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찬의 인권이야기] 한국노동부가 노예노동의 공범

주 350 시간을 표준으로 승인한 노동부

김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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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전, 23살의 청년 전태일은 자신의 생명을 던졌습니다. 청계천 일대의 의류제조업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현실' 임을 알리려고 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그 중요한 한 가지는 너무나 긴 '노동시간' 이었습니다.

20대 초반의 전태일은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을 꼼꼼히 조사하여 자신의 일기장 등에 촘촘히 남겼습니다.

'하루 13시간... 월 336시간의 노동... 매월 2일간의 휴일,'


전태일은 이는 사람이 할 짓이 아니며,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한 '근로기준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므로, 그 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이, 특히 행정당국에서 이런 현실을 알기만 하면 금방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기대를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희망을 품었을 때, 그의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전태일은, 우리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라고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태웠습니다. 전태일이 자신의 몸을 불사른 이후 44년 쯤 되었습니다.

그런데 장시간의 노동은 한국의 제조업, 농축산업, 어업노동의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제 전태일 시대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유사한 곳에서, 전태일 또래의, 먼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 이주노동자들이 일을 합니다.

2011년에, 한국의 노동부 산하기관인 '산업인력공단'은 '고용허가제'에 대하여 유엔(UN)이 수여하는 '공공행정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부터 2013년 현재까지 [지구인의 정류장]에는 노동상담을 하러 온 농업이주노동자들이 많았습니다. 노동자들은 대부분 지나치게 긴 노동시간과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임금착취를 호소하였습니다. 보통 월 1일~2일의 휴일을 갖고, 하루 11시간 이상 일하는데 월급은 80~90만원 이어서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주 350 시간을 표준으로 승인한 노동부

노동자들이 입국하기 전에 고향에서 받은 근로계약서를 보았습니다. ‘UN으로부터 공공서비스분야의 최고상을 수상한 '고용허가제도'를 통해 엄격하고 공정하게 관리되고 있을 'E-9' 노동자들의 근로계약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2011년 작성된 이 표준근로계약서는 한글과 영어로만 작성되어 있습니다.


캄보디아 노동자이니 당연히 캄보디아어로 작성이 되었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표준근로계약서는 모든 'E-9' 노동자들이, 법률에 따라 한국고용노동부의 전산망에 등록되어 관리되는 것으로서, 만일 이주노동자들이 이와 같은 '근로계약을 한국 노동부에 등록하지 않고' 일을 하게 되면, 곧 '불법 노동'으로 간주되고, 한국 법무부 출입국사무소는 수시로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여 노동자를 추방해버립니다. 즉,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체류자격'을 증명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계약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근로계약서가 불법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면 4항의 근무시간은 '월 350시간 !!!' 으로 되어있고, 2면의 7항 임금은 976,000원으로 되어있습니다. (2011년 최저시급은 4,320원입니다. 월급여가 1,512,000 원 이상이 되어야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닙니다.) 명백히 탈법적인 이런 계약서를 산업인력공단이 만들고, 노동부가 승인하고 등록한 것입니다. 이러한 계약서는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한 달에 어떻게 350시간 일할 수 있을까요? 점심식사 시간 1시간을 빼고도 매일 12시간을, 휴일 없이 일해야 가능합니다. 실제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그렇게 일을 합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공공기관들과 주요기업들은 주 5일, 40시간 노동을 합니다. 즉 월 160 ~ 184시간을 일하는 셈이죠.) 그 결과,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위와 같은 장시간 노동을 견디다 못해서 '탈출'을 감행합니다. 낯선 땅에서(!) 자신의 체류권을 걸어야 하는 힘겨운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노동부 산하조직인 고용센터 직원에게 어떻게 이런 불법적인 계약서를 공공연히 승인해놓고,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모르는 체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때 고용센터 직원들이 답합니다. "제가 등록한 계약서가 아니고 전임자들이 한 것인데... 그리고 그것은 당사자들 간의 계약이니, 노동부에서 개입할 일도 아니에요." 그러면서 고용센터 직원들은 덧붙입니다. "노동자가 그 곳을 이탈하면 안 돼요. 불법이 돼요."

위 사진:몇몇 노동자들은 꼼꼼하게 자신의 근무기록을 남깁니다. 이러한 자필 근로기록은, '농업노동'에 대한 정보를 거의 갖고 있지 못한 노동청에 그나마 자신의 '근로 시간'을 주장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대다수의 근로감독관들은 "자필 근무일지를 어떻게 믿냐? 더 구체적인 입증자료를 제출하라!" 며 의심하기는 하지만, 사용자들이 근무기록표를 전혀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때때로 설득력 있는 자료가 된다.)

농촌일이란 게 원래 그렇다고?

노동자들은 하는 수 없이 노동부의 또 다른 부서인 지역노동청 근로감독과에 '장시간의 근로에 대해 형편없는 임금'을 받고 있다는 진정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많은 감독관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농촌 일이란 게 그렇지요. 좀 헐렁하잖아요. 물 먹으러 갈 수도 있고, 화장실 갈 수도 있고... 그리고 한 달에 29일, 새벽 6시부터 일했다는 증거를 가져오세요."

에어컨과 히터로 된 쾌적한 환경에서 주 40시간, 월 170시간을 일하는 노동부 직원들이 '농업노동자들의 실제근로시간'을 조사할 능력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동부는 아직 농업노동자나, 어업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조사 자료도 없으며, 실태를 이해할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한국노동부는 UN 이 수여한 '공공행정상'을 자랑하며, 한국의 농촌에서 공공연히 작성되는 '월 280시간, 308시간, 319시간, 350시간' 짜리 근로계약서들이 '합법적'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그 곳에서 일해야 한다!' 고 엄포를 놓습니다.

40여 년 전, 전태일이 온 몸을 불태워 저항한 그런 장시간 노동환경에 대해, 한국 노동부는 아무런 문제의식도, 개선할 의지도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발견하고, 다른 이주노동자들과 공유하고, 목소리를 모으고, 사회적 실천을 할 수 있다면 변화의 가능성은 높아지겠죠.
덧붙이는 글
김이찬 님은 지구인의 정류장의 상임 역무원입니다.
인권오름 제 348 호 [기사입력] 2013년 06월 05일 22: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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