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의 인권이야기] 속 빈 강정에 속지 말자

과잉 이미지 정치 시대에서 살아남기

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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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명박이 너무 싫어!”

추석 연휴를 맞아 모처럼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커피를 마시면서 즐거운 수다 속으로 빠져들고 있던 찰나, 갑작스럽게 이명박이 싫다고 하는 친구의 말에 마시고 있던 커피를 쏟을 뻔했다. 정치에 무관심하다던 친구, 작년 촛불이 한창일 때 우연히 광화문에서 만났던 그 날도 친구는 촛불 사이를 지나가며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그랬던 친구가 변했다. 소위 진보적(?) 매체에 속하는 주간지의 정기 구독자가 되어 있었고,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며 뉴스 보도에 대해 자연스레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어느덧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명확히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위 사진:청와대 홈페이지에 실린 홍보 이미지

반이명박 정서 VS 이명박 지지율 상승

오랜만에 만났던 친구뿐만 아니다. 요즘 부쩍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반이명박 정서를 느끼곤 한다. 그러나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특수한 것일까?’ 의문이 들게 하는 각종 리서치 결과들. 최근 들어 이명박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행보가 먹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보금자리주택 공급, 전세자금 대출 확대, 등록금 후불제 등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정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의 이면을 보자. 보금자리주택이 건설된다고 해도 여기에 들어가 살려면 기본적으로 몇 억은 갖고 있어야 한다. 전세자금 대출이나 등록금 후불제 역시 이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빚으로 남는다. 결국 ‘눈 가리고 아웅’에 다름 아니다.

친서민 정책이니 중도실용주의 정책이니 최근의 이명박 정부가 보이는 행보로 현 정부의 정체성을 헷갈리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강부자를 위해 각종 세금을 완화하거나 폐지하고,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도 기어이 4대강 사업을 위해 22조 2천억이라는 예산을 편성하면서 복지예산은 축소하는 것이 이 정부의 본질이다. 한 술 더 떠 애초부터 표명한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가 곧 친서민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그 교집합이 어떻게 생긴다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면서 각종 규제들을 완화해주고, 그렇게 형성된 부가 그저 소수의 부로 축적되는 현실에도 여전히 파이가 커져야 나눌 수가 있다는 뻔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

작년 광우병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면서 수많은 촛불들이 거리를 메웠을 때 광화문에서 들려오는 아침이슬 노래에 눈물을 흘렸다던 이명박 대통령, 그러나 그의 사과는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우린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주춤할 것처럼 보였던 소고기 수입 절차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그 이후 촛불 시민들에게는 각종 벌금 고지서를 날리고, 촛불에 함께 했던 단체들을 반정부 단체로 찍으면서 지원금을 중단하는 등 보복성 짙은 행태를 보이고, 이제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시위를 거리에서 하는 것 자체가 감격스런 일이 되어 버렸다. 찍소리도 못하게 하려는 듯 공포를 조성하면서 한 쪽으로는 친서민 운운하고 있으니, 도대체 그 말 속에 서민이 어디 있나 싶어 기가 찰 노릇이다.

위 사진:서울시에서 한강르네상스를 홍보하는 이미지

2MB〈5MB? 오세훈 전성시대

이명박의 지지율 상승만큼 씁쓸한 소식이 있으니 바로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차기 서울시장 가상대결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는 것. 그럴 만도 하다는 것이 이명박보다 더욱 세련되고 교묘하게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는 이가 바로 오세훈이기 때문이다.

“지하철만 타면 서울이 정말 좋은 도시라는 착각을 하게 돼.”

서울시의 각종 이미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한 활동가가 했던 말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타는 지하철, 스크린도어부터 포스터, 광고부착란 등 곳곳이 오세훈의 서울을 포장하는 홍보물로 가득하다. 버스를 타면서 내다본 풍경도 마찬가지여서, 거리에는 오세훈의 서울을 알리는 현수막과 포스터가 넘쳐난다. 한강르네상스, 동대문 디자인플라자&파크 등 오세훈이 내밀고 있는 카드를 전하는 광고들에는 화려한 이미지만 가득할 뿐, 그로 인해 쓰여야 할 막대한 예산, 생존권을 위협받는 노점상들, 생태 파괴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

최근에는 서울시의 복지사업을 알리는 홍보물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대표적으로 희망플러스통장, 꿈나래통장에 대한 예산 책정이 너무 적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자가 너무 적고 그 금액도 크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시가 쏟아내는 홍보를 위한 예산이 올해 481억 원에 달한다고 하는데, 저소득층의 빈곤 탈출을 위해 지원한다는 희망드림프로젝트의 예산은 고작 52억 정도라 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10월 9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야심작 디자인 올림픽이 작년에 이어 다시 열린다. 올해 디자인 올림픽의 메인카피가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다’라고 하는데, 거기서 얘기하는 우리는 누구인가? 이미 디자인거리 조성 사업에서 확인됐듯이 서울시가 말하는 디자인 그림 안에는 노점상, 영세상인의 삶의 터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울디자인위원회 등 각종 사업을 담당하는 조직 구성도에서 서울시민의 참여는 찾아볼 수 없다. 결국 디자인이라는 화려한 외피를 쓰고 서울시가 추진하는 각종 개발 사업을 화려하게 포장하는 것에 다름 아닌 것. 하나하나의 그림들이 중첩되면서 오세훈이 서울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속 빈 강정, 그 빈 속을 더 파헤쳐야

세련되고 화려한 포장에 가려져 그 본질이 가려질 때가 있다. 이명박 지지율이 높아졌다지만, 오세훈의 차기 서울시장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만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자리에서 이들의 정책을 통해 꿈꿀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돈을, 개발을 지상 제일의 가치로 여기는 이들의 번지르르한 겉모습에 속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놓게 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마땅히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답답하고 속상하지만 이런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들을 나누는 것, 이것부터 우선적으로 우리가 만나야 할 지점이 아닐까? 그리 되면 적어도 이들의 행보를 더 빛나게 해주는 들러리가 되는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이미지로 정치하는 시대,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할 우리가 이들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객체로 머무는 한 요란한 빈 수레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속 빈 강정에 속지 말자.
덧붙이는 글
민선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73 호 [기사입력] 2009년 10월 07일 16: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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