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김형준의 못 찍어도 괜찮아] 앉는게 더 불편하거든요.

박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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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제가 수업을 하고 있는 한 노인복지관의 출사날.
모이기로 한 10시에 맞춰 도착하니, 어르신들은 시간 전에 다들 오셔서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일찍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이제 사진을 한번 찍어볼까요? 자신의 눈에 띄는 것을 한번 천천히 담아보세요."

정자의 처마, 공원의 시계탑, 호수의 오리 등등 당신께서 담고 싶은 것들을 하나 둘 담아주고 계시네요. 저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찍어주신 사진들을 체크해봅니다.
"선생님, 지금까지 찍은 사진 한 번 보여주시겠어요?"
"아이쿠. 제 볼품 없는 사진을 보셔도 되겠어요?"
"뭘 그런 말씀을요. 그냥 편하게 보여주시면 되요."
사진들을 쭈욱 훑어봅니다.
"선생님. 그동안 배웠던 내용에 따라 사진을 잘 찍어주셨네요. 다만, 똑같은 대상을 앉아서도 찍어보시면 좋겠어요. 거의 모든 사진이 서서 찍은 사진들이거든요."
"아. 네. 그렇게 해볼게요."

몇 분이 지났을까요? 아까 사진을 봤던 어르신이 분수대를 향해 자세를 최대한 낮춰서 찍고 계시더라고요.
"선생님. 자세를 낮춰서 찍으시는 것도 좋은데. 앉아서 찍으면 편하지 않으시겠어요?"
"사실 제가 무릎이 안 좋아요. 앉는 게 더 불편하거든요."
그 순간 제 머리에 '띵~'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제가 편하니까, 상대방도 편하다는 생각을 한 거였죠.
"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그 생각을 전혀 못했네요. 선생님이 할 수 있는 최대한 다양한 자세로 찍어보시면 되겠어요. 감사드려요."
"네~"
이제 노인복지관 수업을 하게 되면 이렇게 말씀드려봅니다.
"앉아서 찍는 거, 불편하지는 않으세요?" 라고요.

덧붙이는 글
박김형준 님은 사진가이며 예술교육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428 호 [기사입력] 2015년 03월 05일 17: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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