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록의 인권이야기] 범죄도 사람이 저지르는 일이다.

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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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간 인권운동사랑방 사무실에 여러 통의 항의전화가 걸려왔다. 모든 언론사에서 집중 주간이라도 잡았는지, 성범죄, 강력범죄 보도들을 쏟아내더니, 정부와 국회에서도 대책이랍시고 일제 불심검문 실시, 화학적 거세 확대시행, 물리적 거세 법안 발의, 전자발찌제도 소급적용, 신상공개 확대, 보호수용제 도입추진, 우범자 대면정보수집, 사형 집행 촉구까지 무시무시한 형벌정책들을 내놓았다. 언론은 소위 공정한 보도를 위해서 이런 정책들에 반대하는 어느 인권단체 활동가의 코멘트를 땄던 것 같고, 분노한 시민이 인권운동사랑방에 항의전화를 한 것이다.

한편 언론에서도 많은 연락이 왔는데, 주로 불심검문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앞서 발표한 형벌정책들과는 달리, 일제 불심검문에 대한 여론이 확실히 좋지 않았는지, 적극적으로 인권단체들의 반대 의견을 들으려고 한다는 느낌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청은 불심검문 실시 발표 3일 만에 ‘적법절차 준수 지침’을 내렸다.

형벌정책과 불심검문에 대한 여론이 다른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죄를 지은 범죄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아무런 죄도 없는 우리가 범죄자 취급을 받을 이유는 없다는 아주 자명한 이유에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범죄자’들과 ‘우리’ 사이에 거대한 장벽을 치고 있는 꼴이다. 인간이기에 지녀야 하는 권리인 인권이 범죄자들에게는 적용될 수 없는 예외상황이 되고 있다. 중세적 야만이라던 신체형이 다시 부활하고, 범죄자들은 신상공개, 우범자 관리, 전자발찌, 보호수용(재수감), 사형이라는 제도들을 통해 사회로부터 일시적, 영구적으로 격리된다. 성범죄, 강력범죄자들은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인간 혹은 인간이 아닌 그 무엇이라는 판단을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조치들이다.

감옥에 있었을 때가 생각난다. 각오하고 수감된 것이었고, 먼저 수감됐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보도 수집했지만, 내가 만날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웬걸 이건 완벽한 남자고등학교+군대였다. 물론 다른 점은 있다. 다양한 사회 이력이 반영되는데, 특히 건달(깡패가 아니다!)들과 돈 있는 경제사범(사기꾼이 아니다!)들은 어찌나 존재감을 과시하는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들이 모여서 자신의 사회경력을 과시하고, 수감의 억울함을 주장하고, 수감자들 사이에서 권력관계를 구축해나가고, TV 드라마를 보면서 똑같이 울고 웃고 그렇게 생활한다. 온갖 가식으로 덮여 있는 사회생활보다 훨씬 투명하게 돈과 권력의 힘이 드러난다. 심지어 성범죄자들을 파렴치범으로 보고 가장 경멸하며 거세를 해버려야 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이 친구는 억울하게 성폭력범이 됐다고 비호하는 것까지 아주 똑같다. 짧은 수감생활 동안 느꼈던 걸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였다. 감옥에서 출소할 날만 기다리던 사람들이 막상 출소가 다가오면 얼굴이 어두워졌던 생각이 난다. 갑갑한 것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전과자라는 낙인은 뭘 해도 힘들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번에 쏟아진 형벌정책들은 출소자들에게 사회에 복귀할 생각을 접으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최근의 성범죄, 강력범죄에 대한 당장 실행 가능한 해결책? 잘 모르겠다. 아무리 끔찍한 짓을 저지른 범죄자라도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뭐 대단한 인격자라고 그러겠는가. 하지만 범죄자들과 우리를 아예 다른 존재로 규정하지는 말자. 우리가 범죄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말고 할 게 아니다. 우리도 언제든지 잘못을 저지를 수 있으며, 그게 일정한 문턱을 넘어서면 범죄가 된다. 범죄의 원인으로 가부장적 권력관계, 사회경제적 빈곤, 배제를 지적하는 건 책임을 구조 탓으로 돌리기 위한 게 아니다. 그만큼 범죄는 일상적인 것이고, 우리의 삶의 조건과 떨어질 수 없으며, 범죄자들이 우리와 다른 별종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기 위함이다.

P.S. 1 글을 쓰고 보니 나는 이미 ‘우리’에 속해 있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감옥에서도 범죄자가 다 똑같은 범죄자가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병역기피자였던 내가 감옥에 들어오던 민가협 소식지로 양심수가 된 것처럼 말이다. 왠지 씁쓸하다.

P.S 2 정부가 규정한 5대 강력범죄가 뭔지 찾아보니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이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놀이 하는 것 말고는 다 강력범죄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정록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314 호 [기사입력] 2012년 09월 12일 15: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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