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파장? 파장!] 윤일병 사망사건, 인권위 진정 각하 후 직권조사?

군대 내 인권 침해와 인권위의 역할

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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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28사단 소속 윤 일병이 군대에서 맞아 사망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후 사람들은 어떻게 백주대낮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냐고 분노했다. 세상에 윤 일병 사건이 밝혀진지 얼마 안 되어서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인권위도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8월 4일 성명서를 냈다. 얼핏 보면 발 빠른 조치라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민감한 현안이 아니라 그런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인권위 입장에서 보면 국방부에서도 이미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만큼 정부 눈치를 보는 인권위에게도 부담이 덜한 사안이다. 더구나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비판받는 현실에서 인권위가 시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사안이기도 했기에 현병철 인권위위원장은 인권위가 직권조사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28사단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도 검토하겠다”고 위원장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며칠 후 윤 일병의 친척이 윤 일병의 사망 직전인 4월 7일 인권위에 진정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윤 일병이 부대원들과 함께 음식물을 먹다 갑자기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병원으로 후송됐는데 상태가 안 좋다. 몸 곳곳에 상처와 피멍이 발견됐다"는 내용의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4월 8일 진정을 접수했다. 현장조사는 진정접수 일주일이 지난 4월 14일~15일에 나갔으나 각하했다. 각하 결정을 내린 후 7월 31일 군 인권센터가 윤 일병의 사망원인이 폭력임을 세상에 알리자, 인권위는 발 빠른 척 직권조사를 검토하겠다는 성명서를 내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인권위 진정 취하 제안→ 진정인 진정 취하→각하

그런데 윤 일병 사망 진정 관련 각하 사유(인권위법 32조 1항 8호)는 ‘진정인의 진정을 취하한 경우’라고 인권위는 설명한다. 왜 진정인이 진정을 취하했을까? 인권위가 8월7일 해명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인권위는 6월 2일에 피해자 유족에게 전화를 걸어 육군 28사단 폭력사망사건에 대한 “육군 제28사단의 조치 내용에 대해 조사, 확인 및 설명 당시 유족은 군 조치사항을 거의 알고 있었고, 위원회의 추가 조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는 한 달이 더 지난 7월 8일에 인권위가 진정인에게 전화를 해 “피해자 부모가 조사를 원하지 않음을 전달하자 진정인은 진정을 취하”했다는 것이다.

부모와 통화한지 한 달이 지나서 추가 조사는 하지 않은 채 피해자 부모가 조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전달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생때 같은 목숨이 구타로 죽은 사망사건이다. 인권위가 낸 해명 보도자료에도 인권위가 한 일은 14일과 15일 현장조사 외에는 없다. 처음부터 해결의지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사건해결을 위해 함께 하고 있는 군인권센터에 의하면 진정인이 진정취하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인권위원회가 밝힌 입장이 사실이라면 인권위는 해당 문서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진정인이 낸 적이 없다고 하고 인권위는 취하서를 갖고 있다고 밝히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조사구제규칙 37조(진정의 취하 등)에 의하면 진정취하를 할 경우 취하서를 제출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던가. 인권위가 하는 비민주적이고 인권현안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인권위법이나 규칙의 단서조항이다. 37조의 단서조항에는 “진정인이 서면 취하서를 제출함이 없이 전화로 진정취하의사를 밝힌 경우에는 그 취지를 기재한 전화통화보고서를 취하서로 대신할 수 있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화 대화내용이 녹음이 되지 않은 채 조사관이 임의로 작성한 것만을 토대로 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조사구제 규칙

제37조(진정의 취하 등) ① 진정인이 진정을 취하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뜻을 명시한 취하서(전자우편의 방법을 포함한다)를 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진정인이 접수 또는 조사담당자에게 구술로 진정의 취하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는 접수 또는 조사담당자가 진정인의 서명 또는 날인을 받아 대신 작성한 진정취하서면을, 진정인이 서면 취하서를 제출함이 없이 전화로 진정취하의사를 밝힌 경우에는 그 취지를 기재한 전화통화보고서를 취하서로 대신할 수 있다.<개정 2003.6.7, 2009.9.3>

결국 인권위 조사관이 진정인에게 진정취하를 하도록 이끌어내고서는(또는 인권위가 진정취하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는) 사건조사를 종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과연 진정인에게 진정 취하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인권위가 제대로 설명한 것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불충분한 정보와 불확정적인 표현으로 취하라는 말에 동의하도록 했다면 말이다.

진정인과 가족이 인권위가 긴급구제 조치(인권위법 48조)의 경우 “장소, 시설, 자료 등에 대한 현장조사 및 감정 또는 다른 기관이 하는 검증 및 감정에 대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조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을까? 군이 스스로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없기에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기관인 국가인권위가 조사하는 것은 군 조사와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주지시켜야 했다. 따라서 만약 인권위가 진정인에게 진정취하의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진정취하를 제안하였고 그래서 진정인이 그렇게 한 것이라면 큰 문제다.

윤 일병 유가족이 요구가 현재 진상규명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제대로 된 조사를 원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 전에도 군은 윤 일병의 가족에게 진정취하를 요구했지만 취하하지 않았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28사단의 정훈참모는 장례식장에 와서까지 인권위가 전화를 많이 해서 힘드니 진정을 취하해달라고 했고, 6군단 헌병대 수사팀장은 윤일병의 매형에게 수사에 방해되니 진정을 취하해달라고 도 했다. 그런데 윤 일병의 가족에게 전화를 해서 “아버님은 글을 그만 내려도 되냐고 물으니 동의했다. 그만 진행해도 되냐” 물었고 가족은 “그러시냐”고 했다. 이것이 제대로 된 ‘진정 취하’라고 볼 수 있는가?

높은 각하율,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사하지 않은 인권위

최근 윤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하여 밝혀지는 사실을 보면 매우 끔찍한 폭력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군 인권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부터 밤까지 90대 이상 가슴과 다리, 배, 머리 등 윤 일병의 온 몸을 매일 폭행”했고, “특히 사망 당일은 아침부터 사망하는 시점까지 수액을 주사한 2시간을 제외하면 쉬지 않고 폭행”을 했다. 진정을 했을 당시에도 폭력의 흔적이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진정 접수 일주일 후에야 조사를 나가서도 폭력이 존재했음을 알았으나 인권위는 직접 가해자 조사를 하지 않았다.

군 체계에서는 지휘관의 역할과 영향이 매우 크기에 독립적인 조사나 재판이 어렵다. 얼마 전 보직해임된 28사단장의 경우도 윤 일병 사망사건을 조사한 헌병대와 군 검찰의 수사를 총지휘했다. 인권위는 군대가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곳이라 폭력이 은폐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적극적인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 집단폭행에 가담했던 가해자들은 “조사과정에서 처음에 가해자들은 윤 일병이 음식을 먹고 TV를 보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주장을 계속하다가 수사하던 헌병대가 ‘윤 일병이 깨어날 것 같다’고 하자 그제야 범행을 자백”했다. 인권위는 이러한 군 수사의 한계 등을 설명해야 했다.

이러한 느슨한 조사 태도는 단지 윤 일병 사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권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2013년 접수된 군 인권침해 진정 1천177건 중 조사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종결한 '각하'는 74.3%(875건)였다. 이중 '진정인이 취하한 경우'가 58%(507건)로 가장 많았고 '사건 발생 1년이 지나 진정이 접수된 경우'가 18.3%(160건)이었다.

각하 중 진정인이 취하한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진정인이 취하를 하게 된 것이 자발적인 것인지,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한 것인지, 인권위가 제안을 한 것인지 기록을 보지 않는다면 알 수 없다. 이중 사건발생 1년이 지난 진정이 접수된 경우라 하더라도 ‘위원회가 결정하면 조사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기에 이것만으로 진정을 각하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인권위는 마치 처리 완료가 목표인양 조사하지 않고 각하한 것이다. 이러한 각하 사유 통계결과나 인권위가 취하과정에 대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현 시점에서 다른 사건의 경우도 ‘진정취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나아가 인권위가 군대내 인권침해의 특수성을 간과한 것은 인권위 정책자문위원에 최근 군 장성출신이 많아진 것도 한 몫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인권위 정책자문위원 중 군인권 관련해서는 군인권 전문가가 위원이 아니라 ‘공군본부 참모총장, 육군 군수기지 사령관, 국방부장관 해군참모총장 출신’ 등으로 적절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군대 내 인권침해가 발생할 시 책임을 져야하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다. 이러니 인권위에서 군인권 감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병철 인권위 체제에서 정부 눈치를 보는 것에 길들여진 인권위 직원들이 ‘조사결과가 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나아가 이 사건의 담당 상임인권위원의 책임도 있다.

뒷북 매니아가 된 인권위

인권위는 앞서 말한 위원장 성명 발표 후인 8월 7일 상임위원회에서 군대 내 구타․가혹행위 등 부적절한 병영부조리 여부 등에 대해 4개 부대(육군 제28사단, 육군 제22사단 등)를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왕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하기로 결정한 만큼 윤 일병 사망사건 같은 뒷북이 없기를 바란다.

사실 2009년 인권위의 독립성이 훼손되어 자기 역할을 잃기 전까지는 인권위는 군 인권에 대한 실태조사와 그에 따른 권고를 하였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군인권법 제정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군인의 권리와 의무가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각종 법령으로 군인의 의무만 명시되어 있다. 대부분 군복무 규정으로 의무를 강조하고 인권의 제한을 합리화한다. 군인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권리가 있다는 엄연한 진실이 ‘군대’라는 특수한 폐쇄적 사회에서는 부정된다. 2011년에도 인권위가 해병대 총기난사 사고 등을 계기로 ‘군인권법 제정’ 등을 권고했지만 답보상태다. 그러한 만큼 군대 내 인권침해와 관련해서는 인권위 조사는 더 엄정하게 이뤄져야 하며 인권침해에 대해 더 강력하게 군에게 책임 있는 정책 및 관행 개선을 권고해야 한다.

특히 인권위에 한 군 인권침해 진정 중 가혹행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더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인권위가 201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군 진정사건은 2012. 3.말 405건 중 폭행ㆍ가혹행위가 절반이 넘는 54.7%이다.) 2007년 인권위가 낸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에서도 군 인권 관련, 군대 내 가혹행위와 관련한 수사에서 민간인의 참여 같은 것을 보장하도록 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그래야만 군 수사가 투명성과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윤 일병 사망사건 진정에 대해 인권위는 헌병대 책임자, 목격자 등을 조사하고 나서도 “사건의 명확한 수사와 사후 처리를 당부”하는 데 그쳤다. 어떻게 군 수사과정과 결과를 믿고 종료할 수 있는지 묻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인권위의 허술한 조사는 군대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수동연세요양병원에 입원했던 에이즈감염환자의 사망사건 관련해서 두 번 진정을 했을 때도 비슷했다. 인권위는 질병관리본부가 2013년 실태조사한 자료의 요약본만을 읽고 기각결정을 내렸다. 현장조사는 한 차례도 없이 정부기관의 말만 믿고 기각을 한 것이다. 이유가 단지 인권위가 인력이 부족해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에게 엄중하고 예리한 잣대를 내세워야할 인권위는 번번이 관대한 잣대로 대면서 진정을 각하하거나 기각시켰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군대 내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인권위가 군대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정부-군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만 이러한 뒷북은 멈출 수 있다.
덧붙이는 글
명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집행위원 입니다.
인권오름 제 403 호 [기사입력] 2014년 08월 14일 14: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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