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_세상] “거리에 계신 분들을 가장 잘 아는 우리”

노숙당사자모임 한울타리회

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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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동지 즈음, 서울역에서는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라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2007년 한 해 동안 인간다운 삶을 위해 어떤 지원과 보호도 받지 못한 채 거리에서 돌아가신 수백 명의 노숙인들을 추모하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한 해 동안 노숙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던 많은 사람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자리이기도 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이 추모제를 준비했던 단체들 중에 노숙당사자모임-한울타리회가 있었다. 노숙 경험이 있는 당사자들의 모임인 한울타리회의 회원 세 분을 서울역 부근에서 만났다.



“겨울철에 맨바닥에서 자는 거 힘들어~”

먼저 거리생활에서 힘든 점이 어떤 것들인지 여쭤보았다. 추운 겨울에 바닥에서 자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말로 김종언 씨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노숙인 상담보호센터에서 제공하는 침낭 하나 받아서 저녁에 어떻게든 자고 나면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자리 깨끗하게 치우고 나가는 거야. 그리고는 자기 옷, 이불, 귀중품들을 1,000원, 1,500원하는 보관함 같은 데 모두 넣고 일하러가거나 해요. 교회에 가서 구제금을 받기도 하고 밥을 먹기도 하는데, 그건 요일마다 사람들이 가는 동네가 있어요. 하루 종일 그렇게 돌면 하루에 돈 만원 정도 생길 수 있지. 밤이 되면 보관함에서 자기 물건 꺼내서 잘 곳 찾아서 또 자는 거예요. 하루 7,000원 내고 쪽방에서 자기도 하죠.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다른 여지가 없죠.”

거리노숙생활의 어려움은 곧 노숙인 쉼터에 대한 내용으로 넘어갔다.

“근데 그래도 사람들이 쉼터에 안들어가는 이유는 쉼터에 가면 개인생활도 자유도 없기 때문이에요.”

이태헌 씨가 쉼터에 대한 말을 이어받는다.

“쉼터는 답이 없어요. 밤에만 얼어죽지 않게 재우고 새벽 6시에 다 깨워서 내보내는데 자립이고 자활이고 대책이 안되지. 한방에 20명씩 지내야 하는 그 안에서는 자유도 없고 사실 잠도 잘 못 자. 그러니까 한번 들어갔던 사람 중엔 다시는 안 들어가려는 사람들도 많아. 그런데도 이렇게 노숙인을 쉼터에 넣으려고만 하는 건 겨울에는 특히 동사무소나 지구대 같은 데에서 자기 관할구역에서 얼어죽지 않게만 하려고 그런 거예요.”

혹시 노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거리에 술병과 함께 쓰러져있는 불쌍한 사람들만 떠오르고, 어쨌든 쉼터에라도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제 조금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거리에서 자는 것이 불쌍하니까 쉼터에 ‘수용’이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은 당사자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방관자들의 비현실적인 생각이라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이미 스스로의 자유,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어서 자연스럽게 서울시의 노숙 대책에 대한 비판이 김우정 씨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서울시가 직접 주거와 일자리를 책임져야 해.”

“그러니까 서울시에서 얘기하는 동절기 대책은 실효성이 별로 없어요. 노숙인들이 노숙을 벗어날 수 있게 일년 내내 노력해야 하는 건데, 겨울에만 잠깐 동절기 대책이라고 내놓으니까 필요가 없는 거예요. 일하는 사람들도 위에서 시키니까 마지못해 신경을 쓰는 거고, 자기네 관할구역에서 얼어죽은 노숙인이 생기면 세상의 시선이 따가우니까 어쨌든 그것만 막자는 식으로 하고. 그래서 실제로는 그만큼의 도움도 안되는 거지요.”

“거리에서 밥을 주고 쉼터에서 밤에 재워주는 것은 문제해결의 본질이 아니에요. 그냥 거리생활이 길어지는 것뿐이지. 왜 노숙인들이 일을 못하는지 알아요? 아파서 못하거나 주민등록이 없어서 못하거나 전과가 있어서 못하거나 신용불량자라서 못하는 거예요. 이런 사람들도 일할 수 있는 적절한 일자리가 필요해요.”

“노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일 필요한 것은 주거지원이에요. 지금 한울타리회 회원들이 매주 목요일에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이라는 단체와 함께 아웃리치를 나가서 노숙동료들을 만나고 있거든요? 종로, 회현, 영등포 등으로 나뉘어 나가서 커피도 한 잔 같이 마시고 여러 가지 상담도 하고 있어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받은 기금으로 거리에 계신 노숙인들이 쪽방에라도 들어갈 수 있게 주거지원을 하고 있는데, 주거지원 받으신 분 열 분 중에 여덟 분은 조금씩이라도 일을 하고 돈도 조금씩 통장에 모으고 하면서 점점 안정된 생활을 하고 계세요. 이런 거랑 서울시가 얼어죽는 것만 마지못해 신경쓰는 척 하는 거랑 비교하면 차이가 나지.”

“그래서 서울시가 직접 주거지원하고 일자리지원 하면 돼. 다가구임대주택 매입해서 주거지원하고, 조건에 맞는 일자리만 주어지면, 진짜로 지금 노숙인 100명 중에 70명은 바로 노숙 벗어날 수 있어. 필요한 돈은 서울시가 빌려주고 천천히 돌려받는 방식으로 하면 충분히 가능해요. 그게 오히려 돈 낭비 안하고 노숙문제 해결하는 건데, 귀찮으니까 책임을 민간한테 넘기는 거지.”

“게으르면 절대 노숙 못하거든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일하러 가거나 구제금이라도 받고 밥이라도 먹으려면 정말 부지런해야해요. (웃음) 그런데, 그 쳇바퀴같은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약간의 지원이 없어서 그 생활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데 서울시는 노숙인들 안보이게만 하려고 지하철역 보관함도 모두 카드식으로 바꾸고, 그나마 있는 쪽방촌도 헐고 하니까 앞뒤가 안맞죠. 쪽방촌도 헐지 말고 차라리 주거지원으로 활용하면 될 텐데......”

너무 많은 얘기들이 순식간에 쏟아져 나왔다. 뉴스에서 본 얘기가 아니라 직접 경험한 얘기들이 서울시 노숙 대책의 현황에서부터 문제점, 그리고 대안까지 모두를 아우르며 터져나왔다.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담긴 생생한 힘을 느끼며 노숙당사자모임인 한울타리회에 대한 질문을 드렸다.

“한울타리회는 어떻게 만들어졌어요?”

“2004년에 서울역 철도공안요원들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노숙인 한분이 돌아가신 일이 있었어요. 그때 책임자 처벌과 제대로 된 노숙대책마련을 위해 50여 일 동안 서울역에서 천막농성과 1인 시위 등을 진행했었죠. 그 다음에 또 2005년 초에는 숨이 끊어지려는 노숙인을 철도공안요원들이 그냥 리어카에 싣고 대합실을 돌아다니다가 돌아가신 사건이 있었어요. 이런 과정에서 노숙인들이 많이 분노하면서 함께 했어요. 자기 일이고 자기 동료일이니까요. 이때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대표인 문헌준 대표가 모임 한번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만들어졌죠.”

“나도 주거지원 받아서 쪽방에서 지내고 있지만, 크게 돈을 번다거나 그런 것은 없어도 일하고 먹고 용돈쓰고는 하고 있어요. 지금 한울타리회에서 일하는 거, 그게 보람이에요. 사실 금전적인 어려움은 있죠. 회원들끼리 체육대회 같은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싶은데, 거리생활에서 벗어났다고 해봤자 서로 사정 뻔히 아니까 억지로 돈 모으기도 쉽지 않고. 지금 기름유출사건 때문에 어려워하는 태안에도 회원들하고 함께 가서 봉사하고 싶은데 계획세우기가 어렵네......”

“사무실, 후원의 밤, 활동가 교육......”

“올해에는 한울타리회 사무실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려고 해요. 거리에 계신 분들이 와서 차도 한 잔 마실 수 있고, 기본적인 상담도 받을 수 있는 아주 작은 공간. 무리면 무리죠. 사무실 만들려면 후원의 밤 같은 행사도 해야되겠죠. 그래도 해보고 싶어요. 도움주는 단체들도 많고 하니까. 이런 목표가 있으면 한울타리회 회원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되어서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년엔 회원 8명이 활동가 교육을 받기도 했어요. 그 사람들은 이제 변하지 않죠. 24일에 한울타리회 신년회의가 있는데, 임원도 좀 늘리고, 일년 목표도 잡고 할 거예요. 그래도 이제 걸음마죠.”

모여서 함께 만드는 희망

“한울타리회가 지금은 어렵지만, 거리에 계신 분들을 가장 잘 아는 우리가 열심히 해서 거리 노숙없는 사회가 되도록 열심히 활동할 것입니다.”

“24일 회의를 거쳐 계속 발전하는 한울타리회가 되도록 노력할 거예요.”

“거리에 계신 분을 위해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힘껏 발로 뛰어야죠.”

마지막 한 말씀을 부탁드렸더니 해주신 말씀들이다. 한 시간 남짓 얘기를 나누는 동안, 한울타리회 세 분은 분명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노숙문제는 진실하게 접근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당사자인 자신들이 스스로 앞장서겠다는 의지는 새해의 밝은 희망이 되기에 충분해보였다. 물론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한울타리회가 많은 당사자들의 힘을 모으는 희망이 되기를 새해소망으로 전해본다.
인권오름 제 88 호 [기사입력] 2008년 01월 23일 19: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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