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거래 반대운동을 제안한다 ②] 지뢰생산 투자금지 법안 입법한 벨기에

벨기에 플랑드르네트워크 무기거래 반대운동의 활동과 성과

나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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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회에서 무기거래 혹은 무기거래에 대한 투자는 그 무기의 사용만큼이나 엄격한 기준을 요구받곤 한다. 하지만, ‘착한 살인’과 마찬가지로 ‘평화적 무기 사용’이 있을 수 없는 만큼 무기거래 혹은 무기거래에 대한 투자는 그 자체로 반평화적인 활동으로 인식되어왔다. 물론 무기거래를 꾸준히 반대하고 무기거래에 대한 투자까지도 지속적으로 사실을 파헤치고 폭로해온 평화 활동가들의 활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무기거래를 반대하는 대중적인 운동의 경험이 부족한 우리 사회를 비롯한 많은 사회에서 무기거래 혹은 무기거래에 대한 투자가 무기의 사용만큼이나 반평화적이라는 인식에 철저하지 못하다는 현실이 위의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평화운동으로서 무기거래 반대운동이 활발한 나라 중에서 벨기에는 평화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전세계에서 지뢰생산에 대한 투자를 법으로 금지한 첫 번째 나라가 되었다. 대인지뢰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1997년 오타와 협정은 대인지뢰 금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낸 자리였다. 하지만 여전히 대인지뢰는 생산되고 있고 또 사용되면서 많은 사람들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고 있다. 오타와 협정에 합의하지 않은 미국이 그렇고, 또 한국이 그렇다. 미국은 오히려 더 “영리한” 지뢰를 만드는 수고를 여전히 아끼지 않고 있고, 한국 역시 여름 수해 현장에서 지뢰에 대한 주의는 빠지지 않고 수해 지역의 대인 지뢰 폭발 사고는 연중행사처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지만 대인지뢰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수면 위로 터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대인지뢰 피해가 큰 나라로 꼽힐 만한 상황이다.

벨기에에서는 어떤 활동과 사회적인 논의를 통해 지뢰생산에 대한 투자까지도 금지한 법을 입법하게 되었을까? 지난 반전인터내셔널 국제회의에서 소개된 벨기에의 무기거래 반대운동 사례를 통해 무기거래 반대운동의 방법과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벨기에 플랑드르네트워크의 무기거래 반대운동 사례

위 사진:플랑드르네트워크 로고<출처; www.netwerkvlaanderen.be>
벨기에에서 활동하고 있는 평화운동 단체인 플랑드르네트워크(Network Vlaanderen vzw, www.netwerk-vlaanderen.be)는 벨기에 내 기업들이 무기생산이나 거래에 관여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해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기업으로 여러 차례 질의서를 보냈다. 하지만 기업은 질의서에 대한 응답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다. 어떻게 하면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플랑드르네트워크 활동가들은 수출신용위원회(Export Credit Agency, 이하 ECA)의 역할에 주목하게 되었다. OECD 가입 국가는 대개 비슷한 구조로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는데 수출신용위원회에서 수출신용장을 내주어야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는 구조다. 플랑드르네트워크 활동가들은 수출신용장이 오고간 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무기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벨기에 굴지의 은행이 무기제조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당한 액수를 투자하고 있었으며 주식소유 정도도 높은 편이었다.

위 사진:2005년 AXA에 저항하는 플랑드르네트워크의 직접행동<출처; www.netwerkvlaanderen.be>
활동가들은 오랜 준비와 논의를 거쳐 캠페인을 시작했고, 캠페인을 통해 ‘당신의 돈이 무기제조에 쓰이고 있다’는 설득이 호소력을 가지며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신문에 관련 기사가 실리고 기업에 대한 압력이 심해지면서 결국 여러 투자 업체들이 무기생산에 투자를 중단하게 되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가장 경계했을 것이다. 이처럼 기업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게 중요한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오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과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주어 ‘건강한 기업’을 만드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시민의 힘으로 무기 생산에 대한 투자를 중단시켰다는 의미는 작지 않을 것 같다. 또한 그 구체적인 매개 고리는 바로 ‘내 돈’이 관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경제적 욕구가 자신의 의사에 반해 정의롭지 못한 행위에 연결될 수도 있다는 믿음을 구체적인 경로로 제시하고, 기업의 도덕성을 비판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일궈낸 작지만 큰 승리로서 평화운동의 큰 자산이 될 터였다. 아래는 반전인터내셔널 국제회의에 참가한 벨기에의 플랑드르네트워크 활동가들이 발표한 내용이다.

AXA 새로운 미국 지뢰 생산업체에 상당액 투자

지뢰 : 무기 세계의 최하층

1975년 이후 지뢰로 인한 사고로 백만 명 이상이 희생당했다. 희생자 중 다수가 무고한 시민이었는데 이들은 오랜 투쟁 후에야 지뢰로 인한 희생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조사 결과 생존하고 있는 지뢰 희생자은 30만 명에서 4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가운데 절대 다수가 심각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으며 절단 수술까지도 감내해야 했다.

대인지뢰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1997년에 오타와 협정은 지뢰 금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전세계적으로 145개 국가가 협정에 서명했다. 서명을 하지 않은 국가조차도 대개는 세계적인 지뢰 금지 추세에 동참할 의지를 갖고 있다.

부시 정부의 새로운 지뢰정책

빌 클린턴 전직 미 대통령은 당시 미국이 가까운 미래에 오타와 협정에 서약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은 1997년 당시 대인지뢰 생산을 금지했다. 하지만 클린턴 행정부 이후 출범한 부시 행정부는 미국의 지뢰 정책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오타와 협정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며 지뢰 생산과 사용을 재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새로운 ‘스마트 지뢰(smart mines)’ 개발을 시사했는데 이 지뢰는 자체 소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오타와 협정 이래 이 지뢰가 금지된 사실과는 별도로,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와 같은 인권단체들은 ‘스마트 지뢰’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이 지뢰는 여전히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 지뢰의 자체 소멸 시스템은 100% 안전하지는 못하다. 일부 지뢰는 여전히 소멸되지 않고 남아서 활성화되어있다. 이 지뢰는 시민들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지뢰 제거팀까지도 위협한다. 또 지뢰가 자체적으로 폭발할 때에도 시민들은 그 위협에 노출된다. 보통은 스마트 지뢰 수천 개가 동시에 뿌려지는데 이는 점차 시민들에 대한 위협을 증가시킨다. 이 새로운 정책은 또한 전세계적인 대인지뢰 금지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새로운 지뢰 생산자들

부시 행정부는 2005년 12월에 새로운 대인지뢰 ‘스파이더’ 생산과 관련된 최종결정을 내릴 전망이다.(본 내용은 2005년 10월에 브뤼셀에서 발표됨) 1,620곳의 스파이더 시스템과 186,300개의 지뢰를 생산하기 위해 3억9만 달러의 예산이 책정되었다. 이 시스템은 지뢰를 관리하는 84개의 통제장치로 구성된다. 지뢰는 철로 된 덫망을 뿌려서 누군가 덫을 건드리면 지뢰가 작동하게 되어 있다.

1999년과 2004년 사이에, 약 1억4천6백만 달러가 이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사용되었다. 스파이더 시스템의 개발자들과 무기를 제조할 회사는 텍스트론(Textron)과 얼라이언트 테크 시스템스(ATK)이다.

이 두 생산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위 사진:플랑드르네트워크에서 만든 AXA와 관련된 포스터<출처; www.netwerkvlaanderen.be>
얼라이언트 테크 시스템스는 미군에 가장 많은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1985년과 1995년 사이에 이 회사는 미국 내 가장 많은 지뢰 생산자였다. 얼라이언트 테크 시스템스는 이 기간에 지뢰생산으로 4억8천6백만 달러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또 클러스터 폭탄, 대전차 지뢰, 그리고 열화우라늄탄 같은 무기들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세계에서 28번째로 큰 규모의 무기 제조업체다.

텍스트론은 세계 30번째 규모의 무기 제조업체다. 텍스트론 시스템스는 스파이더를 개발한 회사로 49개 국가에 4만9천 명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 텍스트론 Inc.의 자회사로 100만 달러의 총매상을 기록하고 있다. 무기 제조뿐만 아니라 텍스트론은 항공산업, 제조업, 금융업계에서도 활약 중이다.

얼라이언트 테크 시스템스와 텍스트론은 새로운 미국 지뢰 생산과 개발을 위한 주요 계약자들이다.

AXA가 지뢰 생산업체에 상당액을 투자한다

플랑드르 네트워크는 벨기에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은행과 보험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금융기관인 AXA의 존재를 드러냈는데 AXA는 이 두 미국 지뢰 생산기업에 상당액을 투자 중이다. 전세계적으로 AXA의 미국과 유럽 지부는 27억 달러 이상을 두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텍스트론에 대한 투자액은 특히 규모가 크다. 직접 투자와 고객들에게 제공된 투자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를 통해 AXA는 텍스트론 주식의 지분을 적어도 29% 이상 관리하고 있다.

위 사진:"내 돈, 깨끗한가?"<출처; www.netwerkvlaanderen.be>
AXA가 세계적으로 논쟁의 소지가 매우 큰 무기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은 불행하게도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2004년 봄 플랑드르 네트워크는 벨기에 내 다섯 개의 주요 금융그룹들(AXA, Dexia, Fortis, ING, KBC)이 싱가폴에 기반을 둔 지뢰 생산업체인 싱가폴 테크놀로지 엔지니어링(Singapore Technologies Engineering)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 발견과 캠페인의 압력은 이 가운데 네 개 그룹이 대인지뢰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도록 만들었다. 오직 AXA만이 대인지뢰 투자 중단을 거부했다. AXA 벨기에 지부는 법적으로 싱가폴 테크놀로지 엔지니어링에 투자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받아오다, 2005년 6월 이후 벨기에는 전세계에서 지뢰생산에 투자를 법으로 금지한 첫 번째 나라가 되었다.

AXA는 텍스트론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벨기에 고객들에게 계속해서 투자 펀드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AXA 룩셈부르크 펀드 글로발 에셋’이나 ‘AXA 룩셈부르크 펀드 월드’ 같은 금융상품은 텍스트론에 대한 투자 펀드로 구성된다.

플랑드르 네트워크는 AXA 그룹이 지뢰 생산에 투자하는데 대해 어떤 사회적 책임도 짊어질 의지가 없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 심지어 대인지뢰에 투자하는 것조차 AXA 그룹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AXA는 제거되어야 한다!

캠페인 활동가들은 다음과 같은 것을 요구한다.

△ AXA는 텍스트론에 대한 투자를 통한 대인지뢰 생산과 개발에 참여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 AXA는 위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텍스트론을 포함한 전세계 지뢰 생산 기업들에 대한 모든 투자를 중단하라.
덧붙이는 글
나동혁 님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이자 전쟁없는세상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24 호 [기사입력] 2006년 10월 11일 11: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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