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살아남기 위해 죽어야 하는 역설을 끝내야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사건의 발생 원인

미류·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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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다. 2009년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의 한 건물에서 화염에 휩싸여 사망한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불길이 어떻게 번졌고 몸에 옮겨 붙게 되었는지,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과 공포 속에서 누구를 떠올렸을지, 아직은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단지 가난할 뿐이었던 사람들의 생목숨을 앗아간 책임을 이명박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경찰의 살인 진압과 막가파식 개발 정치가 바로 우리 모두를 겨누고 있음을 철거민들은 죽음으로 증언했음을.

용산4구역 철거민들은 작년 3월경 철대위(철거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2006년 4월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된 ‘국제빌딩주변 제4구역(아래 용산4구역)’은 주상복합아파트 7개동이 지어질 예정이고 작년 5월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되었다.
철거를 맡은 현안건설과 호람건설, 두 경비업체는 이미 작년 여름부터 지역에 상주하면서 영업방해, 폭행, 성희롱 등을 일상적으로 자행했다. 이때부터 철거도 시작되었다. 빈집 철거뿐만 아니라 2층에서 영업이 이루어지는 건물의 1층을 부수는 짓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2009년 2월 착공을 목표로 조합과 시공사(삼성물산, 대림, 포스코)가 무리하게 철거를 밀어붙인 것이다.
철대위 구성 이후 이들이 요구한 것은 단순하다. 개발 이후에 세 들어 살 수 있는 곳, 개발하는 동안 머물 수 있는 곳. 그러나 용산구청이나 조합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철대위 회원들을 내몰았으며 개발로 인한 이익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 시공사는 언제나 그렇듯 멀찌감치 수수방관이었다. 생존의 위협에 내몰린 용산4구역 철대위 회원들은 결국 신용산역 인근 상가 건물 옥상에서 농성에 돌입하게 됐다. 첫 농성은 시작하자마자 경찰의 진압에 직면하게 되고 겨우 하루를 넘긴 시간에 완전 진압 당했다.

위 사진:용산 참사의 현장 [사진=빈곤사회연대]


2월 착공을 목표로 철거 밀어붙여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지금까지 사망이 확인된 철거민은 모두 다섯 명이다. 당시 불길을 피해 뛰어내리거나 떨어진 후 병원으로 후송된 철거민들도 중태에 빠져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철거 민에 대한 경찰 진압 과정에서 다섯 명이 동시에 사망한(경찰 한 명을 포함하면 모두 여섯 명의 사망자 발생) 유례없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짚어보자.

첫째, 경찰은 사고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그에 대한 예방조치도 없이 무리한 진압을 강행했다. 인화물질이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사고 가능성을 높였다. 현재 일부 목격자들은 철거민이 던진 화염병이 물대포에 맞아 떨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또 일부는 특공대의 진입 과정에서 발생한 불꽃이 초기 화재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진상조사를 위해 연행자를 접견한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한 연행자는 “특공대가 망루 2층 천장을지탱하고 있던 기둥을 뽑아 천장이 함몰하면서 발전기용 석유통들이 가운데로 모이게 됐다”고 주장해 경찰의 진압이 사고 발생 위험을 높였음을 알 수 있다. 위 주장들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물에 뜨는 시너나 휘발유의 성질에 따라 인화물질이 확산될 우려가 있으며 급조된 망루에 물대포를 퍼붓는 것 자체가 붕괴 사고를 초래할 우려가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동시에 크레인에 컨테이너를 매달아 공중에서 특공대를 망루에 접근시키는 방식은 치명적인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작전이다. 게다가 경찰은 인근에 이미 가져다놓은 매트리스를 전혀 건물 둘레에 배치하지 않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였다. 그렇다 보니 불을 피하다가 바닥으로 추락해 입원 중인 철거민은 현재 생사를 짐작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있다. 이런 모험주의적인 경찰의 진압 방식은 지난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망루 진압 등에서도 반복된 바 있으며 이것이 이번 사망 사건의 일차적 원인이다. 이에 대해서는 현장을 지휘한 김수정 서울지방경찰청 차장과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장이 책임져야 한다. 이번 사건이 “과격 시위의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청와대는 이제 과잉 진압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사실을 부디 깨닫기를 바란다.

경찰특공대가 필요한 다급한 상황이라고?

둘째, 경찰특공대의 무분별한 투입 관행이다. 대테러활동에 대응할 필요를 주장하며 만들어진 경찰특공대가 지금까지 투입된 사례들을 보면 모두 시위 현장이나 노동조합 파업, 철거민 진압 등 대시민진압 활동이었다. 2007년 이랜드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이나 2008년 촛불시위 현장에도 투입된 바 있는 반면 실제 대테러진압활동은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경찰이 대테러대응활동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허구이며, 실제로는 시민들이 생존권을 주장하며 벌이는 집회 시위나 파업 등을 진압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경찰특공대가 대시민 활동에 투입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

셋째, 경찰이 철거 현장이나 노동 쟁의 현장에 투입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용산4구역 철거민들이 농성에 들어간 것은 자신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절박함을 호소하면서 협상을 풀어나가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 경찰병력이 투입되어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 대개의 경우 경찰은 시민의 안전이나 위험 발생 우려 등을 명목으로 현장에 투입되지만 농성자들이 농성 장소 밖으로 위협적인 행위를 하거나 자신들의 안전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를 하는 경우는 없다. 경비업체 용역 직원들과의 마찰이나 충돌을 빌미로 중재자처럼 개입하는 경우도 있으나 실제로 경비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은 경찰에 있어서 경찰은 병력을 직접 투입하지 않고 충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오히려 철거 현장이나 노동쟁의 현장에서 농성자와 용역 직원들의 대치는 경찰의 방조와 묵인에 의해 조장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찰력 투입은 정권이 무력을 사용해 민중들의 권리를 짓밟는 것으로, 시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경찰의 본분을 망각하고 틈만 나면 강경 진압을 독려하는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 어청수 경찰청장,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김경한 법무부장관,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위 사진:용산구청은 철거민들의 민원을 생떼거리로 내몰았다. [사진=바리 님]


여기서 더 나가 철거현장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문제를 살펴야 한다. 이는 이명박 정권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개발만능주의와 현재 개발정책의 문제다. 용산4구역 철거민들이 1년 가까이 투쟁해온 이유와 그렇게 투쟁해오는 동안 한 번도 협상 테이블에 앉아볼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개발사업에서 세입자 대책이 매우 부실하기 때문이다. 오랜 철거민투쟁의 역사에 힘입어 세입자에게 임대주택 입주권이 제공되기 시작했지만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개발구역으로 지정되기 3개월 전까지 전입신고가 되어있는 세입자에게로 한정되어 비현실적이다. 또한 개발사업 구역 대부분이 주변에 비해 낙후하다보니 세입자들의 비율이 높은 데 반해 개발사업에서의 임대주택 건립비율은 17%를 넘지 않고 비용부담도 커진다. 특히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용산 4구역은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으로, 고급 주상복합건물을 세우면서 임대주택을 건설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도시환경정비사업은 도심 내 상업지역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데 반해 한국의 개발사업 제도에서는 상가세입자에게 일시적인 영업보상 외에 아무 것도 보장되지 않는다. 한국은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편이기도 하며 개발사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상가세입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는 최근 철거민들의 투쟁에서 매우 주요한 의제가 되어왔다. 실제로 상가세입자들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권리금의 문제, 단골을 형성하면서 이루어온 관계가 해체되는 문제, 지역의 성격이 바뀌면서 재입주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업종을 유지하기 어려운 문제 등 매우 복합적인 문제를 겪게 된다. 즉 개발사업을 통해 생계를 아예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다. 세입자 대책은 개발로 인해 잃게 되는 모든 생활가치들을 보상하고 개발 이후의 안정적인 주거와 생계 유지를 보장할 수 있도록 확립되어야 한다.

세입자 대책이 전무한 개발정책

둘째, 세입자가 개발사업의 진행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없기 때문이다. 세입자대책이 부실한 이유는 한국의 개발사업 제도가 여전히 세입자를 지역 주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은 한 지역을 송두리째 바꾸는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막상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세입자는 없는 존재가 된다. 개발사업에서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임대차 관계에서도 세입자는 보증금에 대한 채권을 가진 존재일 뿐, 주거권을 가진 존재로 인정되지 않는다. 소유주의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 요구나 퇴거 요청에 세입자는 속수무책이다.
주거권은 재산권과 달리 인간이라는 존재 조건, 거주 사실 자체에서 비롯되는 권리다. 각종 국제인권규약에서 소유 여부와 무관하게 점유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도록 하고 강제퇴거를 심각한 인권침해로 규정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따라서 세입자는 거주하는 공간의 조건이 달라지는 개발 사업에 대해서 당연히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개발 사업은 재산의 관리처분 사업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빈곤의 심화를 막는 사업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적당한 수준의 세입자대책과 세입자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강제퇴거가 이루어지는 것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셋째, 한국의 개발사업 제도는 토지나 주택의 소유자가 조합을 설립해 추진하는 합동재개발 방식을 띠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얼마든지 다양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지만 조합재개발 방식이 건설자본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주택 및 토지 소유자들로 구성된 조합은 시공사 선정 권한을 갖는 등 개발의 주도권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금조달 과정에서 시공자로부터 차입하거나 시공자의 보증을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개발사업 자금을 확보할 수밖에 없어 시공자의 영향력이 막대한 구조다. 조합원들조차도 개발 사업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아 개발사업의 막바지로 가서야 개발이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영세가옥 소유주나 소규모 토지 소유주는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해 재정착을 포기하게 된다. 최근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용면적 80㎡의 주택에 207만 원의 소득을 버는 평균 가구가 정비사업 후 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요구되는 소득 수준은 정비사업 전과 비교해 3배 이상이었다.
건설자본은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의 이익을 보려 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구역 전체를 철거하는 전면철거방식을 선호하게 된다. 또한 조합은 경비용역을 동원해 주민들에게 폭행과 협박을 일삼으며 하루빨리 철거민들이 사라지기만을 고대한다. 철거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건 저항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개발은 가난한 사람들의 생명과 인권을 담보로 건설자본을 살찌우는 사업일 뿐이다. 이처럼 민간자본 위주로 추진되는 개발사업 제도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순환식 재개발을 원칙으로 하고 공공의 책임 아래 추진되어야 하며 모든 주민의 퇴거가 완료되기 전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금지해야 한다. 건설경기 부양을 명목으로 공간의 사유화를 심화하는 이명박 정권의 각종 개발정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위 사진:사진= 빈곤사회연대


이명박 정부는 개발정책을 즉각 중단을

사건 발생 후 바로 경찰은 화재의 원인이 철거민들의 화염병 투척 때문이라며 확인되지도 않는 사실을 유포하고 사건을 왜곡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경찰이 진압을 시도했다는 점 자체이며 세입자의 주거권이 인정되지 않은 채 건설자본의 손아귀에 모든 것이 달려 있는 개발정책 때문이다. 이 사건은 국가와 자본이 민중에게 가하는 폭력을 극적으로 보여줬을 뿐이다. 이미 너무 많이 발생해온 사건이며, 이와 같은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똑같은 사건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더 이상 죽어나가지 않겠다는 다짐이야말로 죽음을 무릅쓴 투쟁의 이유가 되는 이 역설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미류·유성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37 호 [기사입력] 2009년 01월 21일 20: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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