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유혹] 생식기 차이가 가져온 엄청난 결과

『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이처 저, 김재희 역, 이프, 2001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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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그리 딱 손에 잡혔던 책은 아니다. 책을 사고도 한동안 책꽂이에 조용히 전시해 두고 있었던 책이다. 그러다 처음 책을 잡고 보면서는 조금 불편했던 책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녀’들의 이야기 속에서 생물학적 남성인 내 모습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년이 넘게 평화 운동, 포르노 반대 운동 등을 펼치며 여성 운동의 대중화를 위해 애쓰던 저자가 사랑, 성, 일이라는 주제로 13명의 여성들을 만나 취재하고 인터뷰한 내용이다.



1975년 독일에서 처음 출판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책에 나와 있는 질 오르가즘에 대한 이야기나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가 당시에는 색다른 것이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어느 정도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동성애가 너무 쉽게(?) 드라마에서 다루어지는 것을 본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얼굴을 붉혔듯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들은 이미 죽어버린 그 무엇이 아니라 아직도 이 사회 곳곳에서 펄떡거리고 있는 작은 차이들에 대한 것들이다.

이 책에서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식기’의 아주 작은 차이가 현실에서는 엄청난 차이와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생식기’의 차이가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의 차이를 낳고 이것이 결국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가져왔다. 저자는 ‘8~9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차이’가 ‘엄청나게 큰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이 온당하냐고 묻는다.

여성다울 것을 강요하는 사회, 가사와 육아가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는 것은 지금에도 마찬가지이다. 신부수업을 받고 가사와 육아를 자연스럽게 여성의 몫으로 되어가며 그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은 주부 우울증이라 이야기되며 약물이나 정신과 치료 정도로 해결하려 한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여성의 무력감은 남편의 관심과 약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복잡한 무엇이다. 회사에 있으면 육아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렇지만 그만큼 거기에 대해 고민하는 남성들을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주말에 아이들에게 자신의 시간을 빼앗길까봐 차라리 휴일 근무를 하면서 돈도 벌려고 회사에 나오는 남성들을 찾는 게 더 쉬울 때가 많다. 내 친구는 남편이 ‘애보는 걸 안 도와준다.’고 이야기한다. 그 친구는 대학을 나왔고, 사회의식이 투철한 친구지만 ‘육아’는 자기가 하는 거고 남편은 ‘도와주는’ 거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내뱉는다. 많은 여성이나 남성이 학력이 부족하거나 의식이 없어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일상화된 ‘아주 작은 차이’의 큰 결과이기에 덤덤히 지나가는 듯하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맞벌이 부부 가운데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3시간 27분으로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인 42분에 비해 5배가량 높은 것이라고 밝혔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더라도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보다 5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여성 생식기를 타고 났기에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해야 한다는 의식은 변함이 없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가사와 육아 못지않게 성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저자는 성해방이라는 것이 결국은 여성의 해방이 되지 못하고 남성 중심의 억압적인 성관계를 강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성의 성기 삽입을 통한 질 오르가즘이야말로 진정한 오르가즘이라는 전통적인 성의식과 동성애에 대한 혐오는 지금도 계속 된다. 그리고 그러한 페니스(자지) 중심의 사고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질서의 은근한 변형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남편이 원하면 섹스가 싫어도 해줘야 한다고 알았다.’고 말하는 책 속의 한 인터뷰 여성의 말에서도 그런 모습은 드러난다. 결혼을 한 여성이든 하지 않은 여성이든 인터뷰 내용 중에서 정말 무의식중에 학습된 가부장(남성) 중심의 사회 체제는 정말 견고하다.

책의 서문에서 그녀는 “25년 전에 쓴 책이 아직도 꾸준히 읽히고 있고 여전히 그들이 물어오는 편지에 답변을 보내고 있다. 왜일까? 시간이 많이 지나오면서 상당히 달라졌다고 할 수도 있고,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아직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게 느끼는지?

덧붙이는 글
초코파이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돋움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212 호 [기사입력] 2010년 07월 21일 15: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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