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1] 경제의 위기를 인권의 기회로

경제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인권운동의 전략

박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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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권의 후퇴와 공안기관의 강화에 대응하는 민주주의 투쟁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된 경제위기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금융 경제위기는 실물경제로 옮겨가면서 국내에서도 각종 경제지표의 위기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단지 경제지표만의 위기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까지 큰 위협으로 다가가고 있다. 사람들의 삶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불만도 높아지고 있는데 정부는 이러한 대중들의 불만이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와 같이 저항으로 조직되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경계는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과 같이 민주화 운동 이후 최소한의 민주주의적 절차로 여겨졌던 자유권에 대한 무시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촛불시위에서 적극적이었던 인터넷 공동체와 네티즌들을 대대적으로 탄압해왔고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법 제정 등 각종 제도적 조치들을 시행하거나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터넷 논객이었던 미네르바 구속 사건은 이에 대한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대테러방지법 제정, 국정원법 개정 등을 통해 공안기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려 하고 있는 점은 더욱 우려스럽다. 이러한 자유권의 후퇴와 공안기관의 강화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활동이 필요하다.

위 사진:<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민주화 운동 이후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사회운동은 집회·시위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 등과 같은 자유권 운동을 부차적인 운동과 요구로 인식해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경제위기에 따라 국가폭력이 증가하고 공안기관이 강화될 것이 예상되는 지금 자유권 운동은 더욱 절실한 사회운동의 요구가 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재평가하면서 현재의 민주주의를 둘러싼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중들이 스스로 민주적 권리를 깨닫고 민주적 질서를 만들어나갈 때 비로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시련 속에서도 더욱 든든하게 진보해나갈 수 있을 것이며 후퇴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사회권의 전반적 후퇴 상황에서 노동권의 후퇴에 더욱 주목하는 사회권 운동

경제위기 상황에서 사회권은 전반적으로 후퇴하고 있다. 특히 노동권의 후퇴는 더욱 현저하다. 경제위기에 따라 더욱 고용관계 상 불안정한 노동이 증가하고 있고 기존 일자리마저도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이 많아지는 등 노동의 질에 대한 저하도 심각하지만 노동할 권리 자체가 보장되지 않는 실업/반실업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최근 들어 실업률의 급격한 증가가 이를 증명하고 있는데, 실업과 소득 감소에 따라 사회적 빈곤은 더욱 확대 및 심화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노동권 운동이 ‘임금 협상’과 ‘비정규직 철폐’로 대표되는 노동에 대한 권리를 둘러싼 투쟁이었다면, 이제는 실업/반실업과 불안정노동 등 노동할 권리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인권운동의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실업 문제와 불안정노동 문제를 개별적인 사안과 운동이 아니라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는 노동권 운동으로의 전략이 모색되어야 한다. 실제로 불안정노동과 실업은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 더욱 불안정해진 비정규직 노동자나 일용직 노동자 등 불안정노동자들은 항상 고용과 실업의 경계 위에 있다. 그런 점에서 실업운동과 불안정노동운동은 동일한 맥락으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실업운동과 불안정노동운동이 주체와 조직 등 구체적인 활동 방식에서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불안정노동운동의 역사와 경험에 비해 실업운동은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업운동을 더욱 적극적인 운동의 기획으로 만들어갈 필요도 있을 것이다.

경제위기에 따라 사회권의 후퇴와 더불어 인권의 개념 역시도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주거권, 건강권 등과 같이 사회권의 영역에 속하는 많은 권리들은 이제까지 권리로서 인식조차 되지 못해 왔는데, 경제위기 국면에서 사회권이 전반적으로 후퇴하면서 이러한 영역들은 더욱더 인권 침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상황이 인권 침해 상황으로 인식조차 되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이다. 하지만 인권의 후퇴와 함께 인권의 개념에 대한 논쟁으로 인권에 대한 해석의 가능성이 열림에 따라 인권의 새로운 개념이 재구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2월 발표된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 보고서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주거 현실이 더욱 침해되고 주거권의 개념이 더욱 협소해질 가능성도 있지만, 오히려 현재의 주거 시스템을 점검하고 인권에 기반을 둔 주거권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회적 소수자운동과의 연대를 통한 진보의 재구성, 다양한 주체화 경로 모색

위 사진:<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경제위기에 따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은 강화되고 있다. 특히 여성과 이주노동자 등과 같은 노동주체에 대한 노동권적 차별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정규직/비정규직과 같은 노동자 분할 정책의 일환으로서 사회적인 차별과 배제를 이용해 노동자를 분할하려는 시도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실제로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저해하고 있는데, 이에 이용되고 있는 차별과 배제에는 가부장제와 정상성 이데올로기 등과 같이 자본주의적 모순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모순들이 활용된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원인이 사회적 소수자로 지목되거나 혹은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소수자들을 가장 손쉽게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그들에 대한 사회적 공격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이 여성,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 등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위기를 야기한 신자유주의 체제와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져야 한다. 사회운동이 사회적 소수자 운동과 결합하거나 혹은 연대하지 못했을 때 경제위기로 인한 대중들의 불만은 소수자에 대한 공격으로 왜곡되어 드러날 우려가 있음은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다. 최근에도 경제위기에 따라 전 세계 곳곳에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공격이 증가하고 있고, 여성/장애인 노동자 등은 위기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되고 있다.

사회운동이 소수자운동의 문제의식을 통해 자신의 운동 의제를 확장하지 못하거나 소수자운동과의 연대를 계속 부차화할 경우 사회운동 내부의 민주주의와 평등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모든 이들의 해방을 지향한다는 사회운동 안에서 또 다른 소수자들을 억압하거나 배제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진보’와 ‘해방’에 대한 질문과 사회운동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노동자운동에서 여성노동자운동이 부차화되고, 범민련 남측본부가 성소수자운동을 고의적으로 무시하며, 최근 민주노총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 등과 같은 일련의 사건은 우발적이고 우연적인 특수한 사건이 아니다. 이는 소수자운동과 만나지 못한 사회운동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운동의 확장과 연대는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우선적인 것임이 다시 한번 확인되어야 한다.

또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주체화하는 과정은 노동자/여성/비정규직/성소수자 등으로 구분되는 하나의 정체성에 한정되거나 개별화되어있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이자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과 같이 다양한 정체성이 공존하는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현실에서는 훨씬 높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노동 관계의 주요한 형태로서 노동자운동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양한 특성으로 정체화하는 주체들에 대해 사회운동의 의제 역시 더욱 다양해져야 하며 다양한 영역의 운동들이 개별적이고 고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만나고 교차하면서 연대할 필요가 있다. 연대를 통한 운동의 확장은 이 점에서 또 다시 제기된다.

새로운 저항주체의 자발적 발생에 적극적 연대

대학생운동의 축소, 청소년운동의 성장, 비정규직 노동자/청년실업자의 증가, 사회운동 의제의 다양화 등으로 인해 기존의 운동이 포괄하지 못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또 한 편으로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교환과 소통을 통해 사회에 대한 인식이 고양되고 저항주체로까지 조직되고 있는 소위 ‘네티즌운동’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로 드러난 후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MB악법 저지, 용산참사사건 등과 같은 사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의 정치 활동은 국가에 의한 극심한 탄압으로 많이 위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여러 담론과 이데올로기들이 교차하며 주체들이 형성되는 공간으로서 진보운동의 적극적인 연대가 필요하다.

경제위기는 사회변화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점에서 인권운동에게 기회일 수도 있지만 기회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기회는 어디까지나 인권운동이 얼마나 적절히 대응하고 위기에 대한 전망을 제시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경제위기에 대한 근거 없는 희망만으로는 어떠한 기회도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얼마나 신중하면서도 과감하게 실험하고 있는지 우리 자신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덧붙이는 글
박석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45 호 [기사입력] 2009년 03월 25일 19: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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