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쩌는’ 교육감 선거에 맞선, 캐발랄 청소년들

[뛰어보자 폴짝] 우릴 쏙 빼놓고 우릴 위한다니!

괭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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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서울시 교육감을 뽑는 날

흥! 괜히 심술이 난다. 엄마랑 언니는 투표하러 갔다. 집 잘 지키고 있으라며,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사다 주겠다는 말에 더 화가 난다. 오늘은 서울시 교육감(*)을 뽑는 날이다.

여태까지는 각 학교 운영위원들이 교육감을 뽑았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서울시 교육감을 서울시민들이 직접 뽑는단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난다.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칠 교육감을 뽑는데, 나는 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

7월 26일, 지대로 짱난! 기호 1번 교육감 후보 할아버지

엄마랑 간만에 시장을 보러 나왔다. 집 앞 대형마트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엄마랑 가보았다. 앗, 이번 교육감 선거에 1번으로 출마했다는 교육감 후보 할아버지다! 엄마가 옆에서 ‘저 할아버지가 지금 서울시 교육감’이라고 했다. 교육감은 교장 선생님보다 더 높은 자리라는데, 그런 사람을 직접 보는 게 좀 신기했다! 그런데 1번 후보 할아버지의 연설을 듣고 있자니 슬슬 열이 났다. 초등학교 성취도 평가를 부활시킨 장본인이 바로 자기라며 자랑을 했다. 어릴 때부터 점수와 등수를 매기는 시험을 보고 경쟁을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중학교에서도 진단평가를 봐서 자기 성적이 어떤지 알고 등수와 점수를 높이기 위해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고등학교에서는 이미 서로 경쟁이 붙었는데, 선호- 비선호, 그러니까 ‘가고 싶은 고등학교 - 가고싶지 않은 고등학교’를 구분해야 한다고 외쳤다.

위 사진:경쟁과 등수만이 살아남는 길이래요. 더 이상 쩔 수 없어요!

ㅤㅁㅝㅇ미? 오로지 시험점수, 공부만 외치는 1번 후보 할아버지, 지존 쩔어! 영어 과외에 수학 보습학원, 한자 학습지에 컴퓨터 자격증 공부까지, 초등학교 5학년인 내 사촌동생을 만날 밤 10시까지 공부만 하도록 만든 사람이 바로 저 할아버지구만. 난 만화가가 꿈인데 일단은 공부를 잘해야 한다며, 이제 중학생 됐으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엄마를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어, 나를 ‘방과 후 학교 수학교실’에 등록하도록 만든 장본인도 바로 저 할아버지구만. 수학은 싫다고 불평하는 나한테 지금부터 열심히 하지 않으면 (고등학교) ‘똥통학교’ 간다면서 “그럼 영어마을 갈래? 나중에 외국어고등학교는 어때?”라는 말을 아빠 입에서 나오게 만든 사람이 바로 저 할아버지라는 생각에 분노가 작렬하였다. 저런 연설을, 엄마가 계속 듣도록 해서는 안되겠다 싶어, 얼른 엄마 팔을 잡아당겼다. 엄마, 설마 저 할아버지를 뽑을 건 아니지? 에잇, 공부랑 등수 경쟁만 외치는 1번 교육감 후보 할아버지를 만나는 바람에 재미난 시장보기가 완전 김샜다.

7월 29일, 어떤 교육감 후보에게 한 표를?

역시 방학은 좋다! 오랜만에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인 저녁, 방학 때가 아니면 가능할까? 언니가 우편물 하나를 뜯었다. 우리 식구들 중에 나만 쏙 빼고 모두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 투표안내문이랑 후보들 선전물이었다. 역시나 1번 후보 할아버지 선전물에는 ‘성적 나쁜 학교는 폐교’라는 기사에 빨간 동그라미를 치고 성적으로만 우리를 한줄로 세우겠다고 써 있다. 학교에는 만화가가 되고 싶어하는 나도 있고, 달리기를 킹왕짱 좋아하는 친구도 있다고! 그나마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고 외치는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며, “오로지 성적으로만 줄 세우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외치는 후보 아저씨도 있긴 하다만. 언니가 선전물들을 뒤적이더니 “학교에 얼마나 다양한 아이들이 많은데, 그 다양한 아이들을 몇 과목 성적으로만 판단하고, 등수로만 아이들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려는 거야. 그건 바보짓”이라고 했다. 맞다, 모두를 위한 교육은 몇몇의 똑똑이를 기르는 학교가 아니라 우리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찾아서 행복하도록 도와주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구!

갑자기 답답해져 내 방으로 가서 컴퓨터를 켰다. 마침 유성이가 말을 건다. 유성이가 보내준 그림 파일, 이건 또 ㅤㅁㅝㅇ미?

위 사진:캐발랄 ‘청소년’ 후보 벽보 (출처 : http://csn08.tistory.com/14)

흐흐흐흐, 속이 다 시원하다. 지존 쩐다! 그렇지, 입도 벙긋 말라고 가만있을 우리가 아니라는 말씀. 기호 0번 캐발랄 ‘청소년’ 후보가 내놓은 약속을 보자니 하나같이 끄덕여졌다. 우리들을 위한 교육은, 돈이 많건 적건, 장애를 가지고 있건 아니건, 여성이건 남성이건 누구에게나 다양하고 평등해야 한다. 아직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경제가 발전해야 가능하다고? 천만에! ‘제대로 된’ 교육을 하려는 의지가 없는 게 문제인 거다! 다양한 입장에 있는 아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교육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게, 그래야 학교랑 교육이 분명 바뀔 것이다.

다시 7월 30일, 그래! 한번 해 보는 거야~

엄마랑 언니는 투표하러 갔다. 우리 식구들 중 교육감이랑 가장 연관 있는 사람은 바로 나인데 나는 집을 지키고 있다. 나는, 교육감 선거에 대해, 누굴 지지할 수도 없고 투표할 수도 없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 어려서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면 그만큼 쉽게 설명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교육의 주체이면서 학교의 주인인 우리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교육감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냔 말이다! 아직도 나는 화가 나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별수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와 관련된 일에 대해 나는 쏙 빼고 어른들끼리만 왈가왈부하겠다면… 좋다, 나도 생각이 있다구! 아무도 없는 거실에 누워 가만 가만 떠올려본다. 일단, 가면 쓰고 벽보 들고 투표소에 한번 가봐? 흐흐.

[속닥속닥 귀띔] 캐발랄 ‘청소년’ 후보가 투표소에 떴다!
어른들끼리의 교육감 선거에 썩소를 날리러, 청소년들이 종로구의 한 투표소를 습격(?)할 예정이래요! 우리 동네는 아닌지 한번 잘 살펴보시고요~ 바로 그대, 캐발랄 청소년, 님이 직접 나서주신다면 좀 멋질 듯.


* 교육감_ 각 시/도의 교육 관련 모든 일을 집행(운영)하는 교육청의 장으로서, 아주 중요한 자리랍니다. 교육과 관련한 법이나 규칙을 정하고, 예산을 짜고, 학교 등의 교육기관을 세우거나 폐지할 수 있으며, 시험이나 공부내용 등의 일(교육과정)을 정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특히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데, 서울은 우리나라 인구의 1/4이 모여 있는 거대한 도시이자 수도이기에, 서울시 교육의 방향이 온 나라 교육의 방향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지요.

덧붙이는 글
괭이눈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http://dlhre.org) 활동회원입니다.
인권오름 제 114 호 [기사입력] 2008년 07월 29일 22: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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