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동성간 결혼은 다양한 가족형태와 관계를 보장하는 사회로 나가기 위한 초석

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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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2000년대에 들어 가부정적 단일민족 부계혈통에 의존한 가족제도에서 배제되어 온 한부모 가족, 재혼가족, 비혼모, 입양가족, 다문화 가정에 주목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다양한 가족’에 대한 연구와 담론이 증가하였으며 소극적인 지원정책이 만들어졌다.

지원정책의 변화가 이성애 가족이 사회의 기본단위라는 통념을 넘어선 건 아니다. 법률적으로는 건강가족기본법을 통해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라고 지정했으며 사회적으로도 혼인과 혈연을 통해 이루어진 가족과 그렇지 않은 관계들을 구분하고 배제했다.

또한 가족은 돌봄과 부양의 주체단위로 유지되었다. 사회 안전망과 사회복지제도가 취약한 한국사회에서 국가는 돌봄과 부양의 의무를 가족에게 넘겼다. 노인에 대한 돌봄과 부양은 자식의 몫으로 남겨지고, 장애인에 대한 돌봄과 부양은 부양의무제를 통해 부모에게 남겨졌다. 개개인의 재산에 따라 돌봄과 부양은 이루어지고 사회는 가족에게 책임을 넘겼다.

돌봄과 부양의 주체로 가족을 규정하며 사회의 지원정책은 가족형태를 위계화 시켰다. 1인 가구, 장애인 가족, 한부모 가족, 다문화 가족은 어떠한 가족형태이냐에 따라 지원정책이 달라지며 생산력에 기반을 둔 저 출산·고령화 위기의식은 위계화를 확대시켰다.

이와 같은 사회적 조건에서 지난 2013년 9월 7일 청계천 광장에서 김조광수, 김승환 두 사람이 결혼식이 열렸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의 자리에 함께 하였으며, 결혼발표부터 결혼식까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동성커플의 결혼식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2004년 12월 동성 커플이 공개결혼식을 열고 혼인 신고서를 접수하였으며, 많은 동성 커플들은 지인들이나 공개된 장소에서 결혼식을 진행하였다. 성소수자 운동에서는 2004년부터 동성결혼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으며, 보다 확장된 맥락에서 2006년부터는 가족구성권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며 가족 개념의 재구성을 사회에 제안해 나갔다. 두 사람의 결혼은 이와 같은 가족 개념의 재구성의 한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가족제도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

혼인과 혈연을 통해 이루어진 가족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사회복지, 경조사 휴가, 보험금 상속, 회사의 복지 지원의 기본단위이다. 또한 병원 입원, 수술 등에서 가족이냐 아니냐에 따라 행할 수 있는 권리 또한 달라진다. 가족제도 속에 포함되지 않는 관계들은 이 같은 시스템에서 배제되며 동반자적 관계의 삶에 대한 지지와 유지는 사회적 권리로 보장되지 않는다.

또한 가족은 돌봄과 부양의 주체로 인식된다. 노동을 하지 못하게 된 노년층에 대한 부양은 자녀의 몫이며 자녀의 돌봄을 받지 못한 노년층은 일용직 노동, 공공근로를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 자녀의 학비는 부모의 지갑에 의존하고 장애인에 대한 부양의무는 부모에게 지워진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요인에 따라 가족 내 불평등이 발생하고 ‘정상가족’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은 돌봄과 부양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가족제도는 법적 권리의 기본단위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 또한 작동된다. 동반자적 관계에 놓인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에서 쉽게 인정받지 못한다. 동반자적 관계가 부모에게, 직장의 동료에게, 친구에게 인정받는 것은 개별 사람들의 노력에 맡겨지나 노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성격을 갖고 있지 않다.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곤 끊임없이 밀려지며 밀려진 사람들은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되어 진다.

동성결혼식을 통해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에 주목하자

기존의 가족제도가 유지되어지는 사회에서 동성결혼식은 이성애커플과의 동등권 실현, 동성커플의 제도적 사회적 권리보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존 가족제도에서 배제되어진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로간의 지지와 동반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동거 커플 뿐 아니라, 비혼 공동체, 자립생활공동체와 같은 사람들은 모두 서로의 삶에 대한 지지와 동반자적 관계로 존재한다.

또한 이와 같은 사람들이 서로 보이는 돌봄에도 주목해야 한다. 기존 가족에게 부과한 돌봄의 의무를 사람들이 삶의 궤적에서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가는 모습은 사회가 책임지지 않는 돌봄을 사람들이 어떻게 구현하는 지 볼 수 있다. 이들의 돌봄에 근간하여 가족에 부여한 사회의 돌봄 책임을 재구성하고 이를 사회의 몫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김조광수, 김승환의 동성결혼을 바라보며 기존 가족제도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가족제도가 사회에서 무엇을 배제하고 있는지, 사회의 몫을 누구에게 넘기는지 살펴보며 평등한 사회 구성을 위해 무엇이 바뀌어야할 지 논의하자. 아마도 그것은 가족제도를 뛰어넘는 상상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가족의 통념을 벗어나 다양한 관계와 다양한 삶의 궤적이 사회에서 동등하게 살아 갈 때, 조금 더 평등의 실체에 가까워지리라 생각된다.
덧붙이는 글
훈창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362 호 [기사입력] 2013년 09월 11일 21: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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