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 비친 인권풍경] 서울시정책으로 제2의 용산이 될까 두렵다

시청광장 지하보도 상인들의 생존권은 어디에

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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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모순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시청광장 지하보도 상인회 회장 안현수 씨는 서울시의 공개경쟁입찰방식에 대해 그 목적과 방식이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2002년, 시내 29개 지하도 상가 2780개의 점포에 대해 기존의 일대일 계약 방식에서 민간 위탁 운영을 하겠다고 발표하자 상인들은 반발했다. 상인들의 반대로 사태는 일단 5년 재계약으로 대충 마무리됐지만 5년이 지나고 계약이 만료된 작년 4월 또 다시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결국 서울시는 계약 만료 후에도 나가지 않은 상인들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했고, 상인들 역시 민간위탁운영에 있어 서울시가 특정 업체와 유탁한 의혹이 있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을 고소했다.

서울시와 상인연합회와의 갈등은 점점 심해졌고 현재 강남역, 강남터미널 1,2,3구역과 영등포역 5군데만 민간위탁 하기로 결정된 상태다. 나머지 24개 지하도에 대해서는 3년 계약 연장을 했다. 하지만 나머지 24개 지하도 상가도 연장 계약이 완료되면 위탁 경영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상인들은 서울시가 몇 십 년 간 점포를 꾸려온 데에 대한 존중과 보상은 하지 않고, 암묵적으로 용인되던 권리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 한 채 쫓겨나야 할 상황을 그냥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위 사진:시청광장 지하상가 여기저기에 서울시 정책을 비판하는 문구와 포스터가 붙여있다.

대기업에게 유리한 경쟁입찰이 기회균등인가

다음은 지하도상가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시설공단이 일반 경쟁입찰로 일괄 전환한다고 밝힌 이유이다.

“지하도상가는 운영권이 소수에 독점되어서는 안 되는 공유 재산으로 일반시민 누구라도 운영 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특히 지하도상가의 관리에 사용되는 재원이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만큼 일반경쟁입찰을 통한 기회균등이 제동되어야 한다. 서울시 지하도상가 임대료는 현재 지하철 역사 등 인근주변 상가보다 최소 2배 이상 저렴하다. 이를 현실화시켜 공유재산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서울시의 입장은 기회균등을 위해 공유 재산을 공개경쟁입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정한 방식인데도 불구하고 상인들은 이기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걸까? 안현수 회장은 “공개경쟁입찰은 공정한 방식이 아니다”고 말하면서, “서민에게 혜택을 주려고 하는 거라면 개별점포입찰을 해야 한다.” 고 말한다.

시청 광장 지하보도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ㄱ씨는 “공개입찰을 한다는 게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는, 큰 그룹에 민간위탁을 해서 전체를 떠맡아서 운영권을 주겠다는 거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서민들은 비싸서 못 들어온다.” 공개경쟁입찰을 하는 순간 불공정한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공개적으로 누구나 경쟁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입찰에 참가하고자 하는 업체가 갖추어야 할 조건이 대기업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시가 특정업체와 유착했다는 의혹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울시에 대한 상인들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차라리 상인단체에 공사를 일대일 계약으로 맡기라는 것이 상인들의 요구이지만 서울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하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ㄱ씨는 “공유재산을 얻어서 오래 있었으니까 이제 그만 나가고, 다른 사람이 들어오도록 자연스럽게 로테이션 되는 거면 이해가 되고 또 그게 맞다고 본다. 그런데 서울시는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만인이 사용할 수 있게끔 공개입찰을 하겠다고 하니까 서민들이 듣기에는 되게 좋아 보인다. 그렇게 서민들이 써내면 들어가겠구나 싶은데 그게 아니라는 거다. 비싸서 못 들어간다.”

실제로 대구 지역 중심가인 동성로 중앙지하도상가가 2000년 공개경쟁입찰에 따라 민간회사가 리모델링을 한 뒤 보증금과 임대료가 배로 뛰고 규모가 늘어 점포수도 줄어들었다.

제소전화해조서는 기존 상인을 내보내는 절차일 뿐

서울시의 태도에 의혹을 제기한 또 다른 사건은 ‘제소전화해조서’다. 공개경쟁입찰이 확정된 5개 구역 외의 24개 구역은 3년 계약 연장이 결정됐다. 이때 연장 조건으로 서울시는 상인들에게 제소전화해조서 작성을 제시했다. ‘제소전화해조서’란 명도소송의 확정판결문과 같은 효력을 가진 문서다. 3년이 지나고 계약이 만료돼도 상인들이 나가지 않으면 지금처럼 명도소송까지 갈 필요 없이 상인들은 내보낼 수 있는 문서이다.

이에 대해 지하상가에 문구점을 운영하는 안현수 씨는 “이건 노비문서와 마찬가지다. 오세훈 시장을 두 번이나 직접 찾아가서 본인이 이걸 상인들에게 받아오라고 지시했는지를 물었다. 겉으로는 상인 보호한다고 하면서 이참에 상인들을 깨끗이 몰아낼 참” 이라며 “이젠 타협도 없고 무조건 나가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취지인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 보호에 위배되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서울시가 지하도상가 상인에게 강제로 이행각서를 요구하려는 내용이 현실 법의 취지에 어긋나고 임차인의 권리를 배제 또는 제한하는 내용”이라며 시정 권고조치를 내렸다.

위 사진: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책을 비판하는 포스터

서울시는 다시 제2의 용산 참사를 불러오려는가

깊어질 대로 깊어진 갈등의 상황에서 이제 상인들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는 권리금 보상이다. 권리금은 법적으로 인정이 안 되기 때문에 상인들은 보증금만 받고 가게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ㄱ씨는 “나도 집 한 채 값의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다. 강남은 5억 넘기도 한다고 하고, 그것까진 잘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 입찰해서 팔고 나가는 것도 아니고 상인 대부분이 많은 권리금을 내고 들어왔다.”고 한다.

현재 서울시는 상인들의 권리금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ㄱ씨는 “권리금을 주고받는다는 걸 서울시가 몰랐을 리가 없다. 지금껏 아무 제재 없다가 이제 와서 법대로 한다는 이유로 상인들 먹고 사는 문제는 다 무시하고 나가라고만 한다.” 며 서울시가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해결하는 태도라며 비판했다.

도시지하상가 상인 집회에 참가한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는 “위탁업체만 떼돈 벌고, 임대료 올리고 상인들의 재산권은 박탈된다. 인천시는 상인조합에 지하상가 관리를 넘겼다. 왜 인천처럼 하지 못하는가.“라면서 오세훈 시장을 질타하기도 했다.

지하도상가 상인들의 문제는 결국 영세상인의 문제다. 상인들은 그러잖아도 장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서울시와 싸움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 매우 지쳐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상가를 제외하고는 경기불황이라 장사가 안 된다. 말로는 영세상인들 보호하자면서 실제로 하는 정책은 어떤가. 지금 여기 시청 지하도 상인들 중에는 신용불량자도 많다.” (상인 안현수 씨)

“사실 여기 시청 지하상가 상권도 죽었다. 거기다 권리금 보장도 못 받고 서울시가 나가라고 한다. 나도 빨리 대책을 세워서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 외국 같은 데는 전통적으로.. 뭔가.. 역사를 인정해주고 상가를 보호해주는 게 있는데, 서울시 정책은 옛날 건 다 무시해서 없앤다. 쉽게 말해, 눈에 보이는 일만 한다. 저기 건물섰다. 저기 뭐 심었네. 서민들이 어려운 건 눈에 안 보이나 보다.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상인 ㄱ 씨)

무엇보다 서울시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의 우려는 결국 강제 퇴거로 이어질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제 2의 용산참사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법의 취지까지 헤아리지 않는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공공기관과 국민 간에 깊어가는 불신을 만들고 있다.


덧붙이는 글
윤미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53 호 [기사입력] 2009년 05월 20일 1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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