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로 물구나무] 횡단보도를 점령한 해병대

소금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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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인가? 멀리서 빨간 모자에 빳빳한 군복을 입은 두 명의 군인이 호루라기를 연신 불며 도로 위를 휘적거린다. 그들의 팔과 다리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고 나선형의 바람소리를 내며 반복한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그 군인은 한 쪽에는 총을 다른 쪽에는 곤봉을 찬 채 서 있다. 그는 신호등이 바뀜과 동시에 종횡무진 도로를 점거하고 지나는 사람들을 손으로 제지한다. 움찔. 허리춤의 총을 보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그는 차 앞에서도 용맹무쌍하다. 군인정신이 넘치는 그에겐 정지선을 넘은 차들을 향해 윽박지를 수 있는 용기가 있다. 차도 움찔. 그의 진실을 알아본 것일까. 그는 바로 해병대 전우회 예비역이다.

그들을 뒤로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사람들이 지나는 횡단보도에서 교통 정리하는 사람이 ‘군인’의 모습이어야 하는가. 낯설고 경계의 대상으로 비춰지는 군복의 이미지와 폭력과 억압을 상징하는 총과 곤봉. 혹 그렇게 겉모습을 포장함으로써 혼란의 분위기를 제압하고 안정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는 약육강식의 문화가 일상의 교통정리에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렇게 다시 뒤돌아 본 전경. 그곳엔 오직 도로를 휘젓는 군인의 진두지휘에 따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 명령에 동작을 멈추고 두 번째 명령에 발걸음을 옮기는 제식훈련의 연속이 있었다. 횡단보도를 둘러싼 시공간은 상명하달과 획일화의 군사주의 문화가 지배하는 또 다른 연병장으로 재생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권오름 제 32 호 [기사입력] 2006년 12월 06일 3: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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