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해의 인권이야기] 인권은 상식이다

몰상식+반인권 시대에 부쳐

아해
print
어디 가서 “나 인권운동사랑방 나가요.”라고 말하면 곧잘 듣게 되는 얘기가 몇 가지 있다. “내 인권도 좀 찾아줘”라든지, “너희는 북한인권 안 해?”라든지, “야, 좋은 일 한다.”는 등의 얘기들. 그 중 한 가지가 “인권운동하면 도대체 뭐 하는 건데?” 하는, 뭔가 전문적이고 어려운 일을 떠올리면서 하는 질문이다.
물론 각종 국제규약이나 선언들을 먼저 생각하면 인권이라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인권운동이 국제규약으로 하는 운동도 아닐 뿐더러, 오히려 인권운동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한다는 상식만큼이나 단순한 것일 수도 있다.

자본가들의 몰상식, 비정규직

지난 6일 정부는 기간제, 파견제 노동자의 고용제한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2년 더 연장하고, 파견대상 업무도 현행 32개 업무에서 더 확대하도록 비정규직보호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2년 근무 후 정규직 전환을 꿈꾸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은 단지 2년 뒤가 아닌, 아마도 영원히 멀어졌을 것이다.
기륭전자의 비정규직 투쟁이 1000일이 훌쩍 넘도록, 90일이 넘도록 단식하면서 요구해야 하는 것들은 단지 사람답게 일해보자는 아주 상식적인 요구들일 뿐이다. 8백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인 열악한 노동조건, 차별, 부당해고, 불법파견 등의 문제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채 내놓은 대책은 상식적으로 대책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오히려 2006년 비정규직관련법을 제정하면서 자본가와 정치인들이 말했던 온갖 구실들이 결국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을, 비정규직보호법이 비정규직 악법이라는 사실을 이번 정부 발표를 통해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비판에 저들은 경제가 어렵다, 기업이 살아야 한다, 정규직 때문에 경영이 어렵다 등등의 변명을 한다. 하지만, 그들 말대로 한국사회의 일자리 중 절반이 넘는 8백만 개의 일자리가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어려운 단기적이고 임시적인 작업을 해야 하는 불안정한 일자리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정말 한국사회의 상황이 그러한가? 이런 거짓말을 아직도 우리는 믿어야 하는가?

거짓말들의 목록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는 검역을 제대로 하고 원산지 표시를 반드시 강화하겠다고 호언장담했었다. 지금 과연 원산지 표시는 제대로 되고 있는가? 아니 처음부터 가능하기는 한 일이었을까?
몇 달 동안 촛불집회에서 1500명이 넘는 시민들을 연행해서 입건한 경찰은 배후세력을 찾는다고 구속과 압수, 수색을 남용하고 있다. 촛불집회와 같이 유례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정부가 유례없는 잘못을 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수백 만 명의 국민들이 무법자가 되었을 리는 없지 않은가. 도대체 누가 반성을 해야 하는가.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나라, 아파트들이 분양되지 않아 남아도는 동네에서 그린벨트 구역을 해제하면서까지 추가로 대규모 개발을 한다고 한다. 국토해양부는 바로 전날까지도 계획이 없다는 발표를 했으면서 다음날에는 부랴부랴 그린벨트 개발계획을 내놓았다. 이것이 과연 제대로 된 계획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지은 전원형 주택에 정말 서민들이 살 수 있을까?
인터넷 감시를 강화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마스크도 쓰고 다니지 못하게 하려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개정안,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가입자를 모니터링할 의무를 만들려는 정보통신법 개정안 등 반인권적인 법안을 만들려는 정부와 정당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려고 한다면, 상식적으로 그것이 북한 인권을 위한 법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더욱이 그 정부와 정당이 국제사회에서 대표적인 반인권 법률로 지적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굳게 지키는 세력이라면 말이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FTA가 성사되면 양쪽 모두에게 좋을 것이라고 한다. 농민들이 몰락하고 나면 이젠 우리 식량 사정도 국제정세에 따라 들쑥날쑥하게 될 것이고, 투자자-국가소송제로 공공서비스마저 공중분해 되어버리면 서민들의 생활비는 폭등하게 될 테니, 결국 좋은 것은 돈 있는 사람들뿐이겠다.
이외에도 전자여권, 사이버모욕죄, 종부세 완화 등등 이명박 정부와 거대여당 한나라당 집권 이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거짓말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거짓말, 신자유주의

이런 몰상식들을 뒷받침하는 것에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더욱 커다란 거짓말이 있다. 지금 세계경제가 어렵고 한국사회도 그에 따라 큰 위기라고 하면서 많은 예상과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가 왜 그런 시스템을 견뎌야만 하는지는 도무지 설명이 되질 않는다.
이번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부시정부가 내놓은 구제금융의 규모는 7000억 달러. 7000억 달러면 1300원 환율로 910조원, 자그마치 한국의 3~4년 치 예산에 해당하는 돈이다. 그 정도 돈이 들어가야 하는 상태라면, ‘아, 지금 금융자본 중심의 신자유주의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있구나. 뭔가 달라져야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규제완화, 민영화, 시장개방, 노동시장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문제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위기가 곧 기회이니 망설이지 말고 투자하라는, 아마도 부자들을 위한 전략을 내놓는 사람들을 보면, 저들과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사람들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들에게는 저들만의 상식이 따로 있는 걸까?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갖겠다는 그런 상식이?

우리의 상식을 인권으로 만들어가야 할 때

이렇게 보면 이런 몰상식한 거짓말들을 과연 누가 믿을까 싶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저들의 거짓말에 동의하거나 자기도 모르게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내 집 값은 올랐으면…’, ‘그래도 경제가 어려운데…’, ‘그래도 민영화하면 효율적으로 되겠지…’, ‘그래도 법은 지켜야지…’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처럼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힘든 세상이다. 집구하기 어렵고, 일하기 어렵고, 공부하기 어렵고, 치료받기 어렵고, 맘대로 말도 하기 어려운 그런 세상.
이제는, 저들의 상식이 아닌 우리의 상식으로 인권을 만들어가야 한다. 사람은 살만한 집에 살아야 한다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하고 집회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우리의 상식을 권리로 실현시키는 것은 인권운동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몫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철폐가'라는 노래에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꼭 찾아오리라.” 하는 구절이 있다. 그렇다. 인권은 상식이지만, 우리가 함께 찾아오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상식이다.

덧붙이는 글
* 아해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23 호 [기사입력] 2008년 10월 08일 1:30:54
뒤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