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MB 공안악법 핵심, 국정원 프로젝트

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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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권한 강화와 관련된 법안들의 제정 및 개정을 급속히 추진하고 있다. 8월 28일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한 언론에 “국정원이 체제 정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힌 것을 필두로, 9월 2일 정부가 '비밀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이하 비밀보호법) 제정안을 발의하였고, 10월 28일에는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국가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이하 테러방지법)과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 제정안을, 10월 31일에는 이한성 의원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곧 이어 11월 6일에는 이철우 의원이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이 법안들은 대부분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들임에도, 정부 입법 발의가 아닌 의원 입법 발의 형태로 제출되어 입법예고 절차를 생략하며 발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법안들은 각기 나름의 이유와 명분을 갖고 추진되고 있으나, 야당들과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국정원이 무소불위의 감시/통제 권력을 갖게 만드는 5대 공안 악법들이라며 규탄에 나서고 있다. 하나 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국가정보원법: 국정원의 정보 수집 범위를 무한 확대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은 표면적으로 국제 환경이 변화하고 국가안보의 개념이 확대됨에 따라, 국정원의 정보 수집 범위를 현재의 "국외 정보 및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정보"에서 국익과 관련된 국가정책수립에 필요한 정보, 국가 재난 및 위기를 예방/관리하는데 필요한 정보, 산업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 정보 등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사실상 국정원의 정보 수집 대상은 무역통상, 환경문제 등 “국익” 일반으로 확대된다.

따라서 이를 통해 국정원은 노동자, 민중 운동 및 시민사회와 정치권 등에 대한 국내 정보 수집을 할 수 있게 된다. “국익”과 “위기예방”이라는 모호한 명분 아래 국내 정치를 사찰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개정 방향은 지난 촛불 정국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을 누구 돈으로 샀으며 누가 배후에 있는지 보고해야 할 것 아니냐”고 질타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이렇듯 국정원의 정보수집범위 확대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보기관들이 국내 정치에 개입한 것에 대한 반성으로 지난 10년간 국정원의 활동 범위를 엄격히 한계지어 온 흐름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다. 국정원이 수집한 국내 정보를 바탕으로 통치자는 다시 정보· 공작 정치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치적 운동과 정치적 권리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비밀보호법: 긴요한 정보들을 국민으로부터 격리

비밀보호법 제정안은 이와는 반대로 국가 운영에 관한 정보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을 통제한다. 이 법은 표면적으로는 국가 비밀의 보호/관리에 관한 전 과정을 규율하여 국가 비밀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비밀 관리 업무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가기구의 자의적인 비밀 지정을 방지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비밀보호법안에 따르면 비밀의 범위가 국방·외교 등 전통적인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사항 뿐만 아니라 통일, 통상, 과학, 기술개발 등 “국익”과 관련된 사항으로까지 확대되며, 국정원장이 국가 비밀 보호를 위한 기본 정책 수립 등 기획업무와 국가기구 간 협의업무를 담당하고 대통령, 국무총리 등과 함께 1급 비밀을 지정할 권한을 가진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항 뿐만 아니라 통일, 통상 등 한반도 평화와 국민들의 경제적 조건을 결정짓는 사항들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접근을 차단할 권한과 기회를 갖게 된다.

이렇듯 국민들의 삶을 결정하는 민감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국정원의 통제 하에 들어감에 따라 국가기구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지난 정부에서 미국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 평택 미군기지 확장 합의, 한미FTA 추진 등 국민들의 이해관계에 직결된 사항들이 국민들에게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채 추진되었는데, 비밀보호법안은 이러한 국가의 비밀주의 경향을 공식화하면서 국정원이 주도할 수 있게 한다.

통신비밀보호법: 휴대전화/인터넷 감청과 사용 기록 확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휴대전화에 대한 감청 등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에 가해지는 제한이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치도록 하여 불법적인 통신의 자유와 비밀의 제한 가능성을 차단하되, 지능화·첨단화되어 가는 범죄와 테러 환경에 대응하기 위하여 합법적인 통신제한조치 등은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입안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삼성 X파일 사건 등을 거치며 휴대전화 불법 도청에 어려움을 겪게 된 국정원 등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가 감청 등의 통신제한조치를 위한 설비를 갖추고 통신사실확인자료를 1년간 보관하도록 의무화함으로서 전 국민의 휴대전화/인터넷 사용을 전면적이면서도 손쉽게 감시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이를 합법적인 행위로 세탁하는 것이 이 법안의 핵심이다. 더구나 기술 유출 관련 범죄 혐의를 통신제한조치 대상에 추가함에 따라 기술 노동자에 대한 일상적 감시도 더욱 손쉬워졌다.

이렇게 사생활과 인권 침해의 가능성이 대단히 큰 조치를 가능케 하려면 이를 정당화할만한 실증적인 근거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불법 감청을 지속하며 정치사찰을 해온 국정원에게 합법적인 감청의 권한만을 주는 꼴이 된다. 전 국민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는 것이다.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 민간 정보통신망까지 직접 통제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 제정안은 고도화된 사이버 공간의 특수성으로 인해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국가 전체의 위기로 확대될 수 있으므로, 정부와 민간이 참여한 국가차원의 종합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표면상의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정원장 소속으로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두고 공공 기관이나 민간영역의 집적정보통신시설사업자(ISP, IDC), 주요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포털)로부터 사이버 공격에 대한 보고를 받거나 직접 조사할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아직 국가차원에서 사이버위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나 절차가 없어 사이버 위기시 국가 안보와 국익에 중대한 위험을 끼칠 수 있다'는 법안의 제안 이유와는 달리, 사이버 위기에 대응하는 체계는 이미 존재한다. 2003년 사이버 대란 후에 대통령 훈령인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을 제정되어 국정원이 공공영역의 정보통신망의 사이버 안전을 관리해왔다. 또한 국정원 소속의 국가사이버안전전략회의를 통해 국정원이 민간영역에도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따라서 국가사이버위기관리 법안을 통해 달라지는 것은, 국정원의 직접 관리/통제 하에 민간영역 정보통신망이 포함되는 것이다.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나 포털 등 민간사업자들은 작은 해킹 시도 하나만 탐지되어도 국정원에 통보해야 하며, 이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 사고조사 후 그 결과를 국정원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국정원장은 그 조사결과가 미흡하거나 국가안보 및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경우 직접 사고조사를 할 수 있다. 즉, 데이터센터에 있는 민간의 서버를 국정원이 직접 조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국정원을 감독할 수 있는 절차나 견제장치는 아무 것도 없다.

테러방지법: 국정원이 권력기관의 핵심으로 부상

테러방지법 제정안은 국제적으로 테러 단체의 활동이 늘어나고 UN의 관계 법령 제정 권고가 있어 테러 방지를 위한 국가의 책무와 권한을 규정하고 유관기관 간 협조체제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테러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를 두어 각종 부처장관급들로 구성하고, 국정원장 소속으로 대테러센터(이하 센터)를 설치한다. 그러나 대테러센터의 실무회의가 대책회의의 상임위원회를 지원하도록 되어있어, 형식적인 위계와는 반대로 실무회의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게 되고 그 핵심에 있는 국정원장이 실질적인 권력을 확보하게 된다. 국정원장은 이러한 대테러활동에 대해 국회 정보위에만 보고하면 된다.

대책회의는 급박한 순간에는 대통령 승인 하에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으며 국회에는 사후 통보를 하게 된다. 국회가 이를 철회하게 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대테러센터는 테러예방을 위한 정보 수집 활동을 하며 테러단체 구성원 혐의자에 대해 출입국, 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 테러예방 및 대응활동의 기획/조정을 맡아 관련기관들로부터 테러정보를 통보받아 통합 관리하며, 대책회의의 심의 하에 국가나 특정 지역에 테러 경보를 발령할 수 있다. 또한 필요하면 경찰, 군부대 등으로부터 진압장비 및 인력동원, 자료제공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렇듯 막강한 대테러센터의 조직 및 인적 구성에 대해선 비밀로 하게 된다.

한편으로 국방부, 경찰청, 해양경찰청은 대테러특공대를 설치하여 승인 없이 사후 보고만으로 출동시킬 권한을 주고, 법무부는 대검찰청 내에 테러사건을 전담하는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할 수 있게 하는 등 국정원의 위상 강화에 반발할 수 있는 다른 공안 기구들을 다독거릴 장치들도 잊지 않고 있다.

그려지는 국정원 체제의 밑그림

국정원이 수집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는 국민들의 일상까지 확대되는 반면, 국민들은 자신의 삶을 결정짓고 국가 기구를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정보들로부터 더욱 격리되게 된다. 이러한 정보의 불평등은 권력의 불평등을 낳게 되며, 시민들의 정치적 권리와 민주주의는 더욱 후퇴하게 된다. 이러한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통상 정보, 과학기술 등 모호한 “국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활용하고 있다. 비밀보호법, 통신비밀보호법 등은 국민의 권리를 더욱 제약하면서도 이를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다는 합법적 명분을 획득하게 된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또한 대테러대책회의에 대한 실무 지원과 경찰, 국방부에 대한 기획/조정을 통해 계엄에 준하는 물리력 동원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국정원 권력 집중의 배후에는 정부 권력의 의도가 깔려있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촛불정국에서 국정원의 역할 공백을 질타하였다. 또한 경제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청와대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체제위기론 등 경제적/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비상사태 선포 및 비상체제 가동 등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와중에 이러한 국정원의 전면적 강화가 추진된다는 것은, 현 정권이 경제적/정치적 위기를 국정원 중심의 정보·공작 정치로 돌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한다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정치적, 사회적 권리들은 크게 후퇴될 것이 틀림없다.

덧붙이는 글
* 유성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33 호 [기사입력] 2008년 12월 17일 22: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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