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끙] 성적 소수자의 성매매를 상상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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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에 관한 젠더 중심적 인식

이룸은 반성매매 운동을 하면서 성매매는 어떤 특성을 갖는가, 우리는 누구의 성매매를 이야기 하는가, 성매매의 경계는 어디인가 등에 대해 오랜 시간 관심을 두고 살펴봐왔다.
사실 이성애 남성의 성구매가 당연하게 수용되는 사회에서 성판매자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이성애 중심적 사회는 여성의 성을 공적으로 대상화하면서도 여성이 말하는 성은 사적영역으로 치부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성 판매 여성은 사회 구성원 사이에서 이질적인 존재감을 느끼며 사회적 차별과 낙인을 감내하는 일이 많다. 이는 비단 성 판매 여성에게만 작동하는 것을 넘어서서 모든 여성에게 ‘창녀’아님을 증명하기를 요하는 통제의 매커니즘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그러하기에 그동안 성산업 안에서의 성판매자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여성의 인권 확보 논의와 직결되어왔던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었다.

하지만 성매매를 이성애 사회의 영역으로만 인식해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도 많다. 성매매에 대한 젠더 중심의 인식은 성적 소수자들의 성매매를 포함하는 다양한 성적 거래에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성매매에 대한 선택은 빈곤을 상쇄하기 위한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결핍을 채우거나 정체성을 인정받고자하는 욕구와 공존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Transgender)에게 성 판매는 생계유지, 수술비 마련, 여성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한편 성적 소수자이면서 성판매자라는 복합적인 정체성은 성판매자에게 때에 따라서는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과 혐오범죄를 개인이 감당하게 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오마이뉴스에 실었던 이룸의 기획기사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_[새로고침 F5 : 성매매 다시 생각하기⑤] 성매매 트랜스젠더에 대한 복합차별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57488)

정체성과 상관없는 접근성과 지원이 필요

이룸은 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성적 소수자의 성매매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몇몇 해외 연구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는 성적 소수자들의 성산업에 대해 파악할 만한 충분한 자료와 근거를 가지지 못해온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2010년부터 인터넷 사이트들을 모니터링하고 문헌자료를 수집했으며, 구성원들의 논의를 바탕으로 짧은 보고서(「성적 소수자의 성거래/경험과 인식에 대한 접근과 고민:레즈비언, 트랜스젠더(MTF)의 여성성과 ‘젠더수행’을 중심으로」, 2013)를 작성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대중강좌인 절대강좌 <하나도 특별하지 않은 퀴어+성매매>를 기획해 성적 소수자가 성매매와 어떻게 교차하고 만나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이후 후속모임을 통해 성적 소수자들의 성산업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당사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살펴보고 싶은 주제들은 굉장히 많았다.

우선 주민등록상 남성으로 되어 있는 트랜스젠더여성에게도 성매매피해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또한 트랜스젠더가 이용할 수 있는 상담 공급의 부족함 및 전문성 확보의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도 접했다. 정체성과 상관없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의료공간의 확보도 필요했으며, 콘돔 배포가 안 되어서 에이즈예방정책의 사각지대인 성판매 과정에서의 안전 문제 또한 시급해보였다. 현재 성매매 쉼터 가운데 트랜스젠더 여성을 위한 쉼터가 없다는 것도 주목해야할 문제였다.

레즈비언 사회에서는 성매매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소문만 무성했다. 커뮤니티의 전반적인 분위기상 레즈비언 성판매 여성의 입장을 공감하고 지지할 기반도 없어 보였다. 이것은 현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업주가 누구인지, 일하는 사람은 어떤 경험을 하는지 실제상황에 대한 파악이 어려웠다. 더불어 안전한 의료 환경이나 레즈비언 쉼터의 부재 또한 여러 지점에서 아쉬운 부분이었다.

게이 또한 에이즈와 성매매 문제를 결합해서 고민해야할 지점이 많아 보였으며, 어떻게 콘돔 접근성을 높일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가출이나 빈곤과 맞물려서 성매매를 하는 십대 게이들의 열악한 구조 또한 파악해야할 것으로 보였다. 다른 정체성과 마찬가지로 게이 성판매자를 위한 쉼터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이 모든 것에 대한 대답과 대안을 제시하기란 너무 방대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이룸은 성적 소수자의 성매매에 대한 수많은 입장과 가설 및 방대한 질문을 접어두고 ‘성적 소수자이면서 성판매자인 사람들에게 성매매는 무엇인지, 어떤 맥락과 어떤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지’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고자 했고 인터뷰와 그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목소리를 내는데 있어서 두려움이 없는 사회라면

현재 이룸은 이 인터뷰들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만들었고 11월의 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성매매산업의 젠더화된 양상을 넘어서서 다양한 모습을 포착하는 것은 성판매자를 비롯한 여성 및 소수자 운동의 구체적인 과제들을 제시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상담소에서 많은 성 판매 여성을 만나지만 그들이 모든 성 판매 여성의 경험을 대표하지는 못한다. 성 판매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있어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는 사회라면, 성매매 피해지원을 받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성 판매 여성을 포괄한 양적 연구가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그것이 상담소에 찾아온 여성들의 대답과는 꼭 일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소수자 성매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소수자 사회와 소수자 성산업의 규모 자체가 이성애 성산업에 비해 매우 작은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우리의 역량 상 제한된 기간과 조건 속에서 매우 적은 인터뷰이를 만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조금이나마 성적 소수자이면서 성 판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자신의 성 판매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질문들은 많이 남아있다. 성적 소수자 영역에서의 성구매자는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성적 환타지와 성적 서비스를 욕망하는가? 이성애 남성의 여성에 대한 성 구매 양상과 비교해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성적 소수자로서 성매매와 관련한 특수한 문화와 접근성이 있을까? 성매매의 범주를 어디까지 구분 짓고 접근할 것인가? 성적 소수자의 열악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 성판매자에게 성매매가 주는 강점은 무엇일까? 10대/성소수자/성판매자 들의 삶에 위치하는 성매매 시-공간의 실태는 어떠한가? 성적 소수자-성판매자에게 이태원, 종로3가, 집결지, 보도방, 사이버 등 공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여전히 질문하고 생각할 거리들은 이렇게나 많다. 후속연구와 연대활동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분들을 포럼에 초대하고 싶다.

* 이룸 소수자성매매 포럼 : 2014년 11월 18일 3시 국가인권위 배움터
덧붙이는 글
숨 님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11 호 [기사입력] 2014년 10월 15일 21: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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