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의 인권이야기] 진정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해!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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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에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이하 '마레연)라는 단체에서 마포구 일대에 'LGBT,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다', '지금 이 곳을 지나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달려고 하였다. 그러나 마포구청에서는 '유해하고 혐오스러운 내용을 수정하지 않으면 현수막을 걸 수 없다’고 거부하였다. 성소수자의 입장을 지지하던 한 대선 후보가 선거 이후 낙선 인사 현수막을 달며 마레연과 같은 문구를 넣자 이를 아예 철거해버리기까지 하였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는 국가기관에서조차 구체적인 근거 없이 '혐오스러움', '미풍양속' 등을 근거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다.

그런데 어제(5일) 정부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기사들이 올라왔다. 제목만 놓고 보면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될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이것은 작년에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한국의 인권 실태에 대해 심사한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 대해 수용 여부를 내놓은 입장 중 하나다. 국가별 정례 인권 검토는 유엔 소속 193개국의 인권상황을 검토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두 번째로 이 심사를 받았는데 차별금지법 제정, 사형제 폐지, 국가보안법 폐지, 대체복무제 도입 등 70개의 권고사항을 받았다. 이중 정부는 42개의 권고를 수용하기로 하였고 그 중 차별금지법이 포함된 것처럼 발표하였다. 하지만 작년 12월 정부가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의 권고에 대해 수용여부를 발표한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차별금지법의 경우 수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 당시 체코와 에스파냐의 위원이 '성적지향을 명시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하였지만 정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연구 검토 과정에서 성적지향의 포함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이외에도 정부는 UPR 권고 중 대체복무제 도입,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처벌 내용을 담은 군형법 92조 5항의 삭제에 대해서는 불가하다고 밝혔고, 불법 이민자(체류자)에 대한 인권 보호에 대해서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는 황당한 거부 의사를 내놓았다.

2007년에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차별금지법을 보더라도 성적지향, 출신국가, 병력 등 7개 영역을 차별금지사유에서 삭제한 법안이었다. 이후에도 정부는 성적 지향 등 모든 차별을 제재하는 법률의 제정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 부재'(정확히 말하면 보수 기독교 단체의 반발)을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그렇기에 2009년에 유엔 사회권위원회를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한국 정부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태도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만약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에서 성적지향, 출신국가 등이 빠진다면, 다시 말해 '이러한 것들로 차별해도 상관없다'는, 즉 이런 차별 사유에 대해서는 정부가 용인한다는 선언에 다름 아님이 된다. 지난 2011년 제정된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차별과 폭력의 위험에 놓인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 금지 내용을 포괄하는 진일보한 내용을 담았다.
이처럼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적 지향'이 차별금지사유에서 제외된다면 동성애를 혐오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근거가 될 것이다. 올해 초 전북 학생인권조례 제정과정에서는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사유에서 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렇게 동성애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이들을 차별하고, 이들에게 혐오의 시선을 보내는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더욱 성적지향을 포함해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권의식을 제대로 담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차별금지법 논의과정에서 성적지향을 차별금지사유로 명시하는 문제는 늘 뜨거운 감자이다. 지난 수십 년간 억압되고 제대로 말조차 할 수 없었던 동성애자의 인권 문제가 이처럼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보호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차별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고, 헌법의 평등이념이 제대로 담보되기 위해서는 모든 종류의 차별을 막을 수 있는 차별금지법이 논의되어야 한다. 만약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차별금지법'으로 이름 붙여 거부하는 이들에 밀려 성적지향 등 일부 사유가 삭제된다면, 결국 무늬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인 누더기 법안은 우리 사회의 차별의 해소를 바라는 이들의 꿈과는 너무 거리가 먼 것이다.

지난 1월 국가인권위는 서초구청이 동성애 관련 현수막 게시를 거부한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권고하면서 "국가가 불합리한 차별과 억압을 받지 않도록 사회적 소수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였다. 헌법의 평등, 행복추구권 조항이 단순한 문서 상의 글자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 차별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자신들의 인권을 정당히 누릴 수 있는 차별금지법이 이참에는 정말 제대로 제정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초코파이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333 호 [기사입력] 2013년 02월 06일 21: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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