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로 물구나무] 서울시의 전쟁 선동, 두고 볼 수 없다!

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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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26일 초계 중이던 우리나라 해군 함정이 두 동강으로 쪼개져 바다에 침몰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 함정인 천안함에 탑승했던 100여명의 장병 중 58명만 생존하고 나머지는 실종하거나 사망했다.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최악의 사고를 겪고 난 후 트라우마는 대단했다. 피해자 가족 외 많은 사람들이 눈물로 애도를 보냈으며 사고의 원인에 대한 언론의 무성한 추측이 뒤따랐다.

사건 발생 직후, 군 당국은 먼저 북한과의 연루 가능성을 배제했다. 왜냐하면 확실한 물증 없이 북한의 소행으로 지목했다가는, 돌아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동조사단이 꾸려지고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조사하면서부터 대세는 기울었다. 신이 내린 속도와 같은 원인규명, 앙증맞게 새겨진 파란색 ‘1번’ 어뢰와 함께 너무나도 간단하게 북한을 천안함 피해의 가해자로 확정지었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의견과 무수한 가능성에 대한 지적을 외면한 채.

정부가 왜 그토록 서둘러 북한을 지목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멀쩡한 해군 장병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그로 인한 수많은 이들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것이 절대로 아니기 만을 바랄 뿐. 하지만 순진한 기대처럼 정말 전적으로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천안함 사건 이후 일어나는 곳곳의 상황들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얼마 전 서울시는 ‘현대전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시나리오 공모계획’이라는 포스터를 게재했다. 그 내용은 청소년 및 시민, 공직자의 안보의식을 고취하여 급변하는 안보환경에 적절히 대처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급변하는 안보환경’은 분명 천안함 사건 이후 조성된 냉전 분위기를 염두에 둔 것일 터. 시기를 이용해 전쟁 가능성에 대해 분석해보고, 결국엔 승리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런 고민은 군 내부에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굳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시민들과 학생들을 끌어들일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누가 봐도 유치한 발상이 똑같이 유치한 군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기엔 부작용의 그늘이 너무나 짙다. 서울시가 직접 나서 전쟁 시나리오를 공모한다는 것은 전쟁을 원하지도,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준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또한 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에게는 ‘이러다가 정말 서울이 불바다가 되는 거 아냐?’라는 공포를 불어넣는다. ‘향후 을지연습에 활용’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의 불안감을 이용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시민의 인권과 안전을 책임져야할 ‘서울시’가 앞장서서 전쟁을 선동하는 것은 아닌지? 혹시나 때를 이용해 안보와 연결된 ‘보수’를 부각시키고, 이를 안정적인 정국 운영에 보탬이 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진심으로, 순수하게 ‘조국’을 위해서 정책을 진행했다면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시민들의 불안감조차 고려하지 않은 서울시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남북한의 대립 속에, 가뜩이나 사상·양심·표현의 자유도 없는 대한민국 속에서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쟁 시나리오까지 작성해보라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 아닐까?
덧붙이는 글
정재영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208 호 [기사입력] 2010년 06월 24일 20: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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