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창의 인권이야기] 차별 조장 발언,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는 이유

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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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조례 자문위원회안이 발표되자 보수언론은 일제히 사설을 쏟아 내기 시작하였다.

“사회보다 앞서 ‘동성애 허용’ 학생인권조례라니”
“학생인권 내세운 동성애 조장은 안 돼”
“동성애 논란 자초한 서울 학생인권조례”
“동성애까지 옹호하는 학생인권조례안, 폐지하라”

학생인권조례가 발표되었을 무렵부터 이와 같은 반응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성애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에 이렇게까지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위 사진:[그림: 윤필]

위 기사들의 내용은 더욱더 황당하였다. 문화일보의 경우 “성인사회에서도 금기시돼온 동성애 문제를 초·중·고 학생들을 상대로 한다는 학생인권조례에 포함시킨다는 건 패륜(悖倫)의 극치”라고 썼으며, 서울신문에서는 “성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학생에게 동성애에 대한 그릇된 환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순백의 도화지에 혼탁한 물감을 푸는 꼴이다”라고 했다. 심지어 중앙일보에서는 “동성애 인권조례라 했느냐 긁어 부스럼 만들진 마라 토론 벌어지는 것만도 기껍구나”라는 칼럼이 실렸다. 이들은 동성애는 잘못된 것이며 차별금지 사유로 성적지향이 포함되면 동성애가 조장된다고 외쳤다.

차별을 공고히 하고 조장하는 언론

위 언론사의 기사들은, 동성애는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이것은 누구나 어떤 이유로도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규정하는 인권의 가치를 훼손하고 인격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는 최근 흐름과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사들이 가지는 위험성은 단지 인권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만이 아니다. 이들의 사설 속에는 동성애가 그릇된 환상이며 패륜으로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결국 이들은 성소수자들이 우리 사회에 인정될 수 없는 존재라고 주장하며 동성애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조장 발언은 인권을 보호해야할 국가의 의무조차 위협

차별을 조장하고 차별대상자들을 적대시하는 발언의 위험성은 작게만 바라볼 수 없다. 특히 언론을 통한 대대적인 여론 공세는 전방위적 동성애 차별 행위 속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여론의 중심으로 만들어내어 결국 차별을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아왔다. 2007년 보수 기독교계와 언론의 동성애에 대한 대대적 캠페인과 광고·사설은 ‘차별금지법’의 입법과정에서 법안의 차별금지 사유에 성적 지향이 제외되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 2009년도 국가인권위 내 사업계획에서도 성소수자인권 의제가 ‘국민정서’상의 이유로 포함되지 못했고, 올해에는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동성애를 적대시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언론의 힘을 빌어 국가는 인권을 지키고 보장해야 할 자신의 의무를 손쉽게 포기했다.

차별을 조장하는 발언은 대상에 대한 차별만이 아니라 인권 보장과 차별 금지의 주체가 되어야 할 국가의 정책과 법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이는 정부의 인권증진활동을 위축시키게 되고 그 속에서 차별의 정당화는 공고해질 따름이다.

차별 조장과 증오를 공공연히 하려는 발언은 제한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2008년 12월과 2009년 2월 국제인권법 전문가, 유엔 관계자, 시민단체가 함께 참석한 회의에서 발표된 ‘표현의 자유와 평등에 관한 캄덴 원칙’은 중요하다. 캄덴 원칙은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견해에 목소리를 주는 다양성이 평등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캄덴 원칙도 ‘증오 선동’에 대해서는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증오 발언은 표현의 자유로 보장해야 할 것이기보다 오히려 평등을 해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모든 국가는 차별과 적대감 또는 폭력 선동을 구성하는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증오에 대한 옹호를 금지하는 법률을 채택해야 한다(캄덴 원칙 12.)”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캄덴 원칙에서도 ‘증오 발언’을 제한하는 조건을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사회는 이와 같은 ‘증오 발언’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다. 동성애를 공공연하게 적대시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발언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무엇을 제한하고 규제해야 할지 이야기해나가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훈창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273 호 [기사입력] 2011년 11월 02일 19: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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