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다니

[뛰어보자 폴짝] 한 뼘은 커버린 나, 정당한 노동조건을 요구한다

괭이눈
print
여보세요, 삼촌? 우와~ 누군가 했어요. 잘 지내시죠? 저야 뭐~ 헤헤. 지금 어디냐고요? 집에 가는 길인데, 오늘도 늦었어요. 막차 타고 가는 중이에요. 하마터면 놓칠 뻔 했지 뭐예요. 네? 그래도 삼촌 목소리 들으니 피곤이 싹 가시는 걸요!

다른 식구들에게는 비밀로 해 주세요 : 가쁘고 부당한 아르바이트 생활

네~ 늦게 끝났어요. 어제도 그러더니 오늘도 주임(*) 아저씨가 20분이나 늦게 오셨어요. 그래서 늦어졌죠. 내일도 그러면 얘기해봐야겠지만, 솔직히 말하기가 좀 힘들긴 해요. 아직 아르바이트 시작한 지 얼마 안돼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요. 아, 엄마한테 들으셨구나. 네, 이번에 아르바이트를 옮겼어요. 엄마는 이참에 그만 두라 하시지만, 할머니께서 또 입원하신 마당에 그럴 수는 없죠. 차비랑 문제집 값 정도는 제가 알아서 하려고요. 하하, 뭘요~ 이제 어린애도 아닌데요. 그런데 주임 아저씨나 사장 아줌마는, 우리가 그저 친구들이랑 놀기에 모자란 용돈 보태려 아르바이트한다고 생각한다니까요. 물론 친구랑 놀거나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기 위해 정당하게 노력(아르바이트)하는 걸 왜 가볍게 여기는지 따지고 싶지만. 하여튼 아르바이트, 특히 청소년 아르바이트는 제대로 된 일(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틀림없어요! 똑같이 일하는데 아니, 청소년이라고 더 많이 부려먹으면서 아르바이트비는 정말 짜다니까요. 저번 아르바이트하던 곳은 정말 심했어요.

삼촌한테 말 안했었나? 지난번엔 △△뷔페에서 주말에만 아르바이트했었는데 진짜 힘들었어요. 하루에 10시간 넘게 일하고 3만원 벌었어요. 한 시간으로 따지면 3천원 조금 안되는 거지만, 내가 어디서 하루에 3만원을 버나 싶어서 아르바이트했죠. 그런데 돈을 제대로 안 주는 거예요. 그 다음 주말에 아르바이트하러 오면 주겠다고 해서, 열 받는 거 꾹 참고 갔는데 유리잔 두 개 깼다고 그거 빼고 주는 거 있죠. 나 참, 기가 막혀서…. 그리고 엄밀하게 말하면 그거 제가 깬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손님이 깬 건지 원래 깨져있던 건지 금이 간 컵들 챙겼더니 오히려 유리잔 깼다고 아르바이트비를 깎다뇨?!! 그리고 빨리빨리 일 못한다고 어찌나 욕을 해대던지 정말 화가 나서 못해먹겠더라고요. 그래서 관뒀어요. 아, 삼촌이니까 솔직히 말하는 거예요. 엄마한테는 말 안했거든요. 삼촌도 다른 식구들한테는 비밀로 해주세요.

지금 옮긴 데는 어떠냐고요? 큰길가에 있는 대형할인마트인데요. 거기 창고 정리하는 거랑 물건 빼 오는 일인데, 그럭저럭 지난번보다는 나아요. 아직까지는 일 못한다고 욕먹지는 않거든요, 헐. 하지만 마음에 안 들고 화나는 점은 좀 있어요. 저녁 6시부터 밤 11시까지 아르바이트하는 건데 쉴 틈이 전혀 없어요.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보이고 아까 말한 것처럼 주임 아저씨는 원래 일 끝마치는 시각보다 2~30분씩 늦게 끝내고요. 사실 처음에는 일 배우는 기간이라면서, 지금이랑 똑같은 일시키면서 돈을 주지 않기도 했어요. 별 수 없이 이틀을 꾹 참았지만 정말 화나더라고요. 삼촌한테 말하다보니, 내가 어리다고 이렇게 무시해도 되나 싶고 아르바이트하는 게 뭔 죄인가 싶네요, 진짜. 흥!!

네~ 그럼요! 지난번 △△뷔페에서 아르바이트비도 제대로 못 받은 거, 일 못한다고 욕먹은 거, 쉬는 시간 10분 없이 일하는 것이며 모두 부당하다는 건 알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네? 노동부에다가 신고하면 된다고요? 삼촌~ 제가 그걸 모를까 봐요? 헐, 얘기해봤자예요. 제 친구도 아르바이트비 거의 못 받고 심지어 맞기도 해서 노동부에 신고하려 했지만 결국 못했어요. 아르바이트 하던 곳의 주소도 알아야 하고, 우리 (청소년의) 말을 별로 들어줄 것 같지도 않아서 그냥 포기했었다고요. 어찌 보면 노동부가 더 화가 난다니까요.

위 사진: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이 최저임금을 보장하라고 외치고 있어요. [출처: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듣도 보도 못한 최저임금,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에겐 최고임금?!

뭐라구요, 삼촌? 최..저..임금? 최저임금이요? 아니, 처음 듣는걸요. 그러니까 최저임금이라는 것이 이 나라 모든 일하는 사람들(노동자)이, 일한 대가로, 적어도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나라에서 정해놓은 임금(**)이라는 거지요?! 그런 게 있어요? 청소년이고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다니! 그게 지금 얼마인데요? 한 시간에 3,770원? 아니요, 전혀 몰랐어요.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은 걸요. 아마 친구들도 나처럼 모를 테고….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도 최저임금 얘기는 없었고요.

정말 기가 막히네요. 일한 대가로 적어도 이만큼은 줘야 한다는 최저임금이, 우리에게는 감히 품을 수도 없는 최고 임금이라니! 한 시간에 3000원 주는 것도, 어린 너네들한테는 많이 주는 거라며 으스대는 어른들이 너무 짜증나요. 우리 보고 아들, 딸 같다며, 힘들고 귀찮은 일 다 시키면서 그 일에 대한 대가도 제대로 치러주지 않는 어른들 진짜 쩔어요, 쩔어!

그러게요,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에효, 내일 주임 아저씨를 만나도 삼촌한테 얘기한 것처럼 말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뭐~ 삼촌이 그렇게 이야기해주니 좀 힘이 나네요. 헤헤~ 오늘 삼촌이랑 통화, 좀 짱인 듯~ 그럼, 내일 다시 통화하자고요. 건투를 빌어주삼! 아자아자아자~

(*) 주임_ 아르바이트 청소년 관리 책임자
(**) 임금_ 일한 대가로 받는 품, 품삯

내가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어떨지 또는 아르바이트를 처음 했던 때를 떠올려 보세요.
내가 일을 한다니! 돈을 번다니! 마냥 어린애가 아니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맞아요, 정당하게 일을 하고 그 노력의 대가를 받는다는 건, 왠지 한 뼘은 커버린 나를 만나는 듯 신기하고 놀랍게 여겨집니다.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는 기쁨은 그냥 돈을 번다는 것 이상의 뜻을 담고 있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부당한 일에 상처를 입고 화가 많이 나기도 해요. 특히 일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할 때 정말 화가 나는데, 청소년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전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2009년 최저임금을 4000원으로 정했대요. 물가가 오르는 속도를 생각한다면 터무니없지만, 이보다 더 터무니없는 청소년 아르바이트비에 대해 쓴소리를 높여야 할 거예요.

덧붙이는 글
괭이눈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입니다.
인권오름 제 110 호 [기사입력] 2008년 07월 02일 0:12:22
뒤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