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학거부] 대학거부는 ‘틀린 길’이 아니라 ‘다른 길’

호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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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들과는 다른 길을 가기로 정했다. 대학을 가지 않고, 내 꿈과 목표를 위해서 산다는 것이다. 거창한 생각과는 달리, 우연하고 단순한 계기로 정하게 되었다. 그건 내게 지금 대학에 갈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활동하고 있는 인권단체인 ‘아수나로’에서 ‘투명가방끈’이라는 것을 하려고 한다. 대학을 앞둔 고3 학생들이 스스로 대학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이다. 배우는 자를 빚쟁이로 만드는 대학, 소위 ‘우골탑’과 ‘모골탑’이라 불리는 대학에 거부선언을 한다는 말이다. 정말 이런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같이 참여하면 좋겠다.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는 것

자신을 세상에 맞추는 건 쉽지만,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는 건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이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이렇게 의미 있는 활동을 한 번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그것이 바로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는 작은 발걸음이 아닐까 싶다. 나는 대학가기 앞서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특히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다. 나는 이 길이 ‘틀린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학은 수단이 될 수 있을지언정,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교육에서는 ‘높은 성적 올리기’라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 속에는 ‘좋은 대학 가기’라는 목표가 있다. 그래서인지 대한민국 땅에서는 대학을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증이 있으며, 대학 간 사람조차 지방대라는 이유로 만족을 못해 재수 또는 삼수까지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오지선다형 문제에서의 답이 될 수는 없다.

나는 실업계라, 그나마 나만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독서’나 ‘취미생활’을 충분히 즐기면서 고등학교 생활을 보냈다. 그렇지만, 내 동생을 비롯한 인문계 친구들을 보면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목표와 꿈이 무엇인지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적을 위해서 대학을 위해서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논다는 것’ 자체가 죄악이 되어버린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은 이렇게 말한다. “공부 잘하면 얼마든지 놀 수 있잖아?”, “좋은 대학가면 실컷 놀게 해줄게”라고.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하루 종일을 투자하는데, 어떻게 놀 시간이 있을까? 그리고 대학에 가면 마냥 놀 수 있을까? 또 학점이라는 다른 이름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하고, 엄청난 금액을 대학교에 내야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호모 루덴스’라는 단어가 없는 것 같다. ‘놀고 있네’라는 말이 비꼬는 말, 욕이 되어버린 나라이니 말이다. 사람은 자연스럽게 노는 동물, 놀이하는 동물이라고 해서 ‘호모 루덴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최고로 공부를 많이 하는 나라, 일(노동)을 많이 하는 나라여서 그런지 놀이는 죄악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란, 배우고 싶은 사람이나 꿈꾸는 사람이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배우고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돈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사회는 너무 끔찍하다. 그러나 그 끔찍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대학가는 것 자체가 소름이 돋는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사회

내 친구 중에 정말 안타까운 친구가 한 명 있다. 그 친구와 함께 대학 이야기를 하는데, 친구는 나에게 “정말 부럽다”고 했다. 친구도 대학갈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가느냐고 물으니, 주위 친구들이 모두 가고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고 했다. 정말 안타까웠다. 어떤 부분에서 참 아쉬운 친구이기도 했다.

나는 이번에 수능포기와 대학 거부를 결심하면서 하나 느낀 게 있다. 그건 바로 부모님의 인생은 부모님의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라는 것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말이다. 나는 어떻게 보면, 어머니의 바람을 저버렸다. 그 이유는 어머니가 남자는 대학은 꼭 가야 한다며, ○○학번이라고 소개하는 남자들을 보면 너무 부럽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부모님의 바람일 뿐, 자식인 내 바람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어리석게도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꿈을 꾸고 있었다. 그건 바로 현 정부가 내놓은 ‘입학사정관제’라는 것이다. 취지나 내용만 보더라도, 정말 필요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정말 끔찍한 또 다른 줄 세우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스펙을 쌓기 위해서 전문적인 학원을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목표나 꿈과 상관도 없는 활동이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여러 가지 스펙 쌓기 위한 활동을 찾아본다. 그리고 얼마 전에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의 성적을 보니, 정말 한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전부 한 명도 빠짐없이 1등급이었다. 담당 선생님에게 왜 1등급 학생만 뽑아서 대학에 넣어줬냐고 묻자, 학부형들이 “왜 우리 아이는 공부를 잘하는데,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안 넣어주냐며 항의전화를 한다”는 것이다. 성적으로 줄 세우기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아무리 취지가 좋은 교육 정책이 나와도 오히려 폐해만 부각되지 않을까?

‘독립생활’을 꿈꾸며

고등학교 3년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데도, 정말 짧았다. 그래서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만이 아니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가 주체가 되어, 활동하고 경험하는 ‘독립생활’을 할 것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내가 관심이 있는 ‘인권’이나, ‘노동문제’를 머리만이 아니라, 활동하면서 배우고 경험해보고 싶다. 덧붙여 자신의 꿈과 목표가 없어서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있다. 그건 바로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지금 고민하고 생각하는 걸 실행에 옮기라는 것이다. 나도 많은 고민 끝에, 수능포기와 대학거부를 정했다. 그러나 정하고 나니, 이제는 내가 해야 할 일과 계획해야 할 일들이 보여서 고민으로부터 벗어난 느낌이었다. 그리고 “대학에 꼭 가야 하나?”라는 고민쯤은 하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호밀밭 님은 인권활동과 노동자운동에 관심이 많은 대학거부자입니다.
인권오름 제 278 호 [기사입력] 2011년 12월 06일 15: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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