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보자 폴짝] “대설 뒤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겠습니다”

간추린 오늘의 교육 날씨 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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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 인권신문"의 교육 날씨 알림이입니다. 23일, 온 나라에 또 다시 ‘일제고사’ 강풍주의보가 내렸습니다. 이번 강풍이 그치고 나면 곳에 따라 무서운 한파가 몰아쳐 큰 피해가 잇따르지 않을까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일제고사’에다 ‘교사 쫓아내기’까지 돌연 날씨 잇따라

위 사진:무한경쟁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모임 Say-no가 만든 홍보 전단지에요.
일제고사 강풍은 지난 10월 이미 한 차례 갑작스레 휘몰아쳐 어린이, 청소년의 삶터를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일제고사는 온 나라 방방곡곡 모든 학생들이 같은 날 동시에 똑같은 시험지를 풀게 하고 줄을 세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요. 이 강풍은 어린이, 청소년을 무한 경쟁으로 내몰아 ‘꼴찌’와 ‘어중간’들의 삶을 집어삼키는 것은 물론 살아남은 1등조차 성적의 노예로 만들어 불행에 빠뜨리는, 아주 못돼먹은 바람입니다. 자율성과 창의성을 집어삼키고, 학교 말에 무조건 복종하지 않거나 학교가 원하는 재능이 아닌 다른 데 재능이 있는 사람은 본 척도 하지 않아, 교육에서 온기를 빼앗아버리는 차디찬 회오리바람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10년 전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바람막이 둑을 쌓은 끝에, 이 강풍을 겨우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쥐박이’ 한랭전선이 형성되면서 10년 만에 또다시 이 강풍이 부활해 온 나라 학생들을 오들오들 떨게 만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올해 맑은 하늘을 한 차례도 보지 못해 학생들 얼굴이 누렇게 뜨고 성적표만 보면 새하얗게 질리던 차에 일제고사 강풍까지 몰아치니 여기저기 난리가 났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짐작치도 못한 괴이한 날씨 현상이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지난 10월, 여러 학생과 학부모들이 일제고사를 피해 안전지대로 피난을 가면서 강풍의 못돼먹은 행실을 꾸짖었었는데요. 서울지역 교육 날씨를 관장하는 교육감님이 무척이나 괘씸하게 여겼나 봅니다. ‘강풍주의보’를 내려 회오리바람을 피할 길을 알려준 서울지역 7명의 교사에게 가장 먼저 우르르 쾅쾅, 벼락이 내렸습니다. 날씨가 나쁘거나 위험하면 주의보를 내리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일 텐데, ‘주의보’를 내린 교사들이 학교에서 쫓겨나는 날벼락을 맞은 것입니다. 그러자 화가 난 시민과 학생, 교사들이 날마다 서울시교육청 앞에 모여 “강풍도 모자라 날벼락이 웬 말이냐”며 맑은 날씨를 기원하는 촛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학생들 저항 집어삼킬 폭설까지 내려

위 사진:부당하게 쫓겨난 선생님이 하루 빨리 학교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구산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레 담임선생님을 잃어버린 학생들도 갈수록 나빠지는 궂은 날씨에 맞서 한마음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 돌려주세요.” “우린 줄 세우기 교육보다 친구들과 나란히 가는 교육을 원해요.” “일제고사가 싫어서 보지 않은 건 나인데 왜 우리 선생님을 잘라요?” 이들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려 퍼져 온 나라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벼락은 물러가라.” “강풍은 이제 그만!”이라는 거대한 메아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화가 난 교육감과 학교는 천둥, 우박까지 동반한 매서운 눈발을 학생들에게 옴팡지게 퍼부었습니다. 방패를 든 무장경찰이 학교를 빼곡하게 둘러싸더니 안에서는 아무런 말도 새어나가지 못하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우르르 쾅쾅, 우르르 쾅쾅. 학교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우고 점심시간에도 학생들을 교실에 잡아두면서 교장은 크게 호통을 쳤습니다. “가만히 공부나 해!” 담임선생님을 응원하기 위해 남긴 메시지도, 몇 시간째 공을 들여 만든 손 팻말도, 선생님과 만나 맑은 날씨를 기원하고자 했던 발걸음도 눈보라 속에 휩싸였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서울시교육감은 일제고사 강풍을 피해 체험학습이나 등교거부 등 피난길에 오르는 걸 허락하는 교사가 있다면 또다시 ‘해직’ 벼락을 내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궂은 날씨 날려버릴 산뜻, 따뜻한 기압골 찾아와

그러나 느닷없는 강풍도, 벼락도, 폭설도 다른 교육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심장까지 얼어붙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궂은 날씨를 날려버릴 산뜻하고 따뜻한 기압골이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면서 조만간 맑은 날씨를 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커져가고 있습니다.

위 사진:선생님을 쫓아낸 학교가 다시 학생들의 인권을 짓누르자 학생들뿐 아니라 인권단체들이 나서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23일 일제고사 강풍이 또 다시 몰아친 날, 몸이 아프다는 이유 등으로 학교에 가지 않은 학생이 1만여 명을 넘어섰습니다. 공개적으로 시험을 거부한 중 1, 2학년 학생도 40여명. 이번에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는 어린이, 청소년들도 시험 거부에 동참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시험을 보러 간 학생들 가운데도 답안지에 낙서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일제고사 강풍을 잠재울 바람막이 벽을 함께 쌓았습니다. 교사들은 편지를 써 일제고사 강풍에 주의하라는 뜻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하고, 반대의 뜻을 표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은 채 학교에 출근했습니다. 학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인 교사들, 시험 감독 보기를 거부한 교사들, 자기 이름을 공개하고 교육감에게 의견서를 낸 교사들도 많았습니다. 일제고사 강풍이 얼마나 매서운지를 깨닫게 된 시민들도 점점 불어나 강풍은 이제 잠들어야 한다는 외침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23일 일제고사에 반대해 등교거부를 선택한 청소년의 모습.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마음을 OMR 카드에 직접 담았더군요.

호~호~ 경쟁교육을 떨쳐내기 위해 너도나도 입김을 내어뿜으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따뜻한 기압골의 영향으로 따뜻하고 말간 햇살을 조만간 볼 수 있겠지요. 내일 더 화창한 날씨 소식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날씨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배경내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34 호 [기사입력] 2008년 12월 24일 11: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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