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헌법 위에 경찰, 경찰의 집회관리 이대로 좋은가?

최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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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력범죄 대응책으로 발표된 불심검문 강화조치를 둘러싸고 인터넷이 뜨겁다. 그 중심에는 경찰이 있다. 경찰이 그동안 ‘시국치안’에 열심히 대응해왔으나 최근 잇따라 터지는 범죄를 보면 ‘민생치안’의 누수가 결과로 나타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경찰의 경비업무 그중에서도 집회시위관리는 헌법 위에 있다. 사법부가 집회시위에 관해 경찰력을 제어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려도 경찰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자의적인 집시법 운용과 집회관리지침 이행

집회시위에 대해 경찰은 ‘합법촉진, 불법필벌’이라는 입장이다. 합법적인 집회는 보장하고 불법집회는 벌을 준다는 것. 헌법과 국제인권기준 그 어디에도 불법집회를 엄단하라는 얘기는 없다. 단지 평화롭게 진행되는 집회는 불법집회라 해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다.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집시법 체제에서 신고제는 무수한 불법집회를 만들어냈다. 경찰은 집회를 시작해보기도 전에 불법집회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집회 금지통보를 결정한다. 경찰은 집회과정에서 폴리스라인 하나 넘어갔다고 신고된 방식대로 집회를 하지 않았다며 강제해산조치를 취하기 일쑤이다. 또한, 신고를 필요로 하지 않는 거리에서의 표현 행위 - 기자회견이나 다양한 1인 시위, 정당연설회 등 - 에 대해 경찰은 미신고 집회라고 해서 해산명령을 하고 참여자를 연행하는 등 강제 해산조치를 취한다. 집시법이 집회를 존중, 보호, 실현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집회금지법’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하다. 집시법 외에도 현장에서는 <집회시위관리지침>을 통해 집회참여자들을 옥죄인다.

법원은 경찰의 자의적인 법집행에 미약하나마 헌법의 가치를 우선으로 두고 집회시위관리에 제동을 걸고 있다. 2011년 10월 13일 대법원(2009도13846 판결)은 신고를 이탈하거나 신고점이 미비한 집회 해산에 대해서 바로 해산해서는 안 되고 집회의 구체적 상황을 보면서 그로 인해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된 경우에 제한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경찰의 해산조치는 법령에 의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필요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것.

2012년 4월 26일 미신고 집회에 대한 대법원 판결(2012.5.6 2011도6294)은 미신고 집회에 대한 경찰의 강제해산 조치가 제어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대법원은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평화적으로 개최, 진행, 종결된 집회에 대해 해산명령을 불응하였다는 이유로 선고된 하급심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집회의 해산에 대해 △원칙적으로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하여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어야 할 것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옥외집회나 시위가 헌법의 보호범위를 벗어난 집회나 시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 △미신고라는 이유만으로 집회를 해산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사실상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 해산방송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라고?!

지난 6월 18일 인권단체연석회의는 대법원의 판결을 반영하여 경찰의 <집회시위관리지침>을 수정하도록 있도록 질의서를 발송했다. 보내온 답변에서 경찰은 “미신고 불법집회임을 고지하고 합법적인 상태로 전환하거나 조기에 불법을 중단하도록 촉구할 책무가 있다“고 반박한다. 얼마 전 기지회견이나 소규모문화제에서 경찰이 해산방송을 하여 따졌더니 “대법원의 판결이 해산방송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법원의 거듭된 판결에도 경찰은 평화롭지만 불법집회(?)에 관해서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전면적 차단행위로서 경찰차벽과 이동차단은 위헌

집회시위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또 다른 풍경 ‘차벽설치와 이동제한’이 있다. 경찰차벽은 노무현 정권 집권 이후부터 대형집회마다 원천봉쇄 수단으로 계속 등장하였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에 반대하는 촛불항쟁에서 경찰은 컨테이너 벽이나 차벽을 사용하여 세종로 사거리를 봉쇄하였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시민추모위원회’에서 2009년 5월 27일 서울광장에서 개최하려한 추모집회를 차벽을 동원하여 전면적으로 봉쇄하였다. 이에 서울광장을 전경버스로 차벽을 설치한 조치는 기본권 침해라는 위헌심판을 청구하였고, 2011년 6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조치가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차벽설치가 통행 내지 여가 활동 등을 하려고 한 일반시민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차벽설치와 같은 포괄적이며 전면적인 통제는 당시 상황에 비추어 필요최소한의 조치였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완전히 무시하는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2012년 경찰 집회시위관리지침>은 “폴리스라인은 시위대의 불법성을 확인시켜주는 수단이므로 반드시 합법·불법 집회를 불문하고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소지점에 설치”하도록 하고 “폴리스라인(P/L), 캡사이신 분사기, 차벽트럭, 물포 등 이격장비를 최대한 활용, 시위대와 이격거리를 유지하며 비접촉으로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차벽트럭, 다목적 방패차량, 물통형 P/L, 바리케이드 등 단독 혹은 혼합운용하고 차벽트럭은 연차적 지방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천봉쇄는 집회 장소의 선택권 및 접근권 침해

경찰차벽은 시민들이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집회참여자들이 집회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자유까지 막는다. 오동석 교수(아주대학교 법학과)는 “집회의 지리적 공간에 대한 원천봉쇄는 집회가 성립할 수 있는 근거로서 지리적 공간을 박탈하는 것이므로 집회 장소의 선택권 및 접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오 교수는 “집회 장소에 대한 사전봉쇄가 가능하려면 집회 장소 시설의 중요성, 집회의 폭력성, 집회의 대규모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명백하고 현저한 위험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력은 법원의 판결과 상관없이 현재까지도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을 인도에서 불법감금하고 이동을 차단하고 있다. 2011년 7월 6일 금속노조 파업 집회에서 전의경 22대 중대를 투입하여 주변 국도에서 검문검색과 함께 인근지역을 원천봉쇄하였으며 이로 인해 주변도로가 4~5시간 통제되어 심각한 교통체증이 유발되었다. 또한 2011년 3차 희망버스에서는 부산 영도 청학동 성당에서 골목길을 통해 이동하는 참석자들을 감금하여 1시간 40분 동안 이동하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당일 희망버스가 부산대교를 건너 영도로 향하려고 하자, 2시간동안 버스진입을 통제하였다. 4차 희망버스에서는 청계천에서 올라오는 시민들을 계단에서 전면적으로 막아 이동을 차단하고 인왕산 출입을 전면 통제하였다. 이와 같은 이동차단은 경찰 차벽설치와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행정시 즉시강제는 최소한도내에서만 행사되어야

차벽은 모든 통행을 금지하는 전면적 통제행위이며 최대한의 조치이다. 그러나 기본권을 제약하는 행위는 개별적인 상황에 대해 필요최소한의 조치만이 취해져야 하며 개별적 집회의 금지나 해산으로는 방지할 수 없는 급박하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또한 차벽은 신체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며 ‘과잉 금지의 원칙’을 벗어난다. 이동차단의 근거 법령인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은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발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경우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 중 경찰관의 제지는 범죄의 예방을 위한 경찰 행정상 즉시강제 즉, 눈앞의 급박한 장해를 제거하여야할 필요가 있고 의무를 명할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의무를 명하는 방법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찰이 직접 실력을 행사하여 필요한 상태를 실현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관한 근거조항이다. 즉시강제는 그 본질상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하여 불가피한 한도 내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므로,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에 근거한 경찰관의 제지조치는 최소한도 내에서만 행사되고 그 발동․행사 요건은 엄격히 해석되어야 한다.

현재 집회 참가자에 대한 전면적 이동차단은 다른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를 유도할 수 있음에도 모든 집회를 차단하는 행위이며, 기본권 보장을 침해한다. 또한 즉시강제는 불가피한 한도 내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허가되지 않은 집회에 대해 전면적 이동차단과 차벽을 설치하고 있으며 폭력행위와 같은 급박한 장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원천봉쇄를 취하고 있다. 이는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 제11조(직무수단의 한계)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당직무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가장 적합하고도 필요최소한의 수단과 방법을 선택하여야 한다“ 또한 위반하는 행위이다.

집회시위에 관해 그나마 법원이 인권친화적인 판결이 내려도 경찰은 차벽 등 이격 첨단장비를 언제, 어디에, 어떻게 설치할 것인지는 집회 현장의 구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법집행관들이 사법부의 결정에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기본권 보호가 가능할지, 국가 공권력이 헌법을 이행하는 기관이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거리에서 표현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 행사라는 관점보다, 불온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무엇보다 경찰의 인식변화를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313 호 [기사입력] 2012년 09월 05일 19: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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