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숙의 인권이야기] 인권은 거리에서 만들어진다!

인권침해감시단 활동을 하며 우리가 배운 것들

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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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미 쇠고기 수입협상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지 보름이 넘었다. 더 이상 시민들이 앉아서 이명박 정부에게 요구하기에는 대통령의 태도가 너무나 냉랭하고 묵묵부답이어서 청와대로 가자며 거리로 나선 지 오늘로 17일째다.

‘불법 촛불집회’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비조직적인 거리시위

촛불집회 개최 3주가 넘는 동안 정부가 언론을 통해 밝혀온 것은 ‘야간에 벌어지는 촛불집회는 문화제가 아니며 정치적 구호가 나오니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말의 반복뿐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실정법 위반이라는 딱지에 아랑곳하지 않았고 급기야 ‘불법’을 강조하던 언론이 정부의 협상절차에 대해 문제의식을 표명하게 만들었다. 나아가 광장에서만 외치던 구호를 거리에서 외치며 청와대로 향했다. 처음 거리시위를 하던 24일 밤, 대책위 성원들은 사람들이 다칠 수 있으니 그만 해산하자고 시민들에게 요구했으나 시민들은 “가려면 당신들이나 가라, 난 여기서 이명박의 답변을 들어야겠다”며 새벽까지 밤샘 토론을 진행했다. 그 후 전경들이 철수했지만 사람들은 남아서 끝장 토론을 했다. 과거 같으면 경찰의 해산명령과 함께 지도부가 협상을 할 수 있었겠지만 지도부가 없는 시위대는 경찰의 강제해산이 있을 때까지 자기 결의로 끝까지 남아있었다. 그리고 여태까지 거리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위 사진:불법집회 공격을 가하던 청계광장의 5월 17일 촛불집회 모습.

스스로의 경험에서 인권을 배우다!

인권침해감시단은 촛불집회 양상이 거리시위로 바뀐 후부터 활동했다. 거리시위를 최대한 막으려는 경찰력 때문에 시민들이 다치고 불법 연행되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감시단 옷을 입고 서 있으면 이것저것 물어오는 시민들이 많았다.

24일 이후 인권침해감시단활동을 하면서 처음 만난 거리시위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아래 집시법)’의 문제점을 모르고 있었고,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불법집회란 폭력이 수반된 집회인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거리시위에 참가한 다수 시민들은 왜 평화로운 집회와 가두행진이 경찰력에 의해 막히게 되는지 의아해 했고 분노했다. 분노하면서도 그들은 ‘집회시위의 권리’를 배우고 있었다. 하나는 경찰폭력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 다른 하나는 몰랐던 나의 인권을 알게 되는 것이었다.

몸은 머리보다 빠르다~

우리가 처음 감시단 활동을 하던 26일 우리는 불법과 합법이라는 경계의 부당함, 경찰폭력의 부당함, 지켜야할 인권에 대해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26일 밤 종로에서 경찰 폭력피해를 진술하던 24세의 남성은 불법과 폭력은 등치되지 않음을 깨닫고 있었다.

“우리는 스크럼을 짜고 거리에서 젼경과 맨 앞에서 대치하고 있었어요. 저희는 욕도 안 하고 폭력도 쓰지 않았는데 전경들은 몰래몰래 팔을 잡아당기고 머리를 잡아채고 했어요. 옛날에 불법시위라는 기사를 보면 당연히 폭력을 썼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우린 정말 평화로웠어요.”

그리고 그날 새벽 경찰이 해산하면서 거리에 있던 시민들이 도로로 밀려나고 많은 여성들이 넘어지고 연행되어 그 피해에 대해 진술을 받는 과정은 교육의 과정이자 소통의 과정이었다. 다리를 다친 27세의 여성 직장인으로부터 진술을 받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참 프락치 논란이 있었고 처음으로 조끼를 입은 우리는 여경으로 의심받았고 본인 연락처를 알려주기를 꺼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제가 경찰에 연행될까봐 인도로 들어오다 넘어진 거지, 경찰에게 맞은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경찰폭력은 아니지요.”
“원래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할 때는 안전하게 해산할 수 있도록 시간과 간격을 주면서 해야 해요. 그런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다수가 넘어진 거니 경찰폭력 피해가 맞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저 말고도 넘어진 사람이 많은데. 저기 쓰레기를 모아둔 곳이 있지요. 쓰레기봉투에 걸려 많이 넘어졌어요.”

그 외에도 시민들이 알게 된 인권은 많다. 인도 통행을 금지하고 서있는 전경들이 앗아간 보행권 제한, 영장 없이 마음대로 찍는 불법 사진 채증, 그리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때리며 잡아가는 불법연행의 문제점 등을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는 집시법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공유하고 거리에서 우리와 함께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거리시위대는 불법집회를 해산하라는 경찰방송에 항의해 “집시법이 불법이다”라는 구호를 연호하기도 했다. 이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권력을 가진 자에 의해 자의적으로 구사되고 있으며 그 경계로 우리의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가 제한되고 있음을 항의하는 것이어서 뜻 깊었다. 또한 헌법과 세계인권선언에 보장된 저항권이 하위법인 집시법보다 우선함을 시민들은 어쩌면 온몸으로 알고 있지 않았을까.

경찰에게 인권을 가르치다

시민들만이 자신의 인권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경찰이 그동안은 지켜야할 인권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들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수동적이지만 약간은 있다. 대표적인 게 미란다 원칙 고지 의무와 해산 시 전경들의 호흡이다. 그동안 집회에서 전경들은 시위자들을 때리며 연행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은 있으며, 해산 시 투입되는 전경들이 과거보다는 질서정연해지고 있다.

“무산자들의 혁명은 유산자들 사이에서 도덕적 계시를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다”는 알린스키의 말처럼 시위대가 더욱 분노해서 지금의 질서마저 무너뜨리기 전에 경찰들이 시민들의 분노를 덜 자극하려하는 것일 게다. 물론 이런 작은 변화보다는 아직까지 과거의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휘관들은 매우 많다. 그래서 조선일보의 군 투입에 지지를 보내는 경찰이 대다수인 것도 사실이다.

법은 투쟁의 결과이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벌인 집시법 개정 서명운동에 많은 시민들이 서명했다. 몸으로 느낀 부당함의 표현이자 빼앗긴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되찾고 싶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물론 한나라당이 다수당인 현실에서 집시법 개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집시법 개정 운동이 의미 있는 까닭은 우리에게 필요한 집시법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나간다는 점이 가장 클 것이다. 나아가 투쟁이 지속되는 한 ‘복면금지, 경찰관의 면책특권’등 작년부터 내놓은 집시법 개악안을 쉽게 건드리지 못하게 막고, 투쟁의 요구를 완전 무시한 개악안은 쉽게 상정하지 못 하게 하는 대중적이고 현실적인 방어선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법은 투쟁의 결과이기에 미미하더라도 우리가 얼마나 잘 싸우느냐에 따라 집회시위의 자유에 관한 권리가 법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우리는 함께 성장하는 시위대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듯이 민주주의와 인권은 거리에서 성장한다. 광장으로 몰려나온 수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들이 서로 소통하며 우리가 지향해야할 사회, 우리가 누려야할 권리를 만들어간다. 그러하기에 시민들의 앞선 민주주의의 실천을 뒤쫓아 가기만 하는 인권활동가일지 모르지만, 시민들과 활동가들이 ‘같은 시위대로서 서로에게 배우는’ 이 거리가 자랑스럽다. 물론 장애인과 에이즈감염인, 여성들을 비하하고 타자화시키는 구호 등 시위과정에서 드러난 빈 부분을 인권활동가들은 함께 거리에 나선 시위대로서 채우려고 할 것이며, 시민들과 소통하려고 애쓸 것이다.

경찰이 지켜야 할 인권 기준과 실천 - 일부발췌(유엔, 2004)

○ 비폭력적 수단이 우선적으로 시도돼야 한다.
○ 폭력 사용에는 억제력이 행사돼야 한다.
○ 손상과 상해는 최소화돼야 한다.
○ 모든 경찰관은 비폭력적 수단의 이용을 훈련받아야 한다.
○ 폭력 또는 무기를 사용한 모든 사건은 상부에 보고해야 하고 조사되어야 한다.
○ 상급자가 폭력 남용을 알면서도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면, 하급자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 불법적인 상급자의 명령을 거부한 경찰관에겐 면책이 주어져야 한다.
○ 자유로운 표현, 집회, 결사 또는 이동의 권리를 보장해야한다.
○ 의견의 자유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한도 부과될 수 없다.
○ 다치고 충격을 입은 모든 사람은 즉각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 상황이 불필요하게 격화되지 않게끔 불법적이라 하더라도 평화적이고 위협적이지 않은 집회들을 관용하라.
○ 군중을 해산시킬 필요가 있을 때는 항상 명확한 탈출통로를 남겨둬라.
○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전술을 피하라.
○ 평화롭고 자유로운 집회에 대한 존중에 분명히 입각한 명령을 내려라.
○ 보증되지 않은 상해, 손상 또는 위험을 야기하는 무기의 사용을 금지하라.
덧붙이는 글
명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07 호 [기사입력] 2008년 06월 10일 16: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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