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의 인권이야기] 정치가 강정을 구할 수 있을까요?

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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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핫이슈는 통합진보당 문제이다. 온통 신문마다 하루가 멀다 하고 1면을 장식한다. 그런데 그게 정말 가장 큰 이슈일까. 파괴되는 구럼비, 22명이 죽어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이야기, 언론노동자들의 파업, 부실천지 4대강 사업 등등 이 사회에 중요한 일들은 통합진보당 사태만은 아니다.

사실 선거에는 평소 관심이 없었다. 투표권이 주어지고 10년 정도 투표를 하지 않았다. 정치가, 특히 정치인들이 뭔가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정에 들어오면서부터 정치인들에게 자꾸만 뭔가를 기대하게 됐다. 마을을 함께 지키는 친구들이 연행되고 마을 어르신들이 연행되어도, 우리들은 단 하루도 공사를 제대로 막아 본 적이 없었다. 삼성이라는 거대한 자본은 국가 공권력을 등에 업고 주민들을, 신부님들을, 지킴이들을 짐짝처럼 드러내고 공사를 지속해왔다. 아무리 악을 써도 우리들의 힘은 미약하기만 했다. 그래서 정치가 뭔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정치인은 진정성이 없는 몰염치의 족속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변했다. 뭔가를 기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총선이 끝나고 잔치는 끝나버렸다. 너도나도 목소리 높여 강정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사람들은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해져 버렸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의 비리는 모든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이 되었다. 그 사이에 쌍용차 해고 희생자는 22명이 되었고, 강정의 구럼비는 산산조각이 나고 있는데 뭔가 해결할 것처럼 날뛰던 그 많은 정치꾼들은 다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위 사진:[그림: 윤필]

해고자들의 생존권이, 강정주민들의 안타까운 싸움이 권력을 잡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현장에서 싸워가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절대적인 공권력에 맞서 모든 불이익을 감수한다. 조사를 받고 재판장에 나가고 때론 감옥에 들어가면서 자신들의 현장을 지키고 있다. 그에 반해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싸우는 사람들이 얻은 성과들을 가로챈다.

언제나 그랬듯 강정은 또다시 외로운 투쟁 중이다. 도민들을 무시하는 제주도청에 ‘강정주민 살려줍서’ 외치고 있다. 올레7코스를 지나는 올레꾼들에게 강정의 외로운 투쟁을 알리고, 구속 50일을 넘긴 송강호 평화 활동가를 위해 피켓을 든다. 그리고 조금만 천천히 달리라고, 제발 우리 마을에 오지 말라고 레미콘과 덤프트럭 운전수 아저씨들을 설득한다.

정부는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정당한 의사표현을 막기 위해 강정마을에서의 집회와 시위를 불허했다. 국방부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예정지역을 군사시설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그동안 지킴이들이 해온 불법공사 감시활동과 항의 행동들을 막으려고 한다. 국가는 빠른 속도로 강정마을을 좀먹고 있다.

적어도 진보정치라는 이름을 말하고 싶다면 현장에서 눈을 때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들의 당권을 지키는 일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현장과 함께 하는 일이다. 투쟁하는 이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서 무엇을 말하겠다는 것인가. 적어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진보정치라고 말하고 있다면 말이다.

강정은 아직 싸우고 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도 싸우고 있다. 두물머리의 농민들이 싸우고 있으며, 한진의 스머프들도 싸우고 있다. 방송국피디, 아나운서, 작가, 기자들이 싸우고 있다. 대학생들이 싸우고 있으며, 청소노동자, 버스노동자도 싸우고 있다. 눈을 돌려 주변을 보자. 그리고 나와 가장 가까운 곳의 투쟁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자. 따뜻한 차 한 잔도 좋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주지 못하는 희망을 우리가 우리에게 전달하자.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강정, 강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딸기 님은 평화바람 활동가입니다. 현재는 제주 강정마을에서 평화는 그냥 오지 않는다는 말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인권오름 제 299 호 [기사입력] 2012년 05월 23일 11: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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