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의 인권이야기] 우리가 공장에 남아 있는 이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옥쇄점거파업에 부쳐

이재영
print
우리는 모두 노동자이다

노동자들의 땀과 힘이 서려있는 공장이 멈춰있다. 아니 공장은 새로운 기운이 솟아나고 있는 셈이다. 회사의 일방적인 정리해고에 맞서 ‘공장점거파업’에 들어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만드는 새로운 기운이다.

평택에 있는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과 공장 곳곳에는 거대한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이명박 정권이 저항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컨테이너가 이제 노동자들의 투쟁을 사수하기 위한 물건이 되어 공장에 놓여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보면 굴뚝이 보인다. 사람 세 명이 보인다.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손을 흔들고 구호를 같이 외치기도 한다. 이 세 사람은 6월8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가기로 했다. 5월 13일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농성에 돌입한 세 사람들이 6월 8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회사측의 야비한 술책을 개탄하며 밥과 물, 약을 올려주던 생명과도 같은 밧줄을 끊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헬기를 동원해 파업중단을 호소하는 삐라를 뿌리고 그것도 모자라는지 언론보도에는 ‘파업이 폭력적’이라며 노동자들이 ‘함께 살자’는 노동자들의 외침을 왜곡했다.

우리에 필요한건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 모두는 어느 공장에서, 어느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가 아닌가.


안녕하세요. 저는 쌍용자동차의 노동자입니다.

4월 8일, 전체인력의 36퍼센트인 2646명을 감원한다는 쌍용자동차의 구조조정 계획이 <쌍용자동차 경영 정상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습니다. 400여명에 대한 순환휴직 실시와 인력구조조정을 통한 1360억 원의 절감, 남은 인력의 임금 삭감과 복지축소로 다시 960억 원을 절약한 모두 2320억 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방안이라고 회사는 말했습니다. 저는 잘 모릅니다. 옆에 있는 동료는 사측의 방안은 회생방안이 아니라 우리를 희생시켜서 회사를, 채권자를 살리는 무식한 방식이라고 열을 냅니다.

저는 12년 동안 쌍용에서 일했습니다. 평택에서 터를 잡고 결혼을 했고, 이젠 자동차 유지비 걱정하며 살 수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회사가 방안이라고 내놓은 것에 대해 나는 그저 옆에 동료에서 물어보고 듣고 있습니다. 듣다보니 짜증나는 것도 많고 어이가 없는 것도 많아졌습니다.

어제는 현대차 노동자들이 와서 98년 현대차 투쟁의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가셨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느낀 건, 항상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경영이 어려워지면 나 같은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구나, 그게 11년 전이든, 지금이든 바뀐 게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회사가 어렵다는 소문이 많이 들려왔습니다. 누구는 노동조합에서 무언가를 준비하며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누구는 잠시 어려운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그저 일하고 동료들과 이야기하고 임금을 꼬박꼬박 받으면서 사는 재미로 살고 있었지요.

그런 재미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던 나에게 해고는 정말 먹먹한 일입니다. 회사가 어렵다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서 한번 살려보자라고 했던 2646명의 노동자들이 한 순간의 절망의 늪으로 빠졌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일할 때 회사는 같이 살자, 고통을 나누자, 곧 괜찮이 질 것이다라는 말을 하더니 상황이 악화되니 ‘해고’라니요.

길게는 20년, 짧게는 몇 년 일한 회사에서 쫓겨나는 그 심정, 희망퇴직을 했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까, 어디 장사자리라도 알아볼까, 당장 부모님한테는 어떻게 이야기한담.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과 고민들, 그리고 판단들이 스쳐지나가고 회사는 미안하다고 하며 용단을 부탁드린다는 전화와 문자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옆에 있던 동료들은 떠나가고 어떤 동료는 투쟁을 준비하지만, 맘 같아서는 함께 싸워서, 나를 믿고 내 옆 사람을 믿으면서 꼭 싸워서 이기고 싶은데, 가족들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누구나 그랬을 것입니다. 노동자들 누구나 가슴이 먹먹했을 것입니다. 분명 삶을 빼앗긴 사람은 난데 왜 회사가 우리에게 불법이라 말하는가. 회사의 부실운영의 책임은 분명 우리가 아니라 먹튀자본에 있다는 것을 아는데, 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일까.

‘해고’는 나와 동료들의 삶을 너무나 피폐하게 만드는 말입니다. 가진 몸뚱이 하나로 생계를 이어가야하는 우리에게 ‘해고’는 죽음의 터널로 이끄는 말이지요. 우리는 쌍용자동차의 정상운영도 좋지만 정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매달 나가는 전기세와 공과금, 주택 대출금과 부모님 용돈, 아이들의 학원비와 술값, 담뱃값, 내 옆에서 함께 하던 동료가 스트레스로 쓰러져 죽어갈 때, 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아니 끝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삶 앞에서 자신이 없어집니다.

동료들과 집회에 나가서 발언을 들으니 이런 말들이 많았습니다. “지도부를 믿고, 옆에 동지를 믿으며 이 파업, 노동자가 주인 되고 노동해방의 그 날을 위해 꼭 승리할 수 있습니다.”
난 믿고 싶습니다. 지도부와 연대오는 여러 사람들의 힘을, 그러나 두렵습니다.

내가 일했던 공장을 점거하며 투쟁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일하려고 점거를 한다는 것, 경찰과 대치하고 수많은 밤을 긴장 속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이, 내 가족의 얼굴과 퇴직한 동료, 죽은 동료의 얼굴이, 맘 편하게 다리 뻗고 잠을 자지 못해서 그렇고 저기 저 70M위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되어, 그래서 두렵습니다. 걱정됩니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해고’라는 단어,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눈물을 계속 나게 만드는 단어라는 겁니다. 평택에 있는, 내가 지키고 있는 이 곳 쌍용자동차에서 우리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 지지하는 사람들은 분명 먹먹한 가슴에 눈물을 흘리고 있을 테지요.
나는 그 눈물이 공장의 새로운 기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새로운 것이 우리가 싸우는 이유일 테니까요.

2009년 6월9일
쌍용자동차 노동자로서
덧붙이는 글
이재영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56 호 [기사입력] 2009년 06월 10일 19:07:13
뒤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