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한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삼각관계를 밝히다

한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뎡야핑
print
보고서의 시작

한국에서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알리는 활동을 해왔지만 포커스는 주로 팔레스타인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고, 이스라엘은 이런 짓을 하고 있다, 연대하자에 맞춰져 있었다. 물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도 우리처럼 먹고 놀고 마시고 즐거운 일도 괴로운 일도 있는 말 그대로 일상적이라고, 그저 피해자로만 바라보지 말자고도 얘기해왔고, 이스라엘이 미국과, 한국이 미국과 맺은 관계를 통해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에서 한국이 그렇게 자유롭지 않다는 것도 얘기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과 식민화에 한국이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는 우리도 잘 알지 못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2005년부터 현지 풀뿌리 단체 연합체인 BDS 민족위원회(BDS National Committee, 이하 BNC)를 구성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Boycott), 투자 철수(Divestment), 경제 제재(Sanctions), 줄여서 BDS 전술을 취할 것을 전 세계에 호소하였다. BDS는 전 세계의 소비자부터 기업, 학술, 정부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방법으로 떠올라 현재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이스라엘을 보이콧한다는 발상에 이스라엘 국가를 인정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뭐가 다르냐며 BDS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BNC와 동조자들은 BDS는 이스라엘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의 당연한 요구를 이스라엘이 받아들일 때까지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방법론일 뿐이라고 얘기한다.

1. 모든 아랍 땅의 점령과 식민화를 끝내고 고립 장벽을 해체할 것.
2. 이스라엘 시민권자인 아랍-팔레스타인인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승인할 것.
3. UN 결의안 194에 따른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권과 재산권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촉진할 것.

이 요구사항은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입장과도 일치한다. 우리는 BNC의 입장에 동의하며 BDS를 우리 활동의 핵심에 놓게 되었다. 사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2009년에도 이스라엘산 오렌지로 만든 오렌지 주스를 조사하여 원산지를 확인하고 오렌지 주스를 사먹자는 캠페인을 벌인 적도 있고, 2010년에는 일본의 기업 무인양품(무지)이 이스라엘에 소매점을 내는 데에 반대하는 일본의 캠페인에 연대하여 무인양품 측이 계획을 철회하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물론 무인양품 측에서 우리 때문에 안 열겠다고 밝힌 건 아니다).

그런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그러나 그보다 확고하게 우리도 BDS를 우리 활동의 주요 방법으로 삼게 되었고, BNC로부터 한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조사한 보고서를 써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구체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기 전에 일반적인 관계를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의가 모아졌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아니고 한국과 이스라엘이라니, 항상 활동하면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우리와 팔레스타인을 연결하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였다.

보고서를 쓰면서 새로 알게 된 것

보고서를 쓰면서 우리도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들이 많이 있다. 1948년에 건국한 양국의 관계가 미미하나마 한국 전쟁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좀 놀라웠다. 특히 한국 전쟁에서 남측과 북측 어느 쪽을 지지할 것인가를 두고 이스라엘 정계에 내분이 있었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또 이미 그 전에, 팔레스타인 지역과 한반도가 제국주의에 점령당하던 시절부터 영국과 일본의 관계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은, 그동안 한국인들에게 쉽게 알리기 위해 일본 점령 당시를 생각해 보라고 얘기했던 것 이상으로 한국과 팔레스타인이 가깝다는 걸 알게 해 주었다.

또 한국이 팔레스타인에 특별히 해주는 것은 없어도 딱히 팔레스타인의 점령 투쟁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특히 UN에서 온갖 결의안에 기권한 것을 확인함으로써 한국이 방관자를 넘어 공모자에 가깝게 활약해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기권한 결의안 중에는 가자 침공과 구호선 공격에 대한 UN의 진상조사단 파견에 대한 것도 있다. 진상조사단을 파견하는데 왜 기권을 한단 말인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을 빌미로 팔레스타인 사람 1,400여명을 학살했던 가자 침공과 그 가자로 향하는 배에 타고 있던 국제 활동가 9명을 살해한, 세계가 목도한 명백한 사실을 조사하러 간다는데 기권이 다 뭐냔 말이다. 사실 이 정도는 언론을 통해서도 알려져 있었지만 한국 정부는 더 많이, 자주, 거의 항상, 아무런 입장 없이 무턱대고 미국과 같은 입장을 취해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업들의 일반적인 투자 상황은 보고서 작성 이전에도 대충 알고 있었다. 처음 팔레스타인에 갔을 때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종종 삼성이나 현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역시 중동의 거래 국가 중 하나라서, 당연히 대기업 브랜드들이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 준비 전후로 특히 현대중공업의 건설 중기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가옥 파괴 현장에 흔히 목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보기_ 가옥 파괴 현장 "Israeli Troops Demolishing Houses..")

위 사진:[사진: T-50 수출반대 캠페인(출처: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또 1995년 방위산업체군수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동위원회 회의를 9차례(2011년 기준)나 해왔다는 것, 여기서 이스라엘 무기 도입이나 군사 교류를 논의해왔다는 것도 기존에 모니터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이었다. 한국은 소위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대로 ‘실전성’(말하기도 끔찍하다)을 검증받았다는 이스라엘 무기의 주요 고객으로, 여러 군사기술의 공동연구자로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식민화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새로 알게 된 사실들, 더욱 구체화한 사실들을 통해 한국 사람들도 제3자의 안전한 위치에서 “이스라엘 유대인 놈들 나쁘다(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다)”고 말하는 것을 넘어 좀 더 자신들의 위치를 생각하고 한국의 공모 관계를 깨기 위해 노력하게 될까? 사실 그렇게 순진한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다. 우리는 작년 한국 최초의 초음속 고등 훈련기라는 T-50을 이스라엘에 판매하지 말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는 캠페인을 하면서 많은 한국인들에게 욕을 먹었다. 욕의 주된 요지는 T-50이 전투용이 아니라 훈련기일 뿐이라 전쟁과 상관이 없으며(!) 무기를 팔아야 한국 경제에 득이 되는데 그걸 반대하는 너희들은 매국노라는 것이었다. 폭풍 같은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보며 이 보고서와 향후 전개할 캠페인 역시 만만치 않은 반대에 부딪치게 될 것임을 여실히 느꼈다. 오히려 이 점에서, 사실 운동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가 너무 한국 사람들을 안전하게 위치시키는 운동을 해왔구나 하며 반성하기도 하였다. 이 문제에서 당신들만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듯이.

그동안 팔레스타인-이스라엘과의 물리적 거리 때문에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발휘해달라고 요구했다면, 앞으로는 한국이 이스라엘과 이러저러한 관계를 맺고 당신의 세금 중 일부는 이스라엘의 불법 행위에 협조하는 데에 쓰이고 있는데 당신이 가만히 있어도 아무 상관이 없는가 물을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는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캠페인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지만... 우리는 앞으로 점령에 가담하는 한국 기업을 상대로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것은 기업에 대한 단순한 보이콧이 아니다. 한국 기업들이, 한국 사람들이,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과 식민화에 반대한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줘서, 전 세계가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과 식민화를 이제는 진짜로 끝장내자는 것뿐이다. 다만 보고서에서 다루는 내용이 광범위하고 우리 활동가들의 숫자는 너무 적어서, 모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BDS 운동을 진행하지는 못할 것 같다. 보고서를 시작으로 많은 사람과 단체가 각자 할 수 있는 BDS를 전개해주기를 기대한다.

이스라엘-한국 관계 보고서 목차

0. 요약과 우리의 요구

1. 이스라엘과 한국의 교류 역사

2. 한국의 헌법상, 국제법상 의무

3. 식민 통치를 겪은 국가로써 지는 책무

4. 한국의 외교적 입장
1) UN가입 이전의 한국 정부의 입장
2) UN에서 행사한 표결 내용
3) 분리장벽, 정착촌, 가자(Gaza)에 대한 입장

5. 점령, 식민화, 인종차별에 대한 지원
1) BDS 캠페인
2) 이스라엘 경제와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
3) 이스라엘 군수 산업과의 협력
4) 점령에의 연루
5) 점령에 관련된 학술 단체와의 교류

6. 한국 기업들
1) 이스라엘 인프라 구축 개발에 협력, 공헌하는 기업들
2) 이스라엘의 군수산업과 거래/협력관계에 있는 기업들
3) 점령에 관련된 기업
4) 이스라엘의 점령지 상품에 대한 한국 내 유통 상황

7. 군사 교류
1) 냉전 체제 아래의 양국 군사 교류
2) 오슬로 협정 이후 급속히 강화 된 양국 군사 교류
3) 구체적인 무기거래

8. 경제 관계
1) 한국·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재단(KORIL)
2) 공동 투자 기금
3) 한-이 FTA

9. 학술 교류
1) 테크니온의 점령, 식민화, 인종 차별에의 공모
2) 테크니온과 카이스트KAIST

10. 성지 순례
1) 성지 발굴
2) 베들레헴 기독교인 말살 정책
3) 이스라엘 관광 산업과 한국인 성지 순례
4) 대한항공, 이스라엘 취항으로 성지순례 완성
5) 성지 순례 유치
덧붙이는 글
뎡야핑 님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297 호 [기사입력] 2012년 05월 09일 13:27:19
뒤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