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뚜의 인권이야기] 나는 불법체류자입니다.

다문화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빠져있다.

소모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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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5년 3월 5일. 나는 한국 땅을 밟았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어서, 동생들이 아무걱정 없이 학교 다녀서 대학교를 졸업하기 원해서다. 하지만 그것은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기계 기술자가 되고 싶은 나의 꿈을 접어야만 가능했기에, 외국행을 택한 결정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부모님과 동생들이 나 때문에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간절한 마음이 나의 꿈은 없던 것으로 하자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했다.

쉽지 않았던 과정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고 또 한국에서 겪게 된 일들도 정말 쉽지 않았다. 낯선 땅에 낯선 시선들과 환경들 그리고 입이 있어도 말을 못 하고 귀가 있어도 알아 들지 못하는 언어적 어려움이 내게 참 힘들게 했지만 가족들이 행복할 날을 생각하며 버틸 수 있었다. 나는 희망을 가지고 왔을 뿐,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나보다 먼저 와 있는 친구들의 경험과 충고를 통해 한국에 대해 알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의 한국에 대한 편견도 다 맞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알게 됐다.

그들은 자신들이 생활하는 곳에서 만난 한국인들을 보고 한국인의 전체 이미지를 평가한다. 예를 들어, 내가 아는 한국인 친구를 내 친구들 공장으로 데고 갔을 때, 그들이 우리에게 라면을 끓어줬다. 그때 한국인 친구는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라면을 씹어 먹지 않고 그냥 삼킨 듯 급하게 먹었다. 이를 보고 친구들은 한국인들이 음식을 씹지 않고 그냥 삼켜먹는다고 나에게 얘기해줬는데 나도 그렇다고 믿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늘 야간 주간으로 공장과 기숙사에 번갈아가면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친구들은 자신들 눈앞에 보인 한국인의 모습이 한국인의 전체 모습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었고, 그것을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된 나에게 얘기해줬고 나도 그것을 믿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 거주한 이주민들을 보게 된 한국인들도 자신이 만나게 된 이주민의 모습을 전체 이주민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그게 맞는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 사진:만화가 윤필님 그림


한국생활 16년 째 오늘 날까지 나는 여러 한국인과 이주민들을 만난 경험을 통해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고, 또한 모두가 착하지도 않고 모두가 나쁘지도 않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우주 속에 먼지만한 지구에 살고 있고 지구 속에서도 작은 한 구석에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제대로 판단을 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올바른 생각만이 올바른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고 그런 행동이 우리가 원하는 운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예전부터 현재까지 어떤 사람들은 일할 수 있는 허가 없이, 거주하고 일 하는 이주민들을 '불법체류자다, 불법이기 때문에 범죄자다, 위험한 존재다, 테라리스트다' 등등 정말 안 좋은 식으로 생각한다. 참 안타깝다. 비자라는 도장하나 찍어주기 전에는 불법이고 범죄자고, 도장을 찍어 준 후에야 합법이고 범죄자가 아니다, 이런 것인가? 지난 2002년도에 노무현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비자를 줬다. 18만 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비자를 받고 하루아침 만에 모두가 범죄자에서 벗어 나온 것인가?

비자가 없는 사람이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참 답답하다. 서울 안 가본 사람이 서울이 어떻다고 말 하는 것처럼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은 불법체류를 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위 사진:만화가 윤필님 그림

숨도 죽여야 하는 불법체류 생활

나는 불법체류를 8년 동안 했던 사람으로서 ‘불법체류자는 범죄자’라는 표현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한국에 들어 온 지 3개월 후 관광 비자기간이 끝나서 불법체류가 되었다. 불법체류자가 된 첫 날부터 원래 성격이 활발하다는 나도, 비자 없이 체류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어 기가 확 죽었다. 일할 때도, 공장 밖으로 나갈 때도, 항상 주변을 주의하면서 생활하게 되었다. 복장을 갖춰 입은 경비 아저씨들만 봐도 멀리서 피했다.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다 비자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잡아갈까봐 걱정 돼서다. 일 할 때도 한국인 동료들과 다툼이나 충돌이 없도록 주의하고 피하고 참아가며 일했다. 심지어 내가 불이익을 당했는데도 한숨을 쉬며 억지로 참았다.

미등록노동자라서 그 약점을 악용한 사람들이 있을 때도 그냥 참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가족을 위한 나의 꿈이 망하지 않기 위해서다. 외국행을 택했을 때 포기한 내 개인의 꿈, 어려운 준비 과정들과 가족을 위한 나의 희망이 한국 땅에서 겪게 된 모든 어려움을 참을 수 있게 해줬다. 남성인 나도 미등록노동자라서 여러 가지 고생을 하게 됐지만, 여성들의 경우는 더 슬픈 일들도 많았다. 이들도 나와 똑 같이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꿈과 희망을 위해서 한국에서 미등록노동자로서 일하게 됐지만 비자가 없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해도 신고를 못 한다는 약점을 악용한 나쁜 인간들이 저지른 언어적 신체적인 성추행, 성폭행 사례들도 있다. 월급을 안 줘서, 노동 착취를 당해서, 산재 보상을 못 받아서, 사업장 폭행, 욕설을 당해서 등등 다양한 힘든 일이 있어도 이를 문제 제기도 못하고 그냥 다른 곳으로 조용히 가버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도 화낼 줄 아는 사람들, 슬플 줄 아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보다 가족의 미래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문제나 어떤 사건이 있어도 더욱 커져가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 우선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이들이 불법체류자라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어떤 사람들의 시선은 참 답답할 수밖에 없다. 만약 범죄를 저지른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있다면 그건 그가 미등록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라기보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다.

주말이면 부천에 있는 버마공동체나 부평에 있는 미얀마절에서, 많은 버마이주노동자들이 모여서 행사나 법회, 기부활동 등을 한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자리에 구경하러 가면 좋겠다고 생각이 든다. 버마인들이 다함께 모여서 행사하고 기부하며 자신들의 나라를 위해 민주화 활동, 복지활동, 봉사 활동들도 한다. 일주일 내내 장기간 노동, 힘든 노동을 하며 주말에 모여서 좋은 활동을 하고 있는 이분들이, 자신들을 비자가 없어서 범죄자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정말 마음이 아플 것이다.

불법체류자들이 한국인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우리 이주민들이 일하는 곳은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공장들이다. 내가 일했던 박스공장일이 일하는 시간도 너무 길고 일도 힘들고 월급도 많이 못 받기 때문에 어떤 한국인도 일하러 오지 않았다. 어쩌다가 오게 된 한국인도 하루만 일하고 다음 날에 안 온다. 늘 인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하다보니 우리는 ‘일인 다 역할’을 하고 사장도 일하러 공장으로 나 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데리고 와서 일하게 됐고, 그때서야 사장도 쉴 수 있었고 공장도 잘 돌아 갈 수 있었다. 사장은 새벽까지 야근하고 야식을 먹을 때마다 나에게 감사하다고 말한다. 이주민들은 한국인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들이 한국인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말은 현실과 안 맞는 소리다.

어떤 한국인 자본가 사장이 공장을 차렸을 때 자신의 공장에 있는 일자리들은 자기 나라 사람인 한국인들만을 위해서라고 생각해서 만들었을까요?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본가들은 저임금, 장기간 노동을 해줄 수 있는 노동자를 원한다. 만약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한국인 노동자가 있다면, 문화도 언어도 다른 이주노동자들을 채용하지 않을 것이다. 같이 일 할 때 서로 간에 문화와 언어 소통이 잘 되는 것이 필요하지만, 자본가들에게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적게 받고 장기간 일하는 노동자다. 정당한 노동 대가를 주기 싫은 자본가들의 인식이 달라지지 않은 이상 한국인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서로 경쟁하는 것처럼 비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이 점을 신중하게 생각해달라고 요구하고 싶다. 돈 없이 살아 갈 수 없어서 돈 버는 것에 정신없이 사는 요즘 사회, 공생보다 경쟁으로 변해가는 사회 속에 사는 사회적 약자들은 약자라서 더욱 억압을 당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120만 명의 이주민들과 함께 사는 한국, 미등록이주노동자는 없다?

한국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위기에 처해서야 결혼 이주여성들의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했고, ‘다문화 사회’라고 명명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문화 분위기를 타고 다문화라는 말을 사용해 사업하는 단체들이나 지원센터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이들은 어려움에 빠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센터에 찾아오면 도와주기도커녕 오지마라고 내쫓는다. 이주민지원센터라고 하면서 이주민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배제하는 것이 참 안 좋다. 다문화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빠져있다.

어떤 영세 사업 사장이 출입국이나 노동부에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를 채용하게 된 신고서를 여러 사정으로 늦게 제출 하게 될 때 기관에서 이를 안 받아 주는 경우처럼 사장의 잘 못인데도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자가 된다.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도 겨울철에는 농사를 하지 않아 해고당해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를 투입해서 일을 시켜먹고 이런 경우에는 그냥 대책 없이 외면해 불법체류자라고 딱지를 붙여 추방을 하는 정부의 태도도 문제다.

나도 그렇고 아무도 미등록노동자로 일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는 사람이기에, 할 수없이 미등록노동자가 된 상태에서도 일해서 자신의 가족을 지켜주려 노력한 것뿐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소중한 생명이 있다. 사회적으로 가장 낮은 사람들을 사랑할 줄 모르는, 최소한 아프지 않게 해줄 줄 모르는, 안아줄 줄 모르는 사회는 인권이 없는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진정한 다문화 사회도, 세계가 존경하는 국격이 높은 국가도 기대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소모뚜 님은 이주노동자의 방송MWTV 대표 입니다.
인권오름 제 233 호 [기사입력] 2011년 01월 05일 14: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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