나인 월 스트리트 저널에 “모든 한국인들에게 자유를” 이라는 기고문을 실어 개성공단에 관해 공개적인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에 따르면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들은 하루 2달러 미만의 저임금을 받고 있으며, 또 그마저도 실제로 그들의 손에 들어가는지 의심스럽고, 작업장은 담장으로 둘러쳐 있으며 노동자들은 무장한 군인들의 감시 하에 유일한 출입구를 통하여 드나들고 있다는 것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마치 전체주의적 북한 정권이 강제 노동수용소를 운영하며, 남한 기업은 그로부터 싼 값에 상품을 생산하고 그 대가로 북한 정권에 자금을 대주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내용이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걱정하는 것이 북인권 특사의 원래의 일이라고 하지만, 작년 특사에 임명된 후 레프코위츠가 해온 일은 오히려 북한의 발전과 자체적인 인권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불식시키고 훼방하는 것이었다. 그의 특사 취임 일성이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문제 제기로서 그것이 미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중단에 한몫했음은 물론이려니와 이번 개성공단에 대한 그의 공개적인 비판도 결국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기여하기보다 오히려 개성공단 사업의 진전을 어렵게 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짙다.


개성공단 인권 공세, 실체 있나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중국 노동자들에 비해 거의 반값에 불과하고, 또 북한의 달러화 중앙통제 및 금융기관의 미비로 인하여 임금직불제가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주지하듯이 북한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이자 또 가장 자존심이 센 나라이다. 북한은 경제적으로는 하루 2달러의 적은 돈으로도 만족할 수 있지만, 착취와 모욕이 용인될 리 없으며,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 남북이 합의한 남북의 경협의 원칙인 유무상통(有無相通)이란 남쪽의 자본 및 기술과 북쪽의 노동과 대지의 상통만이 아니라 아울러 남측의 시장원리와 북측의 사회주의 원리 또한 서로 상통하고 교환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2003년 북한이 제정한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에도 그에 관련한 조항들이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우선 제4조 ‘노동조건의 보장’에서 “기업은 종업원들에게 안전하고 문화위생적인 노동조건을 보장하고 그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32조 ‘노동보수의 지불’에서는 “기업은 노동보수를 화폐로 종업원에게 직접 주어야 한다.”고 하여 임금직불제를 규정해 놓고 있다. 또 제5장 ‘노동보호’에서는 “산업위생조건의 보장”, “여성노력의 보호”, “탁아소, 유치원의 운영”, “노동안전 기술교육”, “노동보호물자의 공급”, “노동재해 위험제거” 등의 규정들을 마련해 놓고 있다.

북측의 규정만 가지고 그 실제를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남측의 통일부장관도 직접 개성공단을 둘러보았음은 물론이고, 통일부 관계자도 ‘개성공단의 주당 노동시간은 48시간이며 여성 노동자의 산전산후 휴가와 기타 산업안전 재해 기준 등의 노동조건들은 ILO 기준에 충족하고, 연장 작업 및 야간작업 등에 50% 내지 100%의 가급금을 주고 있다’며 세세하게 공개적으로 해명하고 있으니 그 상황이 레프코위츠가 의심하는 것만큼 ‘불량’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개성공단의 문제는 오히려 북한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 진척속도가 늦고 남한 기업들의 참여도가 높지 않다는 데에 있다.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의 지지부진함에 대하여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번 경의선 열차운행의 연기에 대한 북한 군당국의 특별담화에서도 그 점이 잘 나타나고 있다.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만 봐도 터 조성작업만 해놓고 한쪽 모퉁이에 성냥갑만한 ‘시범공단’이나 운영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며 “개성공단 등이 단명으로 끝난 금호지구처럼 되는 것은 아닌지 주시하고 있다”며 남쪽에 대한 불신을 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레프코위츠 특사에게 개성 방문을 권하고 그것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가 그에 응할지, 또 북한 당국이 그의 방북을 승인할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미국 당국자들이 더 많이 개성공단을 방문하였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남북 교류와 협력이 한반도의 평화에 얼마나 긴요한지, 개성공단에서 쌓여가는 남북의 신뢰와 공감대가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개성공단이 북한 노동자들의 실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외부의 협력과 도움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정태욱 님은 아주대학교 법학교수입니다.
인권오름 제 7 호 [기사입력] 2006년 06월 07일 20: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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