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태, 그가 황새울로 돌아오는 날까지 재판을 거부합니다

[기획연재 - 내 삶의 불복종 ⑥] 공정한 재판을 기다리며

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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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생김새만큼이나 참 다양하다. 그 중에서 많은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어떤 것을 거부하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가령,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도 있고,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개인정보의 누출 우려 때문에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 사람, 이마트에 가지 않는 사람, 자가용 차를 타지 않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정치적 이유로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무언가를 거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기획 연재 - 내 삶의 불복종]에서는 무언가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듯, 무언가를 거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삶의 방식을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려 하지도 않는다. 다만, 소통의 힘을 믿는다. 자신의 문제의식을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또 그런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것은 ‘운동’이 될 것이다. 그런 운동은 삶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부조리한 사회의 문제들도 바꿔나갈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자, 당신에게 강요하는 대신 자신의 삶의 방식을 그저 묵묵히 실천하며 나지막히 읊조리고 있는 우리 옆의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김지태 이장에게 실형 2년을 선고한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의 성지용 판사에게 편지를 씁니다. 저 역시 김지태 이장에게 ‘공권력 경시풍조를 만연시키고 폭력적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잘못된 사고방식을 크게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법적 책임을 묻는다‘고 했던 그 법정의 같은 판사에게 재판을 받아야 합니다. 지난해 7월 10일 평화대행진 당시 있었던 건의 피의자로서 김지태 이장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지만, 재판을 거부하기 위해 편지를 씁니다. 김지태, 그가 황새울로 돌아오는 날까지 돌팔매질같은 저의 저항을 접지 않겠습니다.

성지용 판사님

혹시 황새울에 다녀와보셨습니까? 문정현 신부님은 대추리와 도두리를 잇는 넓은 들 황새울의 사계절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봄·여름에는 초록색 바다, 가을에는 누런색 바다, 겨울에는 하얀색 바다라고 말입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들에는 억척스런 농부들의 땀과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국민들의 통곡이 빼곡히 들어차있습니다. 그 논을 보면서 저는 평화가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다른 생명을 죽이지 않고 내가 사는 것, 마침내 생명을 일궈 곡식이 되고 푸르름이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4일 이후 논두렁을 대신해 들어선 국방부의 철조망을 보면서는 절망과 폭력을 배웠습니다. 내가 나서 자란 나라의 군대가 국민을 향해 든 총부리가 이라크의 자이툰과 같았고 레바논을 침공한 이스라엘 군대와 같았습니다. 평화를 위해 전쟁을 수행한다는 잔혹함이 황새울에 있었습니다. 평화와 전쟁이 함께 공존하는 곳, 평화적 생존권을 외치는 대추리 주민과 대한민국 국민들의 절규가 가서 서있는 곳. 그곳에 판사님이 한번 들러 보시기를 원합니다. 주한미군기지가 들어서서 더 이상 갈 수 없는 땅이 되기 전에, 늙은 주민들이 팔백일을 하루같이 촛불을 들고 눈물 흘리고 있는 이때, 꼭 한번 다녀오세요. 그러면 성지용 판사님이 어떤 일을 하셨는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판사님이 어떤 망실임 끝에 김지태 이장에게 실형 2년을 선고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정말 김지태 이장이 폭력을 휘둘렀으며, 폭력을 선동했다고 믿고 있는지. 그래서 그가 대화의 길을 찾기 위해 제 발로 걸어 들어간 감옥에 2년 이상 갇혀 있어야 할 만큼 중죄인이라고 확신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평택미군기지확장 사업이라는 중차대한 국책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청와대나 국방부의 정치적 외압 때문에 당신의 소중한 소신이 꺾인 것을 괴로워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성지용 판사님, 당신은 너무 먼 곳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약자들과 너무 먼 거리. 청와대나 국방부와는 너무 가까운 거리. 그 곳에 당신이 계시기 때문에 저는 당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김지태 이장, 소처럼 성실하고 다부진 농민을 2년 동안 가둔 장본인이라는 것만을 기억합니다. 김지태 이장의 어머니 황필순 여사는 자신 가슴을 열면 검은 먹물만 나올 것이라고 하셨답니다. 저는 그것만을 기억합니다. 김지태 이장의 구속영장 청구소식을 전할 수 없어 마을 주민들에게 아직 결과가 안 나왔다고 거짓말한 김지태 이장 친구, 농민들의 시커멓게 탄 속마음……. 그걸 전혀 보지 못하는 당신의 근시안과 차가운 펜 끝만을 말입니다.

제가 재판을 받게 된 사건인 작년 7월 10일. 황새울에는 커다란 충돌이 있었습니다. 불행히도 경찰과 시위대가 크게 다쳤습니다. 그 사건으로 김지태 이장이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고 또 다른 많은 이들이 저와 함께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집회가 끝나 돌아가는 길에 막무가내로 연행되어 재판을 받게 된 저는, 어느 사이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한 당사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검찰조서에 보니 보지도 못한 의경이 낚시대인지 죽창인지를 자신에게 휘둘렀다고 진술한 문서가 끼어 있더군요. 저는 그의 거짓 진술로 기소가 되었고, 어떠한 결정적 증인과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아마도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어지러운 시국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 까짓 것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 저나 제 동료들이 국가로부터 받아야할 대우는 불공정하기 짝이 없습니다. 20여 명 넘는 사람을 법정에 세우는 동안, 그와 유사한 형태의 폭력 피해자를 양산한 경찰은 단 한 명도 재판정에 서지 않았습니다. 작년 전용철, 홍덕표 농민이 경찰 시위진압과정에서 사망한 것을 밝힌 국가인권위의 권고가 있었음에도 아직껏 검찰과 법원은 단 한 명의 경찰책임자도 사법처리하지 않았습니다. 경찰폭력에 의해 시력을 잃고 거리에서 목숨을 빼앗긴 많은 이들의 피해는 어떻게 구제할 양입니까.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으로 검찰이 여러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법원에 의해 기각되는 것을 보면서,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의혹사건 재판과정에서 법원이 검찰 측에 유죄 입증을 하기에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증거 재수집과 제출을 명했던 것을 들으며, 저토록 엄격한 법집행이 과연 김지태 이장과 같은 농민과 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된 적이 있던가 궁금했습니다. 우리에게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회가 있는 것인지, 김지태 이장에게 가혹한 선고를 하신 성지용 판사님은 답해주실 수 있습니까?

저는 두렵습니다. 오는 2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김지태 이장이 또다시 성지용 판사님과 같은 재판부를 만날까봐 두렵습니다. 그를 석방하려는 국제앰네스티의 양심수 후원 행동 계획이, 반전 어머니 신디 시헨과 같은 평화운동가들이 외치는 평택미군기지확장 반대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되돌아올까 겁이 납니다.
그리고 그가 석방되기 전까지 당신 앞에서 변론의 기회를 스스로 접은 제가 구속되는 것도 두렵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구속될 수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과 저를 위해서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법은 공정하고 정의의 편에 서 있는 것이라고 믿었던 스무 살 법학도 시절, 거리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배웠듯이 여전히 저는 법으로 보장받을 수 없는 인간의 권리가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판을 거부하는 나의 불복종. 작고 보잘 것 없는 제 외침이 이후 성지용 판사님의 법조인 삶에 작은 공명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성지용 판사님.
저는 제가 다니는 다산인권센터 사무실과 노동자 농민, 소외되고 차별받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과 여전히 거리에 있겠습니다. 그리고 제 딸아이와 아침밥을 먹고 놀이터에서 놀기도 할 것입니다. 다행히도 김지태 이장이 일찌감치 석방된다면, 그때는 제 작은 저항을 접고 재판정에 서겠습니다. 하지만 그 때까지는, 김지태 이장이 석방되기 전까지는 당신이 저를 가둔다 하더라도 소신을 접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안부와 평화를 빌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2006년 12월 13일 박진 드림
덧붙이는 글
박진 님은 다산인권센터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33 호 [기사입력] 2006년 12월 13일 11: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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