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숙 폭동] ‘이성교제 규제’로 바라본 학교의 실체

선우, 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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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교제하면 퇴학·전학…서울서만 올해 61명 처벌
"오래된 이성교제 학칙 및 벌점에 치우친 생활평점제 고쳐야"

생활평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소재 학교 절반 이상이 상점보다는 벌점에 치우치고 있고, 오래 전 제정한 이성교제 규정을 아직도 적용하고 있어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형태 의원은 신학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2009~2013 이성교제 처벌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소재 학교에서 이성교제와 관련해 처벌받은 학생이 281% 급증했다고 15일 밝혔다.

서울시 내 고등학교에서 이성교제와 관련해 처벌을 받은 학생 수는 2009년 16명에서 지난해 45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9월 기준 61명이 처벌받았다. 전국적으로는 올해 431명이 처벌받았으며 2322개 고등학교 중 이성교제 관련 교칙이 있는 학교는 1190곳(51.2%)이다.
…(이하 중략)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아시아경제신문에 게재되었으며 8면의 4단기사입니다.
8면4단| 기사입력 2013-11-15 10:37 | 최종수정 2013-11-15 14:41

최근 이성교제 규제와 상벌점제의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이 담긴 위와 같은 기사가 화제가 되었다. 이 기사를 읽고 ‘이성교제 규제’가 문제인지에 대해 선우와 윤희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윤희 : 선우, 요새 최근에 학교 내 이성교제 금지에 대해서 언론에서 보도를 많이 했잖아요.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그에 따라 교내의 학생인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성교제에 대한 교칙이 변하지 않아서 이성교제를 했다는 이유로 처벌 받은 학생이 너무 많고 입시정책에서 관련이 있는 상벌점제와 연관되어 지적이 빗발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이성교제 금지’라는 말이 참 낯설기도 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이성교제 금지가 왜 문제적인지에 대해서 키워드 별로 이야기해볼 거에요. 세 파트로 다룰 건데, 먼저 ‘이성이란 무엇인가’, ‘교제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과연 금지를 해야 하는 것인가’를 이야기할 거에요.

‘이성’이란 누구인가

선우 : 저는 누가 나를 보느냐에 따라서 다른 것 같아요.
제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저는 젠더(정신적인 성정체성)가 남성이기 때문에 당연히 젠더가 여성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이 제게 이성이긴 한데, 제가 학교를 다녔을 당시에는 나를 판단하는 잣대가 sex(출생 시 부여받은 성)로 판단하니까 저에게 있어 이성은 남성이라고 생각했겠죠. 그러니까 가령 제게 이성교제 규제를 적용했을 때 혼란이 올 수 있는 거예요. 나는 나를 남성이라고 주장하면서 여자를 사귀면 이성교제인데, 서류상으로는 제가 여자라고 되어있으니까 남자를 사귀면 (이성을 사귄다고) 벌점을 매기는 게 맞는 거잖아요.

윤희 : 교사들의 머릿속에 있는 틀 안에서만 무엇이 이성교제고 아니냐를 나누는 거잖아요. 무엇이 이성교제고 무엇이 아니냐를 제3자가 판별하는 건 사실은 불가능하죠. 청소년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관심조차 없고 받아들여주지 않는 사회인데, 이성교제를 벌점을 통해 처벌하여 금지시키겠다는 건 학생들에게 성별이분법적이고 경직된 성에 대한 생각을 주입하는 효과도 낳는 거 같아요. 다른 성에 대해서는 없는 것이라고 배제하는 거죠. 단어를 살펴보면 이성교제 금지라고도 하고 불건전한 동성교제 금지라는 단어도 쓰고 그러잖아요. 꼭 성별정체성이 남성과 여성뿐만이 아닐 텐데 그런 어휘를 쓰는 거는 문제인거 같아요.

선우 : 일단 교제를 가지고 징계하는 것 자체에서 문제적이지만, 일단 이성교제에 대한 걸 놓고 얘기 했을 때,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제는 패싱(특정한 성별로, 이 상황에서는 남성으로 보이는) 된 채로 다녔기 때문에 제가 여자를 사귄다면 당연히 이성교제로 여기는 반응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만약 제가 여학생처럼 학교를 다녔던 중학교 때라면, 제가 그 때 좀 남자애들이랑 많이 놀러 다녔거든요, 나는 그 때도 내 성별이 남성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남자애들이랑 놀고 있으면 어떤 선생이 둘이 사귀냐고 그래서 한번 화난 적이 있었거든요. 나는 남성인데 오히려 여성을 좋아해야 이성을 좋아하는 거지. 그리고 수학여행 갔을 때, 나는 이성이랑 자야하는 거잖아요. 이성이랑 자지 말라고 하면서. 그게 좀 웃긴 거 같아요(웃음).

교제란 뭘까?

윤희 : 이제 ‘교제란 무엇인가?’ 질문으로 넘어가면 교제를 사실 금지한다고 하는데 규제하는 양상이 되게 웃기면서도 서글퍼요. 2010년 아수나로에서 연애탄압 실태조사를 했을 때 아직도 학교에는 여학생과 남학생이 가까이 가면 안 되는 몇 센티 윤리거리가 있었고, 순결사탕을 나눠주고 그렇더라고요. 손 잡으면 벌점 몇 점, 포옹하면 벌점 몇 점씩 매기고. 그래서 어떤 학교는 아예 남녀 분반하는 학교가 대부분이고 중학교 때부터도 남자는 남자끼리 앉히고 여자는 여자끼리 앉히고 그러잖아요.

선우 : 남고 여고도 있고.

윤희 : 맞아, 남고 여고로도 또 나누고. 그런 거 때문에 어떤 청소년들은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 교제라는 걸 어떻게 규정할까요? 교사들은 학생들이 어떤 짓을 했을 때 교제라고 할까요?

선우 : 저는 그 교제라는 것을 너무 협소하게 보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여러 관계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냥 나랑 저 사람이랑 이만큼 아는 관계, 뭐 저 사람이랑 밥을 먹을 수 있는 관계, 저 사람이랑 진짜 많이 친한 관계, 그리고 또 막 정말 사랑하는 관계, 연애하는 관계 이런 정말로 다양한 관계가 존재하고 관계를 만드는 것이 교제인데. 그 교제를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연애만 이렇게 규제를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것도 다 규제를 하는 건지 거기서 좀 의문이 드네요.

윤희 : 저도 남녀공학을 다닌 적이 있었는데, 저는 당시만 해도 성에 대해 생각도 못하고 연애나 그런 거에 신경도 안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뜬금없이 선생님들이 친구들 통해서 제가 누구랑 사귄다는 소문을 듣고 와서는 저한테 조심하라고, 그러면 못쓴다고 학업에 집중해야할 나이에, 공부만 해야지 하시면서 저를 다그치셔서 당황스러웠던 적 있었어요. 나는 연애한다고 딱 공식적으로 말하면 그게 교제인지, 아니면 이런 사랑의 불꽃이 피고 막 사랑의 감정이 낌새가 있고 이럴 때부터 선생님들은 어떻게 제지를 하는 건지. 그리고 그걸 관찰하고 알아보고 다니시는지, 무서웠어요.

위 사진:<사진설명> 10대 연애를 소재로 했던 드라마 '상속자들' 화면

선우 : 예방책이라고 하는 거죠.

윤희 : 교제라는 건 선우님이 말대로 되게 여러 가지 스펙트럼이 있는데, 감정은 있어도 연애하진 않는 관계도 있고. 감정 또한 여러 가지가 있는 건데, 청소년들의 교제에 대해서는 단순하게만 생각 하는 것 같아요. 청소년들의 관계를 이성교제라는 이 단어 하나로 딱 규제할 수 있다고 하는 건 어떻게 보면 오만하기도 하고, 청소년 시기를 되게 무시 하는 거죠. 애들의 연애란 이럴 것이다, 라는 생각이 머리에 있으니까 그것만 규제하면 되겠다, 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청소년의 교제라는 걸,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화시켜서 처벌 규정을 만드는 거잖아요. 처벌 대상 안에 감정, 느낌과 교류, 사랑 같은 거를 넣는 다는 거는 말이 안 되죠, 사실 어떻게 누가 판단해요. 그 판단을 당사자도 아닌 제 3자인 교사들이 하는 거죠, 누가 그런 사이라더라, 그런 루머만 퍼져도 선생이 듣고 관리를 한다는 건, 정말 지금 학교의 상벌점제 자체가 형법만큼의 정교함도 갖지 못한 거에요. 영장 없이도 언제든지 체포해서 심문할 수 있고. 변론권도 없고.

선우 : 저의 사례는요. 그니까 올 초까지만 다녔던 그 학교에서요. 저희 반에서 어떤 남자애랑 여자애가 되게 친했어요. 진짜 둘이 사귀는 사이 아니냐고 애들이 맨날 물어볼 정도로. 그런 관계인 애들이 있었고, 또 진짜 남자애들끼리 수업시간에 막 치고 박고 놀면서 정말 친하게 보여서 담임이 둘이 사귀냐고 맨날 그렇게 놀려대는 그런 남남 관계도 있었어요. 근데 남남 관계에 대해서는 그냥 좀 수업시간에 수업방해 하지 말라는 그런 투로만, 너희 둘이 사귀냐고, 그런 장난투로 얘기하고 끝이었어요. 아무런 제재가 없었거든요. 근데 그렇게 친했던 남녀는 일단 둘이 사귀는 거 아니냐 에서부터 시작해서 둘이 붙어있지 마라, 그렇게 지적을 하다가 결국에 부모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그래가지고 여자애는 결국 친권자에게 폰이 뺏기고 결국엔 둘이 사이가 엄청 멀어져 버리게 되었거든요. 제가 볼 때는 그 여자 쪽에서 일부로 거리를 둔 것 같아요. 그게 제제가 들어오니까. 저는 그 때-물론 둘이 사귀었을 수도 있어요-근데 그걸 떠나서 자기들이 연애하는 거 아니라고 하는 데, 그거를 어떤 증거를 가지고 자기 멋대로 둘 사이를 이렇게 간섭하는 지에서부터, 왜 남녀 관계에서만 그렇게 해야 하는 지 어이가 없는 거에요.

윤희 : 얘네는 ‘이성’이기 때문에 교제를 막아야 하고 얘네는 ‘동성’이니까 좀 아예 그냥 무시해도 되는 친구고, 이렇게 두는 거 자체가 웃긴 거죠.

선우 : 여자끼리는 이렇게 팔짱끼거나 손잡는 건 아무도 뭐라 하지 안 하잖아요. 근데 그들이 레즈비언일 수도 있는 거고, 그런데 남자 여자 손잡는 거, 그냥 친구관계로 손잡는 거는 수련회 때 우리 다 같이 손잡고 둥굴게 서 봐요! 그 때 빼고는 왜 안 되냐고요!

윤희 : 중학교 때, 어떤 남자애랑 공부를 하다가 책상 위에 손이 보여서 야 너 손이 진짜 크다. 이런 말을 했고, 그 남자애는 너는 손이 얼마나 작은 가 보자. 그래서 우리가 손을 이렇게 대고 있었어요. 근데 선생님이 그걸 보고 너희들 둘이 뭐하는 짓이냐고 그래서 우리 둘이 막 손 크기 재고 있는데요. 서로 그런 짓거리를 하면 어떻게 된다는 듯이 잔소리를 하더라고요.

위 사진:<사진설명> 여학생끼리의 사랑을 다룬 '여고괴담2'

선우 : 팔씨름 할 때 손잡는 것도 안 되나봐.

윤희 : 어? 되게 웃긴다니까? 그럴 거면 학교에 탈의실 정도는 갖춰줘야지. 교실에서 갈아입고 막,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그러는데. 학교 교실도 얼마나 더러워요. 맨날 학생들은 텔레비전 뒤에서 갈아입고, 거기에 먼지가 얼마나 많아!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학교 관리자들은 편리할 때만, 순결해야한다, 순진무구해야한다. 하는 거지. 어떻게 보면 이용당하는 거죠. 어쩔 때는 자신들이 돈이 나가고 신경 써야 하는 거에는 방관하면서, 자신들이 불편하고 꼴 뵈기 싫은 거는 또 규제하는. 그렇기에 교제라는 단어가 추상적임에도 불구하고 쓸 수 있는 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는 표현이기 때문에 좀 그런 것 같아요.

이성교제 규제, 정당하지 않은 권력의 작동

선우 : 저는 관계에 대해서 관여하거나 참견할 수 있는 건 정말 친한 사이여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학교에서 하는 그런 금지라는 것은, 학생들과 정말 친하고 걱정해서가 아니라 권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보거든요.

윤희 : 문제는 그 권력이 학생들로부터 나온 권력이 아닌 학교장과 교사들로부터 나온 권력이라는 거죠. 법은 민주적으로 제정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학교 교칙부터 셧다운제 같은 청소년을 규제하는 온갖 법들에 대해서는, 정부와 권력에 대해서 성인들은 투표했을지언정 청소년 당사자들은 투표도 못하는 거에요. 학교는 학생들과 교칙 자체를 같이 만드는 것도 아니고, 학교 운영 잘못했다고 학생들로부터 지적받지도 않고, 그래서 학생들은 학교를 바꿀 수도 없는 힘이 없는 거죠. 저는 그래서 학생들의 이성교제를 규제하는 이 권력은 정당성 없는 권력인 것 같아요. 학교장이랑 교사들끼리 딴 데서 만들어 와가지고 나한테 적용시킨다는 거는 이거는 정말 말이 안 되고 잘못 된 거 같아요.

선우 : 교칙이 제대로 된 교칙이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참여하여 만들고, 학교가 학생들의 정치적인 발언과 행위를 보장해야 하는 건데, 학교는 절대적으로 학생의 참정권을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죠.

윤희: 왜 학교에서 이성교제를 금지하는 것 같아요?

선우 : 저는 통제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면 교사들 입장에서 보면 학생들은 절대 다수에요. 그들은 소수고. 그런데 소수가 다수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가령 과거에 주인이 이 많은 노예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금지와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권력이 있어야 하는 거고. 그거랑 똑같은 개념이라 봐요 저는.

윤희 : 학교는 학생들을 경쟁시키잖아요. 상벌점제도 다른 사람이 규정을 어기는 걸 고발하면 상점을 주고. 그 안에서 싸움을 만들면 바깥으로 싸움을 안 건다는 거죠. 그래서 학생들 내부에서도 위계를 만드는 거야. 친구들이 뭐 잘못하면, 그럼 바로 꼰지르면 돼. 친구는 벌점을 맞고 나는 상점을 받아요.

선우 : 그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자기 발언권이 받아들여진다고 착각하게 되죠.

윤희 : 교사와 학교가 곧 법이니까, 법대로만 하면 너는 착한 사람인 게 되는 거죠. 교사들은 너는 친구가 잘못 되는 길을 교사한테 일러서라도 막아야지, 하는데, 사실 그 잘못된 길은 선생들이 정한 거에요. 잘못된 길이라고 학생들이 서로 그걸로 가지고 논쟁을 하거나 같이 공론화 하거나 얘기하거나 합의한 적이 없는데, 그게 그냥 주입되는 거야. 머리에. 아, 친구끼리 저러는 거는 나쁜 짓이다. 이성교제하는 건 나쁜 짓이다.

선우 : 친구들끼리 사이좋게, 왕따 없이 지내라고 하면서.

윤희 : 제가 예전에 반장이었을 때, 담임선생님이 되게 학급 분위기를 되게 신경 쓰잖아요. 그런데 내가 누군가를 싫어해서 왕따 시키는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이랑은 잘 친하게 못 지내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반장으로써 모든 학생들을 다 똑같이 친하게 지낼 것을 강요하는 거예요. 진짜로 어떤 사람은 혼자 있기를 즐겨 해요. 근데 안 챙겨주면 나는 나쁜 사람이 되는 거거든. 이렇게 학교는 학생들을 개별적인 특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안 보는 거죠. 말 그대로, 그냥 전시용 인형 같은 억지로 보여 지는 모습으로만 남아 있길 원해요. 학생들 사이에 복잡한 대인관계를 아예 고려하지 않고 하하호호 이렇게 즐겁게, 재밌게, 친구들하고 다정다감하게 지내면서 성적 관계는 안 맺는 그런 학생만을 바라죠.

선우 : 인간관계는 다 똑같아야한다. 이렇게 주입시키는 그런 게 있어요. 그 까놓고 말해서도, 왕따가 만들어지고, 학교폭력이 생기는 이유는 그런 개인적인 차이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윤희 : 근데 저는 여기서 웃긴 게 친구들끼리는 사이좋게 지내면서 이성교제는 하지 말라는 거에요. 연애 감정까진 가지 말라는 거야. 이게 어떻게 막아져. 이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도 있고 내 맘대로 해야만 하는 것도 있는 건데, 딱 어느 정도 레벨에 올라서면 거기서 스위치를 끄래. 우리가 뭐 로봇인거야. 어, 진짜.

선우 : 저는 그렇게 한 가지 기준을 강요하는 게 이기적이라고 봐요. 저는 한국에 닫혀 있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학교에서부터 한 가지 기준만을 강요받으니까 그들이 졸업하고 나서도 세상엔 한 가지 기준밖에 없다고 생각하죠.

윤희 : 저는 그래서학교를 안 나오고 나오고가 더 권력화 되는 것 같아요. 너는 학교를 나왔지? 그러니까 나와 똑같은 시스템을 적용 받았을 거야. 그러면 우리는 같은 레벨이고 같은 사고를 해. 어, 근데 쟤는 탈학교 청소년이래. 쟤는 학교를 나왔데. 뭐, 학교에서 쫓겨났대. 그러면 그 사고방식이 적용이 안 되는 놈이고, 그거를 못 버틴 애야. 낙오자네. 이렇게 되는 순간 더 학교라는 상징과 권력은 더 견고해 지니까 더 학교를 깨부실 수 없는 거지. 학교가 잘못 됐다고 말 할 수가 없는 거야. 왜냐면 자기가 겪어왔고, 사회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 시스템을 자랑스럽게 졸업한 거니까.

선우 : 그 누구도 자기가 나왔던 데는 욕을 하지 않아요. 신기한게.

윤희 : 우리가 이성 교제 규제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하다 보니까 뭔가 이 사회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폐쇄적인가, 그리고 왜 사회가 계속 이럴 수밖에 없나 하는 데까지 얘기가 갔네요. 그러면 조금 더 대안적으로 고민을 해 보고 해결책이라고 우리가 딱 제시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하면 약간의 부스러기나 약간의 균열을 낼 수 있을까요?

선우 : 저는 솔직히 상벌점제가 폐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학생 처벌->발언권 없어짐->더 부당한 처벌의 악순환 고리’를 어디서부터 끊어야 될까 고민이 돼요. 학생한테 권력을 주든가 상벌점제를 없애든가 뭐든가를 어떤 식으로든 이 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쪽으로 조금이라도 이렇게 틈이 생긴다면 다른 쪽에서도 틈이 생길 거 같거든요.

윤희 : 그래서 우리는 저는 뭘 외쳐야 하는지도 좀 고민인 거 같아요. 그리고 어쨌든 우리가 외친다고 해서, 아니면 우리가 활동을 한다고 해서 그게 곧바로 변화로 직행되지는 않잖아요. 그러면 사람별로 좀 다른 거 같아요. 학생들에게 이야기할 방식과 교사들한테 문제제기하고 이야기할 방식이 미묘하게 다르니까 어려운 것 같아요.

선우 : 학생들이 이의제기를 할 수 있게 만들려면 이의제기가 정당하다는 걸 보여주어야 하고, 그걸 알리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들에게 말을 해야 하는 데 그거를 생판 모르는 활동가가 하는 것 보다는 진짜 많이 친한 친구, 학교, 그니까 자기들이 정당하다고 느끼는 학교나 부모나 그런 사람들이 하는 게 가장 효과가 좋은데 그들이 바뀌기 위해서는 또 어쩔 수 없이 당사자들에게 다가가야하고 뭐 그렇기 때문에 운동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가 되게 어려워요.

윤희 : 계몽이나 선동 같은 그런 것들이 되게 밑바닥부터 되면 가장 좋지만 그 밑바닥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 더 밑바닥을 만나야 하고, 더 친밀한 관계고 더 생활 속에 파고들어야 하는 데 그런 과제가 남는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세요?

선우 : 난 이성교제 규제가 싫어요.

윤희 : 난 이성교제 규제가 싫어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덧붙이는 글
선우, 윤희 님은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활동가들 입니다.
인권오름 제 374 호 [기사입력] 2013년 12월 18일 20: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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