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경의 인권이야기] 완전범죄의 그물망

‘사랑의 집’에서 살인된 시설생활인들

박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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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나라가 월드컵 열풍에 야단이다. 아침 신문을 보니 모 방송국은 종일 월드컵과 관련한 프로그램으로 꽉 차 있다. 도대체 이 열풍의 한가운데에는 무엇이 있을까? 월드컵이란 놈이야 알 리가 없겠지만 이 광풍은 절박한 사회적 문제들을 휩쓸어가는 태풍과도 같다. 이 놈이 휩쓸어간 수많은 사회적 사건들 가운덴 ‘사랑의 집’이란 예쁜 이름의 기도원에서 벌어진 일들도 섞여 있다.

위 사진:시설수용정책에 반대하며 활동보조인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는 장애인 <사진 출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홈페이지>


‘사랑의 집’, 아이러니한 그 이름

사랑의 집? 아이러니하게도 그 집의 이름은 사랑의 집이었다. 그런데 그 집에만 가면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소위 빨간약으로 불리는 강한 정신과 약물을 강제로 먹이고 형편없는 대우에 볼 맨 소리라도 할라치면 1평 남짓한 벌방에 개 줄로 묶어 가둔다. 굶기기도 하고 때리기도 한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약을 먹게 된다. 하늘같은 원장이 준 약을 먹으면 내내 졸리고 입에 침이 흐르고 말이 잘 안 나온다. 식욕도 없다. 정신이 좀 들라치면 또다시 약을 먹어야 한다. 이렇게 죽어간 사람들이 여섯 명……. 실은 더 많다. 잔인하게도 약을 먹인 사람들은 대드는 사람들만은 아니었다. 스스로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 활동보조가 필요한 중증장애인들도 돌보기 귀찮다는 이유로 약을 먹어야 했다.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지 씨(가명)! 순하게 말 한마디 없이 늘 누워있어야 하는 그도 약을 먹어야 했다. 그는 어려운 살림에 파출부를 하며 자신과 아들 뒷바라지를 하는 아내를 더 이상 힘들게 할 수 없어 한 달에 50여 만 원씩 내기로 하고 사랑의 집에 들어왔다. 움직이지도 못하니 꼼짝없이 약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그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말라만 갔다. 결국 지 씨도 다른 사람들처럼 어느 날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목사는 천연덕스럽게 그의 집에 전화를 걸어 지금 그가 몸이 아파 병원에 가고 있다고 했다. 놀란 얼굴로 도착한 지 씨의 아내에게 목사는 병원 앞에서 사망했으니 얼굴만 잠깐 확인하란다. 경황없는 그의 아내는 한없는 미안함과 한으로 그의 얼굴만 겨우 보고 울음을 참지 못한다. 병원에서는 지 씨의 사망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목사의 이야기만 듣고 사망진단서 한 장 달랑 써주고 동사무소는 ‘그런가 보다’ 하고 사망신고를 받는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시청 사회복지과는 어땠냐구? 그 치들은 이곳이 미신고시설이니 종교시설이니 하며 관심도 없다. 어쩌다 와도 목사만 슬쩍 만나고 돌아간다. 그렇게 경황없는 사이, 사망원인을 따져볼 틈도 없이 지 씨는 화장되어 한줌 재로 돌아갔다. 그렇게 하나 둘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억울한 건 죽은 사람들뿐이다!


살인이 살인이 아니라니…

이상은 김포 사랑의 집에서 생활했던 사람들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그곳의 풍경이다. 지 씨와 같이 정신병원이나 복지시설에서 의문사를 당한 사람들의 수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랑의 집 기도원만 해도 6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생활인들은 사망자가 8명이 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멀쩡하던 사람이 어느 날 시설에서 준 약을 먹고는 죽었다.” “정신병원에 있을 때 옆방에서 사람이 맞는 소리가 나더니 다음날 새벽 죽어나갔다.” 간혹 사람들로부터 제보를 받았던 내용이다. 이외에도 에바다, 수심원, 양지마을, 소쩍새마을, 은혜원 등의 문제 시설들에서는 하나같이 생활인 의문사 의혹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사건이 밝혀지고 처벌과 보상이 이루어 진 적이 없다.

위 사진:김포 사랑의 집 살인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결성 기자회견 모습 <사진 출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홈페이지>


이번 사랑의 집 기도원의 경우도 경찰에 의해 강제약물투입에 의한 상해치사죄 적용이 청구되었으나, 검찰단계에서 증거부족으로 기소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찰이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를 적용한 이유는 ‘과다 약물 투여로 인해 사망에 이른 것은 사실이나 죽일 의도가 없었거나 죽을지 몰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두 명도 아니고 6명, 아니 8명이나 같은 이유로 죽어갔는데도 상해치사를 적용한 것은 납득이 잘 안 간다. 그나마도 검찰단계에서 과실치사조차 불기소 처분이 났다. 사체 부검이 이루어진 적도 없고 그나마도 다 화장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사인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답답한 상황이다.

김포 사랑의 집 살인사건은 시설장 혼자로는 불가능한, 완전범죄다. 사인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사망진단서를 끊어주는 병원, 가족들조차 사망확인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화장이 가능한 구조, 단지 명단에 이름 석 자를 확인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는 관할 행정청 등의 사회적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시설내 의문사, 실태와 진상 파악 필요

더 이상 이렇게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이 없도록 복지시설과 정신병원에서 발생한 사망사건에 대한 확인절차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시설에서 사람이 죽었을 경우 즉시 경찰과 행정청의 확인을 받도록 절차화해야 한다. 시설내 실종사고에 대해서도 시설장의 책임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조치의 결과가 시설생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통제 강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그동안 이름 없이 죽어간 시설생활인들의 의문사에 대한 실태와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시설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 또는 의혹이 있는 죽음에 대한 신고를 받아 조사를 벌일 수 있는 조사단위를 만들고 시설내 사망사건의 특성을 반영하여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빈곤의 또 다른 이름은 ‘사회적 배제’이다. 빈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배제의 결과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시설에 간 사람들은 대개 빈곤하거나 취약한 사람들이다. 더 이상 사회적 배제로 인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자. 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자.

민간단위에서 이번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고 있는 『김포사랑의집 시설 수용자 살해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대책위원회』는 오는 6월 28일 시설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을 위한 추모제를 준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박숙경 님은 사회복지시설생활인인권확보를위한연대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8 호 [기사입력] 2006년 06월 13일 23: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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