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로 물구나무]거친 세상에서 널 보호해줄게

청소년 보호주의와 순결주의

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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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동대문구청씨
친절히 지도까지 보여주며 출입을 금지한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은 어떤 곳인가? 연중무휴로 24시간 여성들이 2교대나 3교대로 성판매와 성구매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또한 청량리역과 대형 백화점이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있어 하루에도 수백 대의 차량과 사람들이 통행하는 차로와 보행로의 기능도 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의 다른 동네처럼 성판매 여성 뿐 아니라 쪽방, 여인숙 등에서 하루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중한 주거지이기도 하다. 비록 더럽고 비도덕적인 공간으로 낙인찍혀 재개발로 사라질 운명이지만 말이다.

청소년 보호주의와 순결주의
이러한 곳에 행여라도 ‘호기심이 많고’,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한 청소년’이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싶었는지, 구청에서는 안내판을 큼지막하게 붙이고 붉은색으로 강조까지 했으리라. 하지만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안내판 하나에는 이 시대 청소년에 대한 보호주의와 순결주의가 오롯이 들어있다.

'보호'는 '통제'의 유용한 수단으로 쓰이면서 일제고사에 순응케 하고 해직교사를 못 만나게 하고 집회 장소에는 학교차원에서 원천봉쇄를 하기도 한다. 청소년을 미성숙하고 충동적인 '약자'로 위치시키면서, ‘가지 말아야할 곳, 하지 말아야할 것, 만나지 말아야할 사람’ 등을 알려준다. 정말 친절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청소년'이 국가와 가부장제를 존속시키는 허상인 '정상 가정'을 배반하는 장소인 성매매집결지를 지나가는 일을 금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러한 금지주의는 청소년들에게 학교에서 집단으로 순결서약을 하게하고, 이것이 자신을 참으로 소중히 여기는 방식이라고 강요하는 순결 교육과 연결되어 있다. 강요된 순결주의 어디에도 ‘자기결정권’은 보이지 않는다.


법으로 금지된 ‘불심검문 불응 권리’는 어디에?
게다가 ‘신분증 제시에 응해’야 하는 미션까지 단서로 달아놓았으니 청소년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혹시나 앳되고도 5년 아래로는 보이는 동안을 가진 외모의 소유자라면 불쑥 신분증 제시를 요구당할 지도 모른다. 불심검문에 대한 불응은 경찰관직무집행법 3조 2항에도 명시된 권리이지만, 이곳은 ‘치외 법권 지역’인가 보다.

만약 최근 경찰이 추진한다는 ‘불심검문을 거부할 시, 경범죄로 처벌’이 실시된다면 처벌될 수도 있다. 그러니 이제 사생활에 대한 권리도 포기한 채,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신분증을 훌렁 까줘야 하는 걸까?
덧붙이는 글
깡통님은 성매매없는 세상'이룸'의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40 호 [기사입력] 2009년 02월 17일 2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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