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디드니_강정] 내가 어쩌다 오늘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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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국가폭력이 자행되고, 평화로운 일상이 허용되지 않는 강정. 그곳에서 인디언 대학살이 벌어진 운디드니(Wounded Knee) 언덕을 보았다는 이우기 님은 강정지킴이로 살면서 아팠던 순간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작은 지면을 통해서나마 생명과 평화를 움틔울 기운을 함께 나누게 되길 바란다.


위 사진:[이우기_Wounded Knee_KJ_사진_2011]

내가 어쩌다 오늘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용산. 아늑한 내 방에서 바로 보이던 그곳.
내가 잠깐 잠든 사이에 사람들이 타 죽었다.
아침에 그 소식을 듣고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내가 서 있는 그곳이 너무도 부끄럽고 역겨워서.
차마 창문 쪽을 바라보기도, 밖으로 나가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매일매일 지나가야 했던 그곳에 처음 들어가 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며칠 전 구럼비 발파 소식을 듣고 달려올 수밖에 없던 이유
난 이미 이곳 그리고 이곳의 사람들과 사랑에 빠졌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눈물을 흘리는 동안 서울에 있을 자신이 없었다.
더는 부끄러움과 역겨움을 느끼기 싫었다.
대추리와 용산, 그곳에 계셨던 문정현 신부님께서 오늘 밤 강정에서 울고 계신다.

- 3월 7일 발파 첫날 새벽 화약고 앞에서.
덧붙이는 글
이우기 님은 강정지킴이입니다. "2008년 촛불에서 먹은 네오의 빨간약 덕분에 사진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강정에 사진작업을 위해 온 것은 아니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어느 순간 또 카메라를 잡고 있습니다."
인권오름 제 295 호 [기사입력] 2012년 04월 25일 15: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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