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의 인권이야기] 2009.2010. 나와 당신의 이야기

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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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돌리기

어제의 송년모임으로 몸도 마음도 아직 지쳐 있는 상태에서 또 다른 송년회를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어제 송년모임에서 ‘주관적인 귓구멍’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몸도 마음도 힘들다. 주관적인 귓구멍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은 남의 말을 먹어버린다는 것이다. 아마 본인은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만약 그 자리에 그런 주관적인 귓구멍을 가진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싸움이 일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난처한 상황이 되고……나는 지친다. 오늘의 송년모임 약속시간이 꽤 촉박하다. 택시를 잡았다. 그런데 택시운전하시는 분이 또 주관적인 귓구멍을 가진 분이다. 참지 못하고 짜증을 내 버렸다. 내가 하는 말을 듣지 못한 것일까? 그냥 호의로 하신 얘기에 내가 민감하게 반응 한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 나는 고객이고 그분은 노동자인데. 택시에서 내리면서 작은 소리로 ‘수고하세요’라고 속삭인다. 사과하고 싶은데 또 말이 길어지고 어색한 상황이 될까봐 그냥 내려버린다. 그날의 송년회 자리에서 그 일을 얘기하며 죄책감을 담아 말한다. “좋은 사람 되기 참 힘든 것 같아요.” 나는 그분이 그날 일이 끝나고 좋은 친구와 함께 내 험담을 할 수 있기를 빌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뜨거운 감자를 타인에게 돌린다. 뭥미…….

단순기능직 기자

회원 중에 소위 일류신문사의 기자를 하는 분이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서부비정규센터가 지향하는 것 중의 하나가 생활인이 하는 비정규노동운동이니 각자가 잘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센터 사업으로 글을 쓰거나 회원 중에 기자가 많으니 인터넷 매체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그런데 그분이 하는 말, “기자가 하는 일이 그냥 생각하지 않고 쓰는 거예요. 글 쓰다가 사실 확인이 필요하면 전문가들에게 전화하죠. 00님, 이거는 이런 건가요? 이렇게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죠. 그냥 단순하게……생각하지 않고, 생각이 필요 없는 일이 기자예요.” 같은 자리에 있는 다른 이가 건배하며 이이에게 하는 말, “다음에는 인간이 되어서 만나자.” 먹고 사는 일, 참……찌질하다.

사교육비와 학원 강사

강남에서 학비를 벌기위해 학원 강사를 하는 분이 있다. 논술 시즌이 되면 일종의 테스트를 거쳐 논술교사가 되는데 그때 벌어들이는 돈이 일주일에 백만 원이란다. 사실 이렇게 버는 돈으로 일 년을 버틴다. 학원 강사 자리도 참 힘들다. 자기개발도 해야 하고 서비스마인드도 길러야 하고. 그이가 말한다. 이렇게 학원 강사하는 좌파들 많아요. 사교육으로 돈 벌어서 아이들 사교육비를 내는 사람들요. 이러니 교육문제 해결할 수 있겠어요? 그러게...! -.-;;

새해 출근 첫날 내린 눈

아침에 눈을 뜨니 눈이 잔뜩 내렸다. 마당에도 길가에도. 이대로 있다가는 밖으로 나가지도 못할 것 같아 눈을 쓸어 옆으로 치워둔다. 저녁에 있을 회의가 걱정이 되어 뉴스를 튼다. 이미 시간은 오전11시가 넘었는데 아직 출근하느라 사람들의 발길이 바쁘다는 소식이 연속해서 나온다. 퇴근길 혼잡이 예상되어 지하철이 새벽2시까지 긴급 편성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창문을 열어놓고 눈 내리는 풍경을 감상한다. 새벽, 모임이 끝나고 나선 길에서 눈싸움을 벌였다. 눈이 하얗게 덮여 사람도 없고 차도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잠시 아이들이 된다. 눈은 언제부터 우리에게 친구가 아닌 내 앞길을 막는 귀찮은 장애물이 되어 버린 것일까?

자기 오줌은 자기가 싸기

오랜만에 예전 회사에서 만났던 친구와 송년 모임을 가졌다. 성격이 닮은 면은 있지만 정치성향은 판이했었다. 친구A양은 명민할뿐더러 카리스마도 있지만 학벌 때문에 자신이 늘 밀린다고 생각했었다. 그녀는 책을 읽어도 늘 ‘성공비법’을 알려준다는 책에 흥미를 보였다. 친구B양은 한국노총이 빨갱이라고 생각하는 기독교 신자다. 그런 그녀가 2004년 총선에 민주노동당에 투표했다고 해서 나를 놀라게 했었다. 왜 민노당에 투표했냐는 내 물음에 그녀의 대답은 단순했다. “나는 전쟁이 싫은데, 전쟁 반대를 얘기하는 당은 민노당 밖에 없더라구.” 그랬던 그녀들이 만나지 못했던 3년 사이에 회사에 노조를 만들고 이제는 다른 삶을 찾아보겠노라며 회사를 그만둘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관심사를 쫒아가다 보면 뭔가 나오지 않겠냐며……너도 그랬잖아……라고. 나도 그녀들도 그 사이 참, 많이 변했다. 역시 자기오줌은 자기가 싸는 건가보다.

인생 뭐 있어?

나는 뉴스를 보는 것이 무섭다. 어떤 공포영화보다 뉴스가 더 무섭다. 2009년 1월20일 용산참사 소식을 접한 이후로 그 증세는 더 심해졌다. 오늘 인권이야기를 쓰기 위해 뉴스를 검색하다가 한양대 청소용역노동자가 음독자살을 기도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난 이후부터 손발이 저리고 몸이 떨리는 것이 한동안 멈추질 않았다. 자판을 두드리는 손은 자꾸만 헛손질이었다. 그러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두려움에 대처하는 법. 도망치거나 분노하거나. 나는 분노하는 것을 선택했다. 씨바! 인생 뭐 있어? 그냥, 가는 거야!

2010년 나와 당신의 이야기다.
덧붙이는 글
양미(빨간거북) 님은 서부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85 호 [기사입력] 2010년 01월 06일 16: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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