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노숙당사자모임과 함께하는 주거인권학교 ④] 일용노동의 거리, 요세바와 일본 노숙인 운동

영화 <노가다> 속 또 다른 인권현장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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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를 만나러 인권영화제를 가다

‘노숙당사자모임과 함께하는 주거인권학교’는 5월 6일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노가다>를 함께 보러 가기로 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감독이 만나는 건설일용노동자들의 모습은 어디에선가 노숙운동의 역사와 포개진다.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동현 활동가와 함께 <노가다>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인권현장으로 가보자.


‘실직 노숙자’란 명칭에서 드러나듯, 한국의 노숙인 문제는 IMF라는 국가적 사건과 함께 제기되었다. 당시 급증한 노숙인의 발생을 목격한 정부는 일사분란한 시설 중심의 대책으로 대응하였다. 이러한 급처방은 노숙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반면, 노숙 당사자들의 불만이 집중되어 운동으로 분출하는 것을 방지한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꾸준히 증가하며 광역화되는 거리노숙인의 존재와 인권침해 현실은 노숙인 운동을 태동시켰고 조금씩 확장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노숙운동과 일용노동자운동이 만난 ‘요세바’

일본은 90년대 초 거품경제의 붕괴와 장기불황을 거치면서 노숙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일용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노동 현실은 노숙 문제를 낳았는데, 일본 노숙인들의 노숙 직전 직업은 건설업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일본의 노숙 운동은 ‘요세바’와 ‘일용노동자 운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요세바(寄せ場)는 인력시장을 말하는 것으로, 일용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모여든 거리다. 일본 전국에는 크게 4대 요세바가 존재하는데 △도쿄의 상야 △요코하마의 코토부키쪼 △나고야의 사사시마 △오사카의 가마가사키를 들 수 있다. 이들 중 영화 가 찾아간 가마가사키는 일용노동자(약 21,000명)와 노숙인(약 6,600명)들이 제일 많은 최대 요세바 지역이다.

위 사진:오는 6일 개막하는 10회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될 김미례 감독의 <노가다> 중 한 장면.


요세바를 중심으로, 노동 재해와 임금 체불 등에 대응하는 일용노동자 운동이 노숙 운동과 만난다. 상야 쟁의단, 사사시마 일용노동조합 등은 일용노동자들의 노숙화에 따른 자연스런 확장이다. 일본에서는 매년 1회 전국규모의 ‘요세바 교류회’가 열리는데, 일용노동자, 노숙 당사자, 노숙운동 단체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운동의 의제를 논의하고, 정보를 소통하는 자리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마을을 되살리는 노숙운동

또한 요세바는 지역 재생 운동으로서의 노숙운동을 가능하게 했다. 요세바는 대개 인력시장뿐 아니라 일용노동자의 숙소인 도야(간이숙박소, 여관업법에 의한 허가)가 함께 분포되어 있는데, 나고야의 사사시마를 제외한 3대 요세바 지역이 그렇다. 일용노동자들의 삶이 어려워지면서 간이숙박소의 공실률이 늘어가고, 인근 상점가들도 장기휴업을 하는 등 지역 전반의 침체가 이어지자 지역 재생 운동은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이에 따라 가마가사키에서는 1999년 ‘가마가사키 마을재생포럼’이라는 네트워크 조직이 탄생한다. 마을재생포럼은 간이숙박소를 개조한 사회 서비스 지원형 주택을 통해 주거 안정을 돕고, 공적 취로사업 실시, 새로운 일자리 창출, 지역화폐 운용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포럼의 목표는 ‘사람들이 가마가사키에 돌아와 머물 수 있게 함으로써 진정으로 이 지역이 정주의 장이 되게 하는 것’이다.


“동료의 생명은 동료가 지킨다”

무엇보다 일본의 노숙인 운동은 노숙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한 조직(노지렌, 가마가사키패트롤회, 나고야노숙노동자의인권을지키는모임 등)이 활발하다는 것에 특징이 있다.

일본에서 노숙인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배경은 94년 신주쿠역 서편 출구 주변의 강제 철거에 있다. 이후에도 2008년 올림픽 유치를 위한 오사카 나가이 공원의 노숙인 텐트촌 철거, 엑스포 개최를 위한 환경정비 차원에서 작년 1월 시행한 나고야 시라카와 공원의 텐트 철거 등의 행정집행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도쿄지방재판소가 94년 신주쿠역의 강제철거를 위법으로 판결하고, 일부 자치체가 ‘대책없는 철거는 수행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등 행정의 전향적인 입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숙인들에 대한 ‘불법점거’ 꼬리표와 노숙의 문제를 개인에게 치환시키는 시민들의 편견은 여전히 노숙인들을 철거와 청소년들의 습격 위협에 노출시키고 있다.

이처럼 고통스런 노숙환경에서 ‘동료의 생명은 동료가 지킨다’, ‘단 한 사람도 거리에서 죽어서는 안된다’는 구호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의 횡적 연대가 운동의 필수적 요소가 되었다. 이런 배경으로 일본 전국에는 다양한 노숙 당사자운동 조직이 생겨났으며, 급식, 거리순회활동, 복지요구행동, 일자리만들기, 월동투쟁 등의 활동을 통해 당사자들을 조직화하고 있다.


한국 노숙운동, 할 일 많다

‘일용노동운동 단체의 노숙 운동 결합, 지역 재생운동으로서의 노숙운동, 노숙당사자들의 조직화’ 등 일본 노숙운동(현실과 전망에서 많은 과제를 안고 있겠지만)은 내부로 조직하고 연대로 확장하고 있다. 일본의 노숙 문제가 불안정 노동과 주거 문제의 종착점으로 드러났듯 우리의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노숙운동이 일본의 그것에 비해 더욱 할 일이 많다고 느껴지는 것은 노숙 당사자들의 권리의식 강화를 통한 조직과 주체적인 활동, 여러 운동 주제들과의 접점 형성이 그리 구체적이지는 않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동현 님은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2 호 [기사입력] 2006년 05월 03일 8: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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