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로 물구나무] 또 다른 삼성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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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게임의 선두에 선 삼성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다. 각종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그만큼 볼거리도 풍성하다. 40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아시안게임은, 그러나 조금 씁쓸하다. 우리 돈으로 500억 원이나 들였다는 초호화 개막식부터 선수단 입장과 더불어 해당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보여주는 행태는 정말 천박했다. 현대 자본의 첨병이 스포츠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순수한 스포츠정신의 일말마저 무자비한 자본의 광풍에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이러한 자본게임의 선두에 ‘삼성’이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공식 후원사인 삼성은 전방위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다.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아시안게임 뉴스나 주요경기를 다시 보려면 원치 않는 삼성광고를 봐야만 한다. 경기장 곳곳에도 삼성 로고가 찍혀있고 광저우에는 ‘삼성홍보관’에 ‘삼성 디지털 분수’까지 있다. 심지어 지난 4월에는 삼성 로고가 새겨진 홍콩-광저우 특급열차를 개통하기도 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인지 삼성 아시안게임인지 헛갈릴 지경이다. 대체적 여론은 ‘우리나라 기업이 아시아․세계를 대표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 ‘역시 삼성이다.’ 등 호의적 반응인 것 같다. 이미지 향상의 노력이 효과를 보는 듯도 하다.



과연 그런가? 이미지가 아닌 삼성의 실체가 과연 그러한가? 아시안게임 관련 뉴스가 전체의 40%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삼성의 엠비씨(MBC) 뉴스시스템 정보 유출이라든가,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보도되지 않는다. 이건희 전 회장의 특별사면 이후 예전의 황제 경영 시스템을 하나씩 복원해나가고 노조 설립 움직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삼성의 악행은 알려지지 않는다. 국민들에게는 아시안게임 곳곳에 보이는 삼성로고만 친근하게 각인될지도 모른다. 진짜 삼성의 본모습을 살펴보자.

하나, 정보 유출이 개인의 일?

최근 삼성 직원이 엠비씨(MBC) 보도국 정보를 정기적으로 몰래 훔쳐봐온 사실이 드러났다. 엠비씨(MBC)는 자사의 취재 정보가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증권가 정보지에 등장하는 것을 의아하게 여겨 지난 7월부터 특별감사를 벌였고, 그 결과 내부 직원이 3년 전 엠비씨(MBC)에서 삼성경제연구소로 이직한 오 아무개 씨에게 엠비씨(MBC)의 정보를 유출한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오 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14개월 동안 엠비씨(MBC) 뉴스시스템에 접속해 당일 방송될 뉴스의 내용과 편집 순서를 담은 큐시트 등을 훔쳐봤다고 한다.

삼성 측은 ‘유감’이라면서 ‘오 씨 개인 차원의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이 말을 그대로 믿을 것인가?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몇 달 전 엠비씨(MBC) 내부 정보망에 삼성을 비판하는 프로그램 내용이 올라가자 곧바로 삼성 쪽에서 전화가 온 일이 있었다고 한다. 삼성이 엠비씨(MBC)에서 유출된 정보를 이런 식으로 악용한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또 하나의 가족 삼성은 자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마초적 아버지를 표방한 것인가? 삼성은 정보유출관련 직원을 면직하며 그룹과는 상관없는 개인의 잘못이라고 하지만 꼬리자르기로 유야무야 끝내려는 속셈이 훤히 보인다.

둘, 반도체 노동자는 안전합니다.



현재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 중 백혈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100여명에 이른다. 삼성은 ‘어떠한 유해 물질도 사용하지 않으며 보호 장비도 완벽하게 지급한다.’고 주장한다. 반도체 산업은 백혈병과 무관하며, 2만7000여 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공장이니 자연발생적으로 백혈병에 걸리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삼성은 자체적으로 유해물질 노출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를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맡겼다. 올해 9월 그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의 화학물질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조사를 한 5라인에서 사용되고 있는 99종의 화학물질 중 59종은 언제부터 사용했는지도 모르는 등 관리가 부실했다. 10종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성분자료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노동자들의 증언은 한결같다. 화학약품 노출이 많았고,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고, 화학물질 이름도 몰랐고, 하혈을 하거나 생리를 하지 않는 일이 빈번했고, 몸이 안 좋아 결국 퇴사를 하게 됐다. 이것이 그들의 일관된 진술이다. 안전교육의 명목으로 제품이 얼마나 비싼지, 얼마나 소중하게 다뤄야하는지를 배웠다고 한다. 삼성의 모르쇠와 국민의 무관심 속에 노동자는 오늘도 병마와 싸우고 있다.

셋, 무노조는 신화가 아니라 범죄!

삼성의 노조설립 탄압에 대한 문제다. 지난 3일 점심시간에 노동조합 설립을 촉구하는 글이 사내 전산망(삼성전자 Live2.0 오픈 커뮤니티)에 올랐다. ‘법에 보장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을 건설하는 것이 삼성전자 사원들의 권리를 지키고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내용의 글은 약 15분 만에 삭제됐다. 이어 글쓴이는 또 다른 사내 전산망인 '마이 싱글'에도 이 글을 실었다. 그러나 '마이 싱글'에 올린 글은 관리자의 승인을 거쳐야만 다른 직원에게 공개된다. 얼마 뒤, 글을 반려한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글을 올린 대리는 면직 당했다.

노조설립 움직임이 보이면 미행, 감시, 도감청, 위치추적을 당하고 납치, 감금의 위협에 퇴사와 노조 탈퇴각서를 강요당했으며 회유와 협박이 통하지 않으면 징계, 해고 등의 조치로 설립을 원천봉쇄하고 노동자들이 탄압받았다는 사실이 종종 언론에 보도된다. 이처럼 삼성재벌은 무노조 경영 유지를 위해 소위 ‘노무관리지침서 ’를 각 계열사에 전달해 계열사의 특성에 맞는 노동자 탄압교과서를 만들어 철저하게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통제하고 있다. 삼성은 여전히 ‘무노조 경영’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2011년 복수노조 허용에 대비해
‘무노조 경영’ 방침을 더욱 확고히 다지고 있는 분위기로, 지난해 11월부터 올 봄까지 임원 간부 및 대리 사원에 대한 특별교육을 실시하며 ‘무노조 경영’ 철학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 없이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 무노조는 신화가 아니라 범죄다.

넷, 삼성 제국과 황족들

여전한 황제경영의 모습이다. 작년 말, 전례가 없는 단독 사면으로 많은 국민의 비난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다.



45억 원의 돈으로 주식 매입을 시작해 불과 10여 년 만에 자산가치가 200조 원에 이르는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배자가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등 삼성과 이건희를 둘러싼 모든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됐다.

지난 2008년 4월 22일, 삼성은 경영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 이건희 회장 퇴진 △ 전략기획실 해체 △ 사장단 협의회를 통한 계열사 독립경영체제로의 전환”을 밝혔다. 그러나 예상대로 이는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일가와 가신들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일부를 검찰과 언론 등 국가와 사회 여러 분야에 뿌려 공적 기능을 무력화했다. 대부분의 비자금은 이 전 회장의 영속불변의 권력체계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데 사용했다. 이게 삼성 비자금 사건의 핵심이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을 거치면서 대부분이 근거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물론 일부 조세포탈과 배임에 대해선 유죄가 확정됐지만, 이마저도 4개월여 만에 대통령 특별사면이 이뤄졌다.’ 면서 삼성가의 황제경영을 고발하는 책을 냈다.

그 책은 말하고 있다. ‘삼성 전략기획실과 청와대 비서실 중 과연 어디가 더 셀 것 같나. 비교가 안 된다. 삼성 전략기획실의 파워가 청와대 비서실을 능가한다. … 이건희 회장의 생일때 손님들에겐 냉동 푸아그라(거위 간 요리)가 나왔으나, 이 전 회장 부부에게는 냉장 푸아그라가 나오더라. 이 전 회장은 1천만 원짜리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이 전 회장 집에 1층과 지하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놀라웠다. 장롱은 유명 명인이 만들었고, 어떤 방에는 골프채가 그득했다.’

삼성은 이건희 일가의 것이 아니다. 삼성 주식의 대부분은 일반 주주가 갖고 있다. 지분이 4~5%에 불과한 총수 일가가 주인 행세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삼성의 문제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부패와 반부패의 문제다. 정의와 부정의 문제다. 아시안게임이 ‘돈 되는 나라’들만 보도되고, 얼짱 운동선수에 집중되고, 천박하고 부끄러운 댓글들로 가득차도 아름다운건 순수한 땀방울과 집념의 열정이 맞붙는 장(場)이기 때문일 것이다.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스포츠는 감동을 줄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도 마찬가지다. 공정하게 사회를 생각하고 정의의 원칙을 지키며 경쟁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석·박사만 3천 명이 넘고, 좋은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삼성그룹은 잘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은 아니다. 언제나 실망을 먼저 안겨주는 삼성이지만 그들이 표방하는 이미지처럼 본질까지도 깨끗하고 정의롭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하라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228 호 [기사입력] 2010년 11월 23일 22: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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