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김형준의 못 찍어도 괜찮아] "저 정말 사진 못 찍어요! 싫어요!"

박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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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
카메라를 나눠주자마자,
한 친구는 저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네. 괜찮아요. 편하게 찍으세요."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 일주일 중에 사진수업이 제일 싫을지도 몰라요!"
"정말이요? 섭섭해지려고 하는데요."

약간의 사진기 다루는 법을 알려주고, 실습을 해 본 뒤
친구들과 공원으로 걸어갑니다.

"오늘은 꽃을 담아볼까 보려고요."
친구들에게 고민해서 찍을 수 있는 주제들을 주니,
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
오늘은 좀 직접적인 주제를 던져 줍니다.

자신 없다고 하던 친구도 사진을 찍고 있네요.
"잘 찍고 있어요? 한번 보여주면 좋겠어요!"
라고 얘기하자마자,
"안돼요!"라고 큰 소리를 지릅니다.

이어서 "저 사진수업 싫어요!"
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약간은 난감한 마음이 들었지만.
조금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보기로 합니다.
수다도 떨고, 쉬기도 하면서 말이지요.

"쌤~ 미션대로 찍기는 했어요."
그래도 찍어달라고 한 사진 만큼은 찍었나 봅니다.
일단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교실로 들어와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함께 골라봅니다.

"사진 좋은데요. 잘 찍었어요."
"아니에요. 제 사진 흉해요."
"어. 아닌데, 이 사진도 좋고요. 이 사진도 좋아요."
"아. 그래요? 음음..."

이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서 전혀 다를 것이 없었던 친구였지요.
다만 자신감만 약간 적은 친구였다고 할까요.

사진에 대한 이유나 느낌도 잘 써주었더군요.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면서 가장 눈에 띄고 예뻐서…….
외로워 보이고 절에 있는 꽃 같다."
라고 사진에 대해 설명합니다.

한껏 칭찬을 하고 나니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선생님! 사진수업 너무 좋아요. 선생님도 너무 좋아요.
그리고 이 꽃, 저 같아서 좋아요.(까르르)"

수업을 마무리하고, "오늘 고생 많았어요."라고 하자,
"저 처음 만난 사람한테 이렇게 친하게 얘기 안하거든요."라고
얘기해주네요.

이후에 교무실에 와서 선생님들 얘기를 들어보니.
제가 생각한 친구와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몇 달이 지나 다른 반으로 이동하면서,
만나지 못하다가, 우연히 식당에서 만나게 되었네요.
"어~ 사진 선생님이다."
"네. 잘 지냈어요?"
"네. 선생님, 선생님! 저 사진수업 열심히 했었죠?"
"그럼요. 사진 찍는 거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네. 전 선생님이 제 사진 별로였는데도 잘 찍었다고 말해주셔서 고마웠어요."
"어. 아니에요. 열심히 찍었고, 충분히 잘 찍은 사진도 많았어요. 정말이에요."
"감사해요. 다음에 또 봐요."

쪼르르 달려가는 친구 뒷모습을 보며 뭔지 모를 뭉클함을 받았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내가 더 고마웠다'는 말을 꼭 하고 싶네요.


덧붙이는 글
박김형준 님은 사진가이며 예술교육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376 호 [기사입력] 2014년 01월 15일 16: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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