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다시 쓰는 노동조합법의 재구성

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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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노조법 다시 쓰기인가

최초 노동법이 1953년 제정된 이래 올해로 60년을 맞았다. 노동법은 헌법적 권리의 구체화로서 제정되었지만 군사정권의 등장과 함께 20여 년 동안 국가가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노사자율적인 노동관행을 형성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약 당했고, 노동법 적용에 있어 퇴행적인 과정을 겪어왔다. 개발독재체제 하에서 노동운동과 노동3권의 자주적 실현은 ‘경제성장’과 ‘사회 안정’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반사회적 요소로 공격받았다.

과거 노조법을 통한 노동3권의 탄압은 기업별노조 강제조항과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앞세워 직접적으로 노동조합 설립 자체를 막았다. 감시와 징계협박 등을 통한 탈퇴종용, 심지어 납치와 감금, 금품을 통한 회유 등 갖은 수단이 동원되었다. 그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을 만드는 일은 여전히 첩보작전을 방불케 한다. 그런데 복수노조 금지조항이 사라진 후 마치 단결권이 전면적으로 보장될 것으로 기대하였던 것과 달리 현실은 법률을 통한 헌법의 노동3권을 철저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노조법이 개정되기에 이르렀다.

법원과 노동행정기관은 노동자들이 사업장의 문제를 풀기위해 교섭권을 행사하려면 노조법상 설립신고증을 받은 노동조합이어야만 한다고 제한하고 있다. 단체행동권은 또 어떠한가. 사용자는 쟁의권을 불법으로 만들기 위한 갖은 핑계를 대는데 오로지 임금이나 근로조건과 같이 직접적인 이익에 대해서만 교섭할 수 있고 조금이라도 이를 벗어나면 모두 다 사용자의 경영권(?)이라는 정체불명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교섭을 거부하고, 쟁의행위를 할 경우 불법파업이라고 징계 및 손해배상, 형사고소를 밥 먹듯 한다. 또한 노조법은 쟁의행위를 할 때 조합원 과반동의에 관한 절차적 제한을 두고 이를 위반하면 쟁의행위 전체를 불법으로 만들어 버린다. 또한 복수노조인 경우에는 창구단일화를 거쳐 교섭대표노조가 되더라도 파업을 하려면 소수노조까지 포함하여 총 조합원 과반수를 넘어야만 파업을 할 수 있도록 찬반투표 요건을 더욱 강화하여 쟁의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특히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도입되면서는 이러한 노동3권에 대한 제한은 더욱 강화되었다. 예전에는 노동조합 설립신고증만 받으면 교섭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하에서는 교섭요구를 하기 위해서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도입되어 마치 노동조합 설립이 자유롭게 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행 노조법 하에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면 노동조합 설립 전부터 노동자들은 교섭요구를 할 수 있는 시기인지, 교섭 이전 다른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이 있다면 유효기간이 언제까지인지 등을 다 확인해야만 한다(문제는 다른 노조의 단체협약의 내용을 확인할 법적인 절차가 제대로 보장되어 있지도 않다).

또한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면 사용자의 탈퇴종용과 같은 부당노동행위만이 아니라 사용자에 의한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까지 신경 써야만 한다. 노조설립시 친사용자 노조가 설립될 우려가 있는지, 사용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 매우 복잡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만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다 예상하여 노조설립을 하고 교섭요구를 해도 사용자가 공고를 하지 않는 등 교섭창구단일화절차를 지연시킬 경우 수개월 이상 교섭권과 쟁의권 행사가 차단될 수 있고 이렇게 쟁의권이 막힌 상태에서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를 집중할 경우 신설노조는 쉽게 와해될 수 있는 이중, 삼중의 장벽에 가로막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장벽을 하나라도 넘지 못하면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범죄자 취급을 하며 형사처벌을 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노조법은 헌법상 권리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 아니다.

노동3권이 노조법에 의해 철저히 제약을 받는 반면, 노동3권에 대한 사용자의 공격행위, 즉 직장폐쇄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노조법은 한없이 무력하다. 노동3권을 침해하는 노조법은 사람들의 인식을 왜곡시키고 노동자들을 범죄자로 몰아세우는데 너무도 익숙해졌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헌법정신을 담은 노조법 다시 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의 노동조합법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노조법의 목적이 헌법상 노동3권을 실현하도록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활동을 보호하는데 그 본래 목적이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목적 하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은 모두 폐지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 노동3권을 연쇄적으로 제한하는 노조법의 왜곡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3권 각각의 고유한 권리의 이름을 되찾아주어야 한다. 그동안 단결권에 의해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고, 단체교섭권에 의해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방식의 해석론은 노동3권 각각의 권리의 고유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었다. 노조법에서 노동3권은 기존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흐름이 아니라 「단체행동권→단체교섭권→단결권」의 흐름을 따라서 노동기본권의 의미와 내용이 갇히지 않고 구체화할 수 있도록 구조화하여야 한다. 노동자는 노조법이 제한하는 노동조합이 아니라도 누구나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노동자가 단체행동을 통해 사용자에게 교섭에 응하도록 함으로써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고, 단체행동 및 단체교섭의 과정에서 노동조합이라는 집단의 외관을 정비해가는 것이 전통적, 역사적인 노동3권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위 사진:7월 19일 <다시 쓰는 노조법 토론회> 웹자보

그러한 노조법의 구조 하에서 첫째, 개인 노동자 고유의 권리로서 노동3권의 주체성을 회복해주어야 한다. 헌법에서는 노동3권을 개별 노동자의 권리로서 규정한다. 제정 노조법 제1조 목적에서도 “근로자의 단체행동자유권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명기하여 개별 노동자의 권리임을 전제하고 있다. 또한 헌법상 단체행동권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서 자주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단체행동의 자유이기 때문에 파업권은 오로지 사용자와의 교섭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볼 까닭이 없다. 근로조건의 향상은 근로계약을 통한 근로조건만이 아니라 국가와의 관계에서 사회적 차원의 노동정책과 고용대책 마련을 위한 정치적 행동의 자유를 의미한다. 개별 사용자에 대한 임금인상요구가 아니면 어떠한 정치파업도 차단하는 현행 노조법은 헌법상 노동3권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둘째, 쟁의권은 단결권이나 단체교섭권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또한 노동력 제공의 거부는 노동자가 스스로 자신의 노동력에 대한 권리를 취하는 행위, 즉 종속노동으로부터 인간으로서 자신의 노동에 대한 자유, 통제력을 회복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파업권은 헌법이 승인한 권리이자 자유로서 기본적으로 불법행위나 계약위반행위로 보아서는 안 된다. 단결권이나 교섭권이 존재하는지와 상관없이 개별 노동자의 고유한 권리로서 파업권은 온전히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노동3권의 주체는 노동조합이 아니라 노동자 개인의 권리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행사하기 전에 노동단체를 구성, 설립신고를 해야만 할 필요는 없다. 구체적인 노동관계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해관계 있는 개별 주체들의 집단적 요구 혹은 파업권의 행사를 통해 자주적으로 단결하는 집단의 범주가 구체화되기도 한다. 노동자들의 자주적 단결이 본래, 사전적으로 제도화될 수 없고 종속노동의 변천에 따라 사회적이고 역사적으로 구성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노동3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이다. 노동3권 침해행위가 다각화되고 있기 때문에 근로계약상 사용자만이 아니라 누구든지 노동3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하다. 특히 사용자의 공격적, 선별적 직장폐쇄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과 즉각적인 행정명령이 뒤따라야 한다.

노조법의 재구성 원리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이러한 노조법 재구성 원리는 완결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온전히 헌법상 노동3권이 실현되도록 노조법을 새로 쓰기 위한 시도가 없었다. 재구성 원리는 이제 시작되는 운동이어야 한다. 노조법이 다시 써져야 하는 이유와 노동3권의 사회적 권리화를 위해 앞으로 더욱 다양한 논의와 풍부한 상상력들이 필요한 까닭이다.

노동조합법의 재구성 방향

1. 개별 노동자의 노동인권으로서 파업권과 단결권,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며, 각각의 권리는 고유한 자유의 발현을 목적으로 한다.

2. 노동조합은 시민사회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증진하는 결사체로서 국가는 노동조합의 설립과 가입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차별 없이 지원하여야 한다.

3. 노동자 개념을 축소하여 단결의 자유를 제한하여서는 아니 행정관청에 의한 사전적인 노동조합 설립신고에 대한 통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4. 산업민주주의와 국가에 대한 정치적 자유로서 정치파업과 연대파업을 할 권리를 보장한다.

5. 파업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보장하여야 하며, 파업권 행사는 폭력행위가 아닌 한 정당한 행위로서 형사책임을 지울 수 없다.

6. 파업권의 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위법행위 없이 특정 노동자에 대한 선별적인 징계나 손해배상·가압류를 할 수 없다.

7. 단체교섭권의 주체와 대상의 결정은 교섭권 고유의 자유의 영역으로 사전적인 제한을 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8. 단체교섭의 상대방은 노동자들의 파업권의 행사를 통해 하나 이상의 기업 및 국가를 사용자로 구체화된다.

9. 노동조합의 운영은 원칙적으로 일반시민법적 민주성을 준수하고 조합규약에 따른 민주적 절차를 적용받으면 족하고 노조법에 의한 별도의 통제와 제한을 받아서는 아니 된다.

10. 근로계약상의 사용자가 아니라도 단결침해행위를 하는 자는 누구든지 부당노동행위로서 처벌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박주영 님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 금속노조 법률원 공인노무사 입니다.
인권오름 제 361 호 [기사입력] 2013년 09월 04일 21: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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