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못하는 세상이 돌아왔다 (1)

[벼리 1] 2008년 상반기 공안정국 분석과 인권운동의 과제

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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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마시다가 술김에 울분을 토한 시민이 보안기관에 끌려갔다. 이 사건은 60년대 독재정권 시절 있었던 일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과거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공안탄압은 단발적인 인권침해 사건과 비교했을 때 매우 조밀하게 연속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공안당국 스스로 본분을 망각하는 지경에 이르고 더욱 노골적인 탄압을 낳는다는 점에서 인권침해가 구조화되는 계기가 된다. 한편으로는 인권침해가 일상화되면서 시민들에게 자기검열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과 비판의 가능성이 봉쇄되고 민주주의의 토대가 부식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역사적 후퇴 국면이 된다.

‘공공의 안전’을 내세우며 시민의 권리를 탄압하는 과정인 공안탄압이 최근에는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을까. ‘공안정국’은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정권의 안전’을 위해 중립적이어야 할 공권력을 사용해 정치적 의사를 제압하면서 각종 기본권 침해를 집중적으로 자행하는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공안정국을 유형별로 살펴보면서 문제점과 대응과제를 짚어보자.

위 사진:집시법을 빌어 집회 자체를 불법화하는 경찰의 방침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탄압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집회 참여 자체가 범죄인가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아래 집시법)’이나 경찰력이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경찰은 기본권의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을 오히려 기본권 자체를 침해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현행 집시법은 각종 금지 규정을 두어 손쉽게 집회를 ‘불법’으로 몰아붙일 수 있는 여지를 폭넓게 가지고 있다. 신고제나 옥외집회의 금지 시간과 장소 등의 규정,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라는 포괄적 규정 등이 그것이다. 일몰 이후의 옥외집회는 신고 후 경찰로부터 승인을 얻어내고 나서야 승인되기 때문에 최근의 촛불집회는 모두 ‘불법’ 집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최근 검찰은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가 연행된 시민들에게 100만 원, 많게는 500만 원까지 벌금형을 선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집시법에 규정된 벌칙은 집회 참여자에게 벌금 100만 원 이상을 부과할 수 없다. 검찰은 집회에 참여한 개인에게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지우기 위해 도로교통방해죄를 끌어다 붙이려는 것이다. 집시법도 정의하듯이 집회나 시위가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이는 것은 집회·시위의 본질적 속성이다. 교통소통의 지체 등과 충돌하더라도 그 권리에 대한 본질적 침해가 있지 않다면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검찰의 방침은 집회 참여자들에게 과중한 벌을 선고함으로써 중한 범죄로 느끼게 하고 시민들을 ‘제압’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집시법에서 정의하는 ‘시위’는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다. 즉, 집회나 시위의 본질은 정치적 의사를 위력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집회·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기본권의 행사다. 이는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범죄인 폭행이나 협박과는 다른 행위다. 집회의 해산이나 집회 참여에 따른 처벌은 시민들의 기본권을 막대하게 침해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제되어야 할 것으로 근원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찰은 “인도에 있더라도 끝까지 검거”, “채증해 끝까지 추적, 체포” 등의 입장을 밝히면서 과도하게 경찰력을 사용하고 정치적 의사 표현 자체를 처벌하는 기수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검거 위주의 강제진압으로 지나가던 시민까지 연행

경찰은 6월이 되면서 검거 위주 방침을 강경하게 밝혔다. 현행 집시법조차도 집회의 해산 절차를 규정하고 자진 해산 요청을 원칙으로 삼는 것과는 상반된 방침이다. 집시법 제20조는 “상당한 시간 이내에 자진 해산할 것을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못박고 있다. 자진 해산 요청 후 세 번 이상 자진 해산할 것을 명령하고 그때에도 해산하지 않으면 직접 해산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집회 현장에서 경찰이 해산 절차를 거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8월 16일 새벽 1시경 종로 2가에서는 경찰이 해산명령을 하는 중간에 갑자기 전경들이 달려들어 시민을 연행하려고 했다. 이때 인권침해 감시단이 항의하자 경찰은 “어제 저녁 7시에 소공동 로터리에서 해산 경고를 세 번 했다”는 비상식적인 답변을 했다. 현장에 있는 시민들이 명령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규정을 둔 목적일 텐데 경찰은 그 규정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시민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은 전혀 없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해산명령은 검거의 개시 명령처럼 사용되고 있다. 시위대에 이미 경찰병력을 근접시켜놓은 후 “지금 바로 인도로 올라가지 않으면 물대포 쏘고 검거하겠다”고 말한 후 바로 검거가 시작된다.

마일리지 제도의 도입 방침 역시 검거를 장려하는 경찰 입장이 재확인된 것이다. 2004년 유엔이 발표한 ‘경찰이 지켜야 할 인권 기준과 실천(아래 경찰인권기준)’은 “군중을 해산시킬 필요가 있을 때는 항상 명확한 탈출 통로를 남겨둬라”라고 말한다. 그러나 경찰은 자신들의 해산 명령에 따라 자진해산한 시민들까지 인도에서 체포하고 있으며 15일에는 검거한 후에야 휴대용 색소 물대포를 쏘는 상황도 목격되었다. 이 과정에서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들까지도 연행되는 사례가 최근 발생했다.

왜 잡혀가는지도 모르고 항변할 기회도 없이 끌려가는 시민들

15일 촛불집회에서는 책을 사러 나왔다가 종로를 지나던 시민이 무작위로 연행되고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나온 시민이 옷에 색소가 묻었다는 이유로 바로 경찰에 끌려가는 등 있어서는 안될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연행자들은 체포의 이유도 듣지 못하고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항변도 경찰에 의해 묵살 당했다.

위 사진:집회 참여를 직접 입증하지 않는 색소가 체포의 이유가 되고 있다. 사복경찰은 미란다 원칙의 고지도 없이 시민들을 연행했다.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신체의 자유는 인권의 역사에서도 매우 뿌리가 깊은 기본적 권리다. 그래서 흔히 ‘미란다 원칙’이라고 불리는 과정이 자리 잡힌 것이다. 누군가를 잡아 가둔다는 것은 공권력이 아니라면 바로 범죄가 되기도 하는 엄청난 기본권 침해다. 따라서 공권력이라 하더라도 가능한 한 피해야 하며 최소화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도 자의성을 배제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법에 근거해 집행해야 한다. 영장 없는 체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긴급체포나 현행범 체포의 경우에도 사유를 제한하는 것은 위와 같은 이유다. 신체의 자유를 천명한 세계인권선언 제9조에 관한 유엔 연구는 “법에 정해진 절차가 아닌 절차나 근거에 따르거나, 사람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에 대한 존중과 양립할 수 없는 목적을 가진 법률 조항에 따라 이루어진 것일 때 체포나 구금은 자의적”이라고 정의했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형사소송법 역시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 “피의 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미란다 원칙 고지는 “체포를 위한 실력행사에 들어가기 이전에 미리 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며 “달아나는 피의자를 쫓아가 붙들거나 폭력으로 대항하는 피의자를 실력으로 제압하는 경우에는 붙들거나 제압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일단 붙들거나 제압한 후에 지체 없이 행하여야 한다”는 것이 판례로도 확립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집회에서 경찰이 시민을 연행할 때 헌법과 법률을 통해 규정한 절차를 따른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집회 현장에서의 연행에서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경찰 지휘관은 전경들에게 “잡아”라고 외치며 자의적으로 연행을 지시한다. 전경들은 지시를 받아 움직이지만 스스로 누구를 왜 잡아야 하는지 모른 채 그저 잡히는 사람을 잡게 된다. 전경들이 연행자를 경찰 호송버스에 인도하고 나면 버스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관이 집시법 위반이라며 임의로 체포 사유를 알린다. 실질적인 변명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고 연행자는 이미 물리적으로 구금된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한편, 연행자의 체포 당시 상황에 대한 증거 자료가 되는 검거경위서는 전경에 의해 작성되는데 실제 상황과 전혀 다른 진술들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이 부당하게 연행되는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과정이며 실제로 그렇게 연행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연행되어 48시간 동안 경찰서에 구금되는 것도 문제지만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공권력에 의해 물리력으로 제압당하고 끌려가는 경험과 항의가 묵살당하는 경험은 피해 당사자에게 고문 피해와 유사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남길 수 있다. 연행과 구금 과정에서의 공포나 불안이 정신적 외상으로 남아 개인의 삶에 오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위 사진:경찰관 기동대 창설은 공안통치 종식을 바란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었다. 사진은 91년 백골단의 강제 진압과 폭행으로 강경대 열사가 사망한 이후 전국적으로 불타오른 공안탄압 종식을 위한 운동의 모습. [출처: 성공회대학교 사이버NGO자료관]

공포를 조성하는 경찰관 기동대 창설과 사복 체포조

경찰은 공포의 조성을 오히려 유도한다. 7월 30일 벌어진 경찰관 기동대 창립식에서는 “새로 개발한 선진적인 진압법”이 시연됐다. ‘경찰인권기준’은 “비폭력이 우선적으로 시도돼야” 하며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전술을 피하라”는 기준을 제시한다. 그러나 창립식에서 기합과 함께 시연된 각종 기술들은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제압하는 기술일 뿐이었다. 이를 통해 무리한 검거가 더욱 조장되고 경찰 외부로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경찰은 경찰관 기동대가 전의경 제도 폐지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것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전의경 인력의 감축이 추진되기도 전에 창립하고 창립식에서 ‘진압법’을 선보이는 등의 행태는 ‘백골단의 부활’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적절함을 반증한다. 91년 강경대 열사 사건을 비롯해 수많은 이들이 집회 과정에서 죽음을 맞게 되면서 경찰은 접근전을 통한 공격적 해산방식보다 시위대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도심 진출을 막는 형태로 진압작전을 펼쳐왔으나 최근 경찰의 진압방식은 시민을 적으로 간주하는 선제공격으로 특징지울 수 있다.

게다가 지난 15일 경찰은 사복 체포조를 집회 현장에 투입했다. 집시법에서도 경찰은 집회 장소에 정복을 입고 출입하도록 하고 있으며 옥내집회의 경우는 출입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어떤 목적으로든 집회 현장에 경찰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권한 남용이다. 그러나 사복을 입고 몰래 채증하는 것도 모자라 체포조를 노골적으로 투입한 것은 경찰의 본분을 망각한 증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이날 투입된 사복 체포조는 시민인 척 인도를 걷다가 갑자기 시민을 체포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

집회 현장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직무 수행에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경찰은 정복을 입고 공무를 수행해야 하고 자신의 소속과 신분을 밝혀야 한다. ‘경찰복제에 관한 규칙’이나 ‘공무원증규칙’은 공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이 계급장과 이름표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공무원증의 제시를 요구받은 공무원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분을 밝히라는 요구에 “내가 왜 당신한테 신분을 밝혀야 하느냐”, “당신 아버지 이름을 물어보면 말하겠느냐”는 류의 대응을 하는 실태다. 스스로 공무를 수행하는 자로서의 신분을 망각한 것이다.

공무집행을 내세우는 자들이 공무를 수행하는 자로서의 기본을 갖추지 못하고 자의적인 물리력을 행사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시민들의 두려움을 조장하고 의사 표현의 자유 행사에 제약을 준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이들은 부시 방한 반대집회와 환영집회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 반대집회는 금지하며 원천적으로 봉쇄하면서 환영집회는 ‘보호’하는 등 경찰의 ‘공무’가 매우 ‘자의적’이며 ‘정치적’으로 집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기사로 이어짐)
덧붙이는 글
* 미류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17 호 [기사입력] 2008년 08월 20일 8: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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