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호의 인권이야기] 인권은 서비스(Service) 일까요?

박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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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전화와 연결된 내 핸드폰으로 어느 날 새벽 전화가 걸려 왔다. 낮에 전화로 성정체성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을 상담한 분으로 커뮤니티 전반적인 상황과 여러 가지 것들을 알려드렸었는데, 통화로 알게 된 여러 정보들을 이용하시다가 한 포탈 싸이트의 포인트와 관련한 일을 물어보느라 다시 전화를 한 것이다. 그 새벽에 잠에서 깨어 내가 너무 가라앉은 목소리면 전화를 하신 분이 불편해 할까봐 안 잔척 하며 상담을 해준 후 쉽사리 다시 잠들기 어려웠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이 새벽에 전화를 했을까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 분만이 아니라 새벽에 다급하게 걸려오는 상담전화들이 간혹 있기는 하다. 그러다 문득 ‘난 서비스업 종사자 인가? 친구사이가 벌이는 일들이 서비스 인가?’ 라는 고민이 들었다.

나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상근자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성정체성을 포함한 여러 분야의 상담-성정체성과 아웃팅 같은 범죄나 적절한 표현은 아니지만 돈을 노린 꽃뱀 사건까지-과 남성동성애자들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활동, 성소수자 인권 향상을 위한 강연과 인터뷰,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연대 활동 등, 참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이 이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고 있다. 그 중에는 나를 봉사단체에서 일하는 봉사단의 일원으로 여기는 사람, 무언가 근사한 일을 하는 진보주의자로 알기도 하고, 때론 찌질한 월급으로(이건 게시판에 내가 받는 월급을 누군가가 표현한 글이다.) 살아가는 찌질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 같기도 하다. 누군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어떻게 규정 하는가’ 이다. 물론 서비스업 종사자라 생각해도 괜찮다. 그들이 없다면 일상생활에서 내가 겪어야 하는 불편함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고, 아마 일상생활을 영위하기도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서비스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면, 제공되는 대우라고 생각하는 현실에서 인권단체에서 일하는 나를 서비스업 종사자로 위치시키기엔 매우 망설여진다. 또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특히 시민 사회단체에서 일하는 이들이라면 더욱 불편해 할지도 모른다. 많은 시민사회 단체들의 운영비와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하는 이들의 월급(혹은 활동비) 등은 많은 이들-외려 인권에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전혀 받지 못하는 사회적 소수자이거나 약자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의 성심성의껏 자신 스스로 각출해서 내놓은 후원금일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소중한 마음을 서비스에 대한 합당한 대우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가슴 아프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인권은 인간이 인간인 이상 누려야 하는, 인간으로 살아 갈수 있도록 누구나 보장되어야 하는 보편타당한 권리인데, 이런 권리를 보장하고 책임 있게 집행해야 할 국가 혹은 사회가 비용 혹은 기타 이유로 방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인권이 서비스일수 있을까? 만약 국가 혹은 사회가 책임진다면 인권에 합당한 가격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돈으로 환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을 너무 많이 갖고 있는 사람위주로 모든 편의가 맞추어 지는 한국 사회에서는 더더욱 인권은 서비스가 아닌 우리가 쟁취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권이 서비스라면 좋겠다. 누구든 인간이 인간인 이상 누려야 하는, 인간으로 살아 갈수 있도록 누구나 보장되어야 하는 보편타당한 권리인 인권과 관련된 사항을 요구하고 편리를 제공받았으면 좋겠다. 물론 그 가격을 국가 혹은 사회가 지불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하에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박기호 님은 <친구사이>에서 일하는 인권활동가 입니다. 본 글에서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낮추거나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인권오름 제 179 호 [기사입력] 2009년 11월 18일 1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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