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공룡트림] 살아있는 관계 맺기

함께 할 수 없는 이들의 만남을 다룬 그림 책 세 권

이기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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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고양이와 쥐 놀이를 해 본적 있니? 악착같이 쥐를 잡으려는 고양이와 잡히지 않으려고 도망가는 쥐의 모습을 본떠서 만든 놀이야. 그런데 만약 고양이와 쥐가 친구가 된다면 어떨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하지만 어린이 책에서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야.

이번에 소개 할 책은 고양이와 쥐처럼 함께 할 수 없는 이들의 만남을 다룬 그림책들이야.


늑대와 염소, 가부와 메이

늑대 가부와 염소 메이의 첫 만남을 그린 그림책 『폭풍우 치는 밤』(키무라 유이치, 아이세움)은 염소와 늑대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어. 폭풍우가 치는 어느 날 밤, 비를 피해 염소 메이와 늑대 가부가 한 오두막에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돼. 깜깜한 어둠 속이고 하필 늑대가 감기에 걸린 탓에 둘은 서로의 정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해. 어둠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정체를 발견하기 전, 메이와 가부는 서로가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 어렸을 때부터 나약했고 천둥소리에 놀랄 만큼 겁도 많고 그리고 서로에게 상처를 줄까봐 배려하는 모습까지…. 그래서 메이와 가부는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무서운 폭풍우를 견디어내.

늑대 가부와 염소 메이 시리즈 중 첫 번째 이야기는 이렇게 서로가 얼굴도 보지 못한 채 폭풍우를 이겨내고 우정을 나누는 것으로 끝이 나. 다음번에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남긴 채 말이야. 나중에 메이와 가부는 만나게 될까? 그리고 서로가 함께 할 수 없는 염소와 늑대라는 걸 알고 나서도 둘의 우정은 계속될 수 있을까? 이 책으로는 그 결말을 알 수 없지만 책장을 덮고 난 후에 누구나 메이와 가부는 멋진 친구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될 거야. 왜냐고? 폭풍우 치던 날의 만남으로 둘은 그냥 먹고 먹히는 염소와 늑대 사이가 아니라 서로에게 살아 숨 쉬고 감정을 주고받는 생생히 살아있는 대상인 메이와 가부가 되었기 때문이지.

세상의 많은 차별은 나와 다른 이들을 나와는 관계없는 장애인, 성소수자, 노숙인 등으로 거리두고 구분 지으며 바라볼 때 시작되는 게 아닐까? 이 책은 나와 다른 사람을 다른 점 하나로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살아 숨 쉬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생생히 살아있는 한 사람 한사람으로 생각하는 순간 서로 다른 이들도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조용히 말해주고 있어.


고양이가 찍찍, 쥐가 뵤~옹

겁 없는 쥐들과 쥐를 처음 본 고양이의 만남을 그린 그림책 『고양이가 찍찍』(미야니시 다츠야, 어린이 나무생각)은 여느 전래동화나 만화영화 등에서 나오는 멍청한 고양이와 영리한 쥐 이야기처럼 시작해. 잠을 자다 깬 어린 쥐 세 마리는 무서운 고양이가 자신들을 바라보는 걸 발견하게 돼. 하지만 다행히 이 고양이는 쥐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아기 쥐들은 꾀를 내어 쥐가 아주 무서운 동물인 양 이야기 해줘. 그리고 울음소리도 뵤∼옹 운다고 말하지. 고양이는 쥐에 대해 알려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아기쥐를 태워 바나나 나무로 데려다 주지.

그런데 함께 맛있는 바나나를 먹으며 즐거움을 나누던 고양이와 쥐들에게 위기가 찾아와. 바나나를 따다 떨어지는 쥐를 구하려다 고양이가 나무에서 떨어졌기 때문이야. 이때부터 이야기는 다른 전래동화와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해. 정신을 잃은 고양이를 그대로 놔두지 않고 쥐들이 다른 고양이들을 부르기 위해 큰 소리로 찍찍 소리를 내기 때문이지. 다른 고양이들이 몰려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말이야.

『고양이가 찍찍』은 서로 완전히 다르고 화해할 수 없는 관계에 처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들은 가능할 것이라는 작가의 희망이 녹아들어 있는 책이야. 그리고 그 희망은 단순히 이해관계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는 가장 소중한 가치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어.

아이를 좋아하는 식인 거인과 요리를 좋아하는 아이

아이들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식인 거인과 요리를 좋아하는 꼬마 아이 제랄다의 만남을 그린 『제랄다와 거인』(토미 웅거러, 비룡소)의 만남은 좀 더 무시무시해. 어느 마을에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이 살고 있어. 특히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걸 좋아하는 거인이지. 그런데 깊은 골짜기에 사는 농부와 어린 딸 제랄다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어. 어느 날, 거인은 혼자 장에 물건을 팔러 가는 제랄다를 잡아먹으려다가 바위에서 미끄러져 정신을 잃게 돼. 쓰러진 거인을 본 제랄다는 불쌍히 여겨 거인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줘. 제랄다의 요리를 맛 본 거인은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것 보다 제랄다의 음식이 훨씬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 거인은 제랄다에게 요리사가 되어 달라고 부탁하고 더 이상 사람을 잡아먹지 않게 돼.

그런데 만약 제랄다가 거인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만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 다른 마을 사람들처럼 제랄다도 거인을 발견하고 도망치기 바빴을지도 몰라. 그리고 사람을 잡아먹는 것 말고는 다른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다고 믿던 거인이 제랄다의 음식을 맛보지 않았다면 더 이상 음식을 구하지 못해 거인은 굶주려 죽고 말았을 거야.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나 거인과 달리 제랄다는 어떤 편견도 없었어. 누구든 상처입고 다친 사람에게는 치료해주고 먹을 것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지. 이 단순하고 명확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행동 덕분에 거인과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평화가 찾아 올 수 있었던 거라고 이 책은 조용히 말하고 있어.

세 그림책에서 서로 함께 할 수 없는 이들이 만남과 우정을 나누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다름을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살아있는 관계 맺기라는 것을 이 책들은 말해주고 있어. 결국 다름을 넘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살아있는 관계 맺기는 서로를 자신과 같은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동등한 눈빛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기규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입니다.
인권오름 제 262 호 [기사입력] 2011년 08월 01일 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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