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실의 인권이야기] 다문화가정의 아이라서?

정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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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방송출연으로 제법 얼굴이 알려진 결혼이민자여성을 만났다. 그녀가 일하는 NGO단체를 방문해서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와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의 학교생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자신의 아이가 다문화가정의 아이라는 것 때문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말인즉슨 만약 자신의 아이가 급식에 반찬으로 나온 ‘동태’가 먹기 싫어서 “나 이거 안 먹을래!” 하면, 선생님은 “그래, 그래, OO는 다문화가정아이니까 못 먹으니까 안줘도 돼!” 라고 하시고, 보리차물 위에 찌꺼기가 남아 있어서 “이 물 마시지 않을래요!” 하면, “그래, 넌 엄마가 외국 사람이라서 이런 물 못 먹어 봤을 거야!” 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학교에 찾아가서 선생님께 물어봤다고 한다. “선생님은 못 먹는 음식 없으신가요?” 그러자 선생님 왈, “ 전 치킨을 못 먹어요. 치킨의 껍질이 싫어서요.”라고 하셨단다. 그래서 그녀는 “선생님도 못 먹는 게 있으신데, 왜 우리 아이가 먹지 않으면 다문화가정아이라서 그렇다고 하시고, 못 먹어 봤다고 하셔요?” 라고 하니, “죄송하다고 했단다.” 선생님은 그 반에 다문화가정아이가 3명이 되는데, 늘 아이들 이름을 부르지 않고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남아!”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나의 딸아이는 공부에 흥미가 없다. 춤추기를 좋아하는 나의 딸은 요즘 댄스학원에서 방송힙합 춤과 재즈 댄스를 매일 배우고 있다. 중학교 2학년이면 공부학원으로 이리저리 보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부모들에게는 놀랠 일일지 모르지만, 우리 부부의 아이 키우는 방식은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하고, 자신이 꿈꾸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물론 공부는 흥미 없어하지만, 그것에 대한 책임 또한 스스로 져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나도 부모인지라 막상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다가오면 공부를 좀 하라고 권유하면서 이야기 한다. “네가 공부 못하면, 아마 다문화가정아이라서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꺼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이지만, 요즘 ‘다문화가정 아이여서…….’라는 말이 모든 행동에 따라 붙는 수식어가 되어 버렸다.

이렇듯 앞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그러한 이름 붙이기로 인해 아이의 작은 행동 하나가 특별한 해석을 해야만 하는 분석의 대상이 되거나, 행동의 이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러한 시선과 분석으로 인해 부담스러움을 느낀다. 공부를 못하면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 되고, 공부를 잘하면 마치 특별한 일처럼 다루어진다. 이러한 특별 취급은 운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이 제법 성장해서 이제 중학생들이 되다 보니 스포츠에 두각을 나타내거나 특별히 눈에 띄지는 않지만 열심히 운동하는 아이들 중에 다문화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 중에 나의 아이도 예외는 아닌데, 나의 아들은 현재 축구를 배우고 있다. 그런데 중학교 1학년이 되지 않아서 얼마 있다가 모 방송에서 아들을 취재하고 싶다는 요청을 코치로부터 듣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혼혈 꿈나무 축구 선수’라는 타이틀 때문이었다. 내 아이의 실력과 상관없이 단지 ‘혼혈’인 것이 부각되어 취재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해 아이는 불쾌해하면서 단번에 거절했다. 감독은 방송에 나갈 좋은 기회(?)라고 이야기 하셨지만, 아이는 좋은 기회가 아니라 단지 자신이 외모 때문에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이 기분 나쁘다고 했다. 그 후 다른 아이가 그 이슈로 취재 대상이 되었다.

위 사진:[출처] asiachang.cafe24.com 이주민과 그 가족들의 희망이 열매 맺기를 꿈꾼다.

모두가 1등을 향해 공부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그 틈에서 다른 세상이 있으며, 공부만이 전부가 아님을 생각하는 부모들이 ‘대안교육’이라는 것을 시작하며 다양한 학교들이 생겨났다. ‘간디학교’ ‘이우학교’ 등등……. 이러한 대안학교에는 좋은 배경을 가진 부모들이 경제력이 되기에 자율적 교육에 협조하기가 어렵지 않다. 또 ‘공동육아’를 하는 곳에서는 부모들의 참여를 통해 함께 아이 키우기를 하며 ‘일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 그런데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에 대한 제안 설명은 이들의 취지와 사뭇 다르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 한국어가 서투른 아이들,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라는 모토를 내건다. 이것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가진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학교란다. 그러면서 ‘국제학교’라며 부모의 모국어와 영어 그리고 한국어 등을 가르치며 국제적인 아이로 키워낸다고 한다. 그리고 일반 한국아이들도 받아들인다고 한다. 서울에 있는 모 국제학교는 일 년에 학비가 일천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 국제학교 저렴하단다. 얼마나 다행이냐고도 한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자신이 특별한 집단의 아이로 지목되는 일과 자신의 행동에 따라 붙는 꼬리표가 되어버린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라는 이름, 그리고 ‘혼혈’이기에 자신이 가진 재능과 상관없이 주목 받는 운동선수나 연예인이 되는 것, 또는 좋은 교육 이념과 가치라는 것이 누군가에게 ‘특별한 교육과정’을 필요로 하는 불쌍한 집단이 되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앞의 나의 아이가 춤을 춘다고 했다. 사실 나의 아이는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것도 연기를 하는 연예인 말이다. 이는 요즘 십대들이라면 흔히 꿈꾸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는 몇 번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모 기업의 인도여자아이로, 모 광고에서는 제3세계 가난한 아이로, 인디영화에서는 파키스탄 미등록이주노동자가정의 아이로 출연했고, 그리고 지금은 스리랑카 아빠를 둔 혼혈여학생으로 모 방송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까무잡잡한 피부와 이국적인 외모가 아니라면 캐스팅되지 않았음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이는 자신이 춤을 배우는 이유는 춤은 그래도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기는 배역이 한정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명확하기에 자신의 연기실력이나 배역의 적절성이 자신의 외모의 한계로 인해 제약받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한국은 외국인 백만 시대의 다문화사회라고 한다. 텔레비전에 종종 나오는 ‘다니엘 헤니’에 대해 환호하며 멋지고 낭만적인 남성으로 환영한다. 그럼 나의 딸아이는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 걸까? 누군가는 미국의 대통령이 ‘오바마’가 된 것을 가지고 우리의 다문화가정아이들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한다. 아마 이것은 예전에 ‘하인즈 워드’가 미식축구에서 MVP를 받았을 때 보다 더 놀란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 둘은 우리 한국사회가 키워낸 것이 아니다. 미국이라는 사회였다. 다인종, 다문화 사회의 오랜 역사를 이어오며 온갖 차별로 인해 갈등과 화합의 길을 모색해 왔던, 그럼에도 여전히 인종적 위계가 사라지지 않은 나라에서 말이다. 우린 과연 다문화사회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

덧붙이는 글
정혜실 님은 파키스탄 남성과 살면서 딸과 아들을 둔 아내이자 엄마이며,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한국사회의 변화를 꿈꾸는 「다문화가족협회」 공동대표입니다.
인권오름 제 218 호 [기사입력] 2010년 09월 08일 16: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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