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건강권을 후퇴시킨다

[그대 건강권은 안녕한가 ②]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

선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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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부터 정부는 치매나 중풍 등을 앓고 있는 노인성 질환자들의 수발을 보조하겠다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이 제도를 노인의 건강권 보호와 실현의 관점에 서 마련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주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된다. 첫째,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너무 적다는 사실이다. 법에 의한 수급권자는 요양등급 3등급 이내, 즉 중등증 이상의 노인에 한정하고 있어 수급권자는 65세 이상 인구 500만 명의 3%에 불과한 17만 명이다. 즉 대다수 노인들은 여전히 높은 비용부담으로 인해 의료서비스에 대한 경제적 장벽에 부딪치게 된다.
다음으로 노인세대의 신체적, 사회적 특질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년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예방과 재활 및 일상생활의 유지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러나 급여는 요양시설 비용을 지원해주는 시설급여가 중심이고, 집에서 이루어지는 방문 간호 등의 재가급여의 종류가 단순하며, 예방 및 재활서비스는 미비하다.

노인을 수혜 대상으로만 파악

위 사진: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에 앞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홍보하는 포스터
이러한 문제점은 노인건강권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고, 의료비용 일부지원으로만 이해되었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렇다보니 제도 전반에 걸쳐 건강권을 고려한 조문도 별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기껏해야 의료급여수급권자의 본인부담금의 감액(제 40조), 입소자를 학대한 경우에 요양기관지정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제 37조), 비밀누설금지(제 62조) 외에 형식적인 장기요양기관정보의 안내(제 34조), 노인 및 가족의 욕구, 선택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을 추상적으로 선언한 규정(제 3조) 정도이다.
즉, 이 제도는 “예방과 재활을 통한 노인의 독립성과 존엄성 유지”, “익숙한 공간에서의 일상생활 영위” 라는 인권적 차원에서 접근한 제도라기보다는, 노인을 보호와 수혜의 대상으로만 파악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경제적 차원에서 마련된 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렇듯 인권을 섬세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된 정책의 시행은 따라서 시행 초기부터 그 허점을 내보이고 있다.

경증, 등급 외 노인들은 보호 못 받아

먼저,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시행 이후 기존에는 무료 또는 실비로 운영되던 노인 복지시설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이 줄어들었다. 보험수가를 받는 요양시설로 전환할 수 있으므로 지원금을 기존만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시설전환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지원금을 크게 삭감했으며, 이에 따라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더 많은 이용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시설들이 생기게 되었다. 실제로 지난 달 중순에 충주시의 한 요양시설은 지원금 삭감으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시설 폐쇄 신고를 하였고, 그곳에 입소해 있던 노인들은 퇴소를 강요당했다. 이들 중 일부는 연고나 보호자조차 없어 거리로 쫓겨날 지경이라 기본적인 인권조차 위협받는 상황이다.

그나마 1~3등급 이내의 노인은 보험 혜택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복지 예산이 삭감되는 상황 속에서 ‘경증’이나 ‘등급 외’ 판정을 받은 노인들은 결국 보험이나 복지 어느 쪽으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예산을 추가로 배정하여 등급 외 노인에 대해 가사 및 활동지원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발표하였으나, 애초에 수급권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고, 보험제도와 복지의 병행이 아닌 보험으로 복지를 대체하려 했던 점은 여전히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노인의 건강권이 후퇴되는 사례는 ‘협약의료기관제도’에서도 발견된다. 이전에는 노인요양시설 등은 상근 의사를 배치하거나 촉탁의와 계약을 맺어 “주 2회 이상 방문 진료”를 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제도 시행과 함께 노인복지법이 개정되어 요양시설은 굳이 상근의사나 촉탁의를 두지 않더라도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어 입소 노인들을 진료하면 되고, 그것도 “2주에 1회 이상만” 하면 되게 되어 있다. 기존에도 상근의사가 없어 적절한 관리와 진료, 처치를 받지 못하던 노인들에게 의사를 만날 기회가 더욱 줄어들게 되었다. 요양시설에 입소한 노인들의 의사에 대한 접근권을 침해하는 점은 무엇보다 먼저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제공자 중심, 감독 체계의 미흡 등 숱한 문제점들

실시 이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이용자가 아니라 ‘제공자 중심의 서비스’이며, 요양시설의 운영과 서비스의 질 등을 담보할 ‘감독 체계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아직 요양시설충족률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가가 높은 1등급 노인을 선호하고 치매 등 돌보기 어려운 노인을 피하는 등 노인을 선별적으로 입소시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러한 입소 거부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시설이용불편신고센터를 운영하겠다고 하였으나, 인터넷 이용이 어려운 노인들로 하여금 불편신고를 인터넷으로만 접수하게 되어 그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정부의 적절한 개입과 체계적인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요양기관의 차별적 행위, 서비스의 질 하락, 과다한 비급여를 통한 비용부담 증가 등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아직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이 외에도 개선되어야 할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시설과 서비스는 양적으로도 그 확충률이 부족하고, 기관의 영리추구 및 종사자의 열악한 근무여건 등으로 인해 서비스의 질도 하락하기 쉽다. 물론 어떤 정책과 제도든 처음부터 완벽하게 짜이고 시행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이후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 더구나 인권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제도라면 그 개선에 있어서는 더욱 더 인권을 빈틈없이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회권 규약에 따르면 다른 많은 권리들과 마찬가지로 건강권에 있어서도 역행적 조치는 허용되지 않는다. 장기요양보험제도가 기존보다 노인의 건강권을 후퇴시키는 제도라고 당사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지금, 복지부는 인권적 관점에서 그러한 문제제기를 수용해야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선휴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15 호 [기사입력] 2008년 08월 06일 2: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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