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의 인권이야기] 성별(젠더)은 뭘까?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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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성소수자, 성별(젠더) 등등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듣는 단어에 머리 아파한다. 반면에 누군가가 남자/여자이고, 이성을 좋아하는 것은 너무 분명하고 자연스럽다고 여기기에 성소수자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금만 돌아보면 별로 분명하지 않다. 그렇게 구분하는 것에 익숙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을 보는 게 낯설고 쉽지 않아서일 뿐.

동성애자 교육팀에서 성별(젠더)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누기 위해 시도했던 프로그램을 소개해본다.

△귀부인, 복학생, 날라리 여학생, 끼순이(게이), 부치, 아줌마, 교회오빠, 노처녀, 트랜스젠더, 초식남, 콜서비스 노동자 등등의 단어가 적혀있는 쪽지를 나누어준다. △각자 나와서 자신이 받은 쪽지의 대상에 대해 표현해본다. 대상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그 대상의 몸짓, 치장, 말투, 주로 하는 말, 대하는 방식 등 다양하게 떠오르는 것을 표현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 대상이 누구인지를 맞추고, 사회자는 사람들이 대답한 것을 칠판에 적는다. △대상을 맞추면, 그 대상을 표현했던 사람이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었던 것인지를 말한다. (예를 들어 귀부인을 표현해야 했던 사람은 ‘우아함’, ‘돈 있음’ ‘나이 듦’을 표현하려고 했다) △어떤 대상은 어떤 특성으로 표현되는지, 그렇게 표현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또 어떤 표현들은 어떤 사람을 연상하게 하는지 등등을 함께 이야기해본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재밌게 느꼈던 것을 몇 가지 던져보자면,
-남성의 외모를 지닌 사람이 뭔가 고급스럽고 우아함을 표현할 경우, 나온 답변들에는 끼순이, 된장녀, 성노동자, 트랜스젠더 등등 너무 많은 것들이 나왔다. ‘여성스러움’을 표현하는 이들은 ‘이미’ 많고 이들은 다른 요소들(나이, 경제적 계급, 성정체성 등)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지는 것 같다.
- 표현에서 천박함을 이야기한 대상들을 살펴보는 것도 재밌었다. 주로 여성성과 관련되어 있었다. 문득 왜 천박함에 해당되는 남성성과 관련된 단어는 별로 없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성별에 따라 부정적인 단어들로 표현되는 것과 긍정적인 단어들로 표현되는 것을 구분해보고, 왜 그럴까 고민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주제일 거 같다.
- 교회오빠를 표현해야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쉽게 맞췄다. 평소에 이미지가 교회오빠였던 것이다. 자신이 표현하려고 하는 대상이 현재 자신의 외모로부터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 트랜스젠더는 표현하기 매우 어려워했다. 여성성 혹은 남성성을 과장되게 드러내려고 했다지만, 그것이 과장된 것인지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성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했다. 성별 하면 그냥 남자와 여자만 떠올리지만, 좀 더 파고들어보면 단순 구분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성별이 존재하고, 거기에 이름까지 붙여져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여자로 묶지만, 아줌마와 여고생, 커리어우먼을 대하는 방식은 다르고, 각각에 기대되는 행동, 역할도 다르다. 동성애자를 정의할 때 동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게이라고 하면 ‘여성스럽다’고 여긴다. 이미 많은 단어들은 성별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고, 단순히 남자/여자로만 나누기에는 서로 다른 공통점과 차이점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그리고 대상에 대해 표현되는 단어들을 통해 성별의 위계도 엿볼 수 있다.

여전히 어려운 거 같긴 하지만, 좀 더 쉽고 재밌게 성별을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정상이고, 저기 좀 이상한 애들”이란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성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이 사회가 성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 가는지 돌아볼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그런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함께 공유합시다!
덧붙이는 글
오리 님은 '동성애자인권연대'와 '완전변태'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323 호 [기사입력] 2012년 11월 21일 22: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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