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 비친 인권 풍경①] “국민이 검찰에 이양했던 권리를 회수한다는 상징이 있어요”

용산 국민법정의 기소인 김은경 님을 만나다

융인, 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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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진실의 꽃으로 살아나라”
오는 10월 18일에 열리는 용산 국민법정의 슬로건이다. ‘피해는 있지만 책임은 없는’ 이 사건에 대해, 그렇다면 어떻게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으로 준비한 게 용산 국민법정이다. 한국에서 검사만의 특권인 기소권을 국민이 직접 갖는다. 그리고 진짜 책임 있는 자들을 한번 가려보자는 것이다. 1만 기소인이 모이고 그 중 50명은 배심원으로도 참여하게 된다.

용산 국민법정 준비위원회는 지금 기소인들을 모집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캠페인을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용산참사가 이미 잊혀져가는 일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직까지 분노하지만 직접 기소를 한다는 일이 어색하게 다가오는 일일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이게 과연 뭔가를 바꿀 수 있긴 할까’ 하는 회의를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준비위원회는, 그렇다면 용산 국민법정이 왜 필요한지, 지금 기소장 한 장을 쓰는 일이 왜 나와도 무관하지 않은 일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하며 시민 한 명 한 명을 만나고 있다.

지난 9월 26일 서울역에서 열린 기소인 모집 캠페인을 찾아가 보았다. 주말인지라 지방으로 오고가는 분주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활동가들은 유인물을 건네며 용산사건과 국민법정에 대한 설명을 전하느라 바빴다. 눈길을 줄 틈이 없어 그냥 스쳐 가버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급히 가면서도 유인물을 들여다보며 걸었고 가던 발길을 다시 돌아와서 어떻게 하면 되는 거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꼭 필요한 일이라며 응원을 해주기도 했다.
기소인들의 참여 이유가 저마다 다 다르겠지만 어떤 마음으로 참여했는지를 기소인 김은경 씨를 만나 물어 보았다.

위 사진:진지하게 기소인으로 참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김은경 씨 모습

용산국민법정을 알게 된 경위는?

친구 블로그에 갔다가 용산 국민법정 기소인을 모집한다는 포스터를 보았다. 늘 관심은 있었는데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몰랐었는데,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기소는 사실상 검찰만이 할 수 있는데 이번 ‘기소’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나?

대한민국 검찰은 사실상 존재의 의미를 상실했다고 생각한다.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아무런 의지가 없지 않나. 이러한 사실은 용산 참사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등 우리 사회 전반에서 확인되고 있다. 정의를 세우기는커녕, 기득권과 영합해서 그들의 이익에 일조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검찰의 한계가 분명하게 보이는 지점이다.

사실 기소권이 없는 국민이 기소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을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정부의 입맛에 맞게 사건을 해석하는 검찰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검찰이 가지고 있는 권리가 본래 국민이 가지고 있던 권리를 이양한 것이 아닌가. 이번 국민법정은 국민이 검찰에 이양했던 권리를 회수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소인으로서 동참해야겠다고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조문을 갔었는데, 덕수궁 돌담길에 용산참사 때 돌아가신 분들의 빈소도 차려져 있었다. 두 가지 사건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동일하다. ‘권력에 의한 희생’이라는 측면에서 둘은 닮아 있는 것이다. 분향을 하고 돌아가면서 계속 마음이 아팠다. 8개월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되는가 고민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 신앙인이라 기도를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아픔에 함께 동참하지 못해서 늘 마음에 빚을 지고 있었다. 용산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부와 우리 사회의 잔인함과 무관심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친구의 블로그를 통해서 뭔가 현실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국민이 직접 법정을 열 수밖에 없도록 이끈 가장 큰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나?

모든 것은 이명박의 서울시장 재임시절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용산참사는 서울 뉴타운과 같은 재개발 정책이 불러 온 비극이다. 이게 굳이 ‘용산’이라는 지역 안에서만 일어난 특수한 상황은 아니라는 거다. 한국 곳곳에서 부동산투기네, 재개발이네 시끄럽다. 재개발을 하는 곳을 보면 지역주민들 간에 항상 문제가 발생한다. 내가 사는 은평구도 마찬가지다. 기존 세입자들이 10퍼센트도 못 들어가는 재개발 정책을 어떤 세입자가 수용할 수 있겠나. 부동산 투기지역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수단이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용산 사건은 우리나라 전체 부동산 투기관련의 상황이 극명하게 드러난 한 사례이다. 이러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 뉴타운 정책을 기획한 자가 바로 현 이명박 대통령이다. 문제에 얽혀있는 것은 검찰, 경찰, 업주들, 세입자지만 모든 것을 기획한 자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정부기관 이외에 또 다른 책임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언론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일반 시민들이 정보를 얻는 곳은 주로 조선․중앙․동아일보와 같은 메이저 신문사나 TV뉴스이다. 이러한 언론들의 이야기로는 피해자의 입장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막상 이야기를 해 보면, 결국 용산 세입자들의 잘못이 아니냐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언론에만 책임이 있다고만 할 수도 없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특히 서울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부동산을 통한 재산불리기에 있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곧 부동산 정책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 사람들은 세입자들의 입장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자기의 이익과 재산불리기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하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부동산을 통해 재산을 불리지 않아도,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고민하고 법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용산 국민법정 기소인으로 동참한다고 했을 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아직 얘기를 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이 인터뷰 후에 블로그나 홈피를 통해 알리려고 생각 중이다. 이전에도 용산참사 관련 기사들을 퍼 날랐었다. 지금은 용산 국민법정 기소인 모집 포스터를 게시한 것이 전부이지만, 계속해서 관련 상황을 알리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러한 움직임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권력과 거대자본을 상대하는 데에 있어 이러한 움직임은 아주 미미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때문에 이런 움직임이 어떤 효과가 있겠느냐는 회의주의도 있겠지만, 그 어떤 작은 움직임이라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모여서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로 활동가로 있는 친구를 보면서도 느낀 부분이다. 그 친구가 계속 활동을 하면서 주변이라든지 현실이 아주 천천히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을 보아왔다. 작은 움직임들이 앞서 얘기한 조선․중앙․동아일보와 같은 거대언론에 영향 받은 사람들이나, 자기 이익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함께 사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치지 않고 계속 해서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길 바란다.

용산 국민법정을 통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성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결국 역사가 규명해 줄 것이다. 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분들이 있었고, 그들의 아픔을 모른 척 해서는 안 된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국민들 개개인에게는 직접 기소인으로 참여함으로써 더불어 사는 삶을 고민할 수 있을 것 같고, 주식과 부동산 투기에 정신을 잃은 한국 사회에도 일침을 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아가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기관이 제 역할을 못하면 국민들이 뿔난다는 본보기도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런 활동을 기획한 분들의 수고에 박수를 드리고 싶고, 힘이 되고 싶다. 지치지 말고 계속해서 연대해나가기를 바란다.

위 사진:서울역 곳곳에 캠페인 부스가 곳곳에 세워졌다. 오고가는 시민들에게 분주히 유인물을 나누어 주며 기소인 모집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벌써 다음 주 일요일이면 용산 국민법정이 열린다. 법정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김은경 씨와 같은 사람들의 마음이 민들레꽃처럼 진실을 천지사방에 뿌리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덧붙이는 글
융인 님과 윤미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73 호 [기사입력] 2009년 10월 07일 16: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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